노상희(Noh Sang-Hee)

1981년01월12일 출생

서울에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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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말

내 작업의 시작은‘조각’혹은 ‘파편’이란 사전적 정의에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엇을 그려야 하나 혹은 무엇을 애기해야 하느냐 하는 물음에 아무런 대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오직 모를 뿐이라고 스스로 되뇌고 되뇌던 시간이 흐를 뿐이었다. 그러나 감정이 가장 밑 부분으로 내려앉은 시점에서 나는 그림 그리기를 절실히 갈망했고, 결국 소중한 것, 그리고 사랑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소중한 것과 사랑하는 것 이라함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닐 것이다. 나 또한 결국 나를 스스럼없이 지탱해주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것에서 시작점을 찾아보았다. 솔직한 동기에서 조각을 조각내니 파편이란 모양이 되었고 파편을 조각내니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것이 내 작업 <파편>의 시작 이였고, 더 나아가 친구의 얼굴,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그 무엇의 형체들, 그리고 나를 형성케 해왔던 그 모든 것들은 파편이 되어 계속해서 캔버스위에서 거칠게 그려졌다.

나는 수많은 조각만을 남긴 채 대학교에서의 작업을 마쳤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2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동안 나는 생각하고 고민했다.

‘조각난 파편을 어떻게 다시 캔버스위에 작업해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어쩌면 돌아오지 않을 대답을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살아감에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그림과 삶, 그리고 진정 그리고자 함을 이루기에 최선의 방향이라 생각했을 뿐 이런 일련의 질문들이 시간과 함께 에스키스 되고 버릇처럼 된 글쓰기의 기록으로 지금 내가 그리는 형상이 캔버스에 남겨지고 있다.

이번 작업을 진행하면서 들게 되는 느낌이라면 작업에 관해서는 최소한으로 말과 글을 줄이고자 함이다. 오히려 글 자체도 그림 그림스럽고 싶다는 내 바람일지 모른다.

나는 내 현재의 작업을 순수한 작품 자체만으로 보여지길 바란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무수한 이어짐과 엇갈림들, 스스로를 정의함에 있어서 얼마나 많은 파편이 필요한지 스스로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그림으로 되묻고 싶은 것이다.

그림을 그리면서 수많은 파편을 남기는 과정들 속에, 나는 스스로를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 자체에 나는 진실로 감사하고 있다. 스스로 길을 만든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고 외로운 행위라는 것을 뒤늦게나마 알게 된 것도 감사하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 표현이 정확할지는 모르겠으나 나를 진정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지금 여기 있기 때문이고, 꿈을 가질 수 있는 순간이 그림을 그리는 순간과 언제나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이 행위의 보임이 조금이라도 공감될 수 있다면 나는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다. 고독과 힘겨움이 나를 감싸겠지만 진실을 담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언제나 되뇌곤 한다. -작업노트 中 2009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