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익(Cho Hyun-Ik)

1978년 출생

서울에서 활동

작가 프로필 이미지

소개말

빛의 제단 (The Altar of Light)

나에게 있어 삶이란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으로서의 자아(Ego)에 기인하여 그것에 반응하고, 초월하려는 결연(決然)한 의지의 여정이자 하나의 격정(激情)이다. 나는 욕망의 대상인 빛의 이원성(二元性)을 여성성에 반영한다. 진정한 사랑을 할 때 여성은 제 몸을 태워 주변을 밝게 비추는 촛불과도 같은 빛이 되고, 때로는 거센 욕망의 입김에 꺼져버려 다시 암흑천지로 만드는 일종의 신비로움과 공포를 동시에 지닌 존재이자 불가항력(不可抗力)인 빛으로 대변되는 신성(神聖)함이다.

이러한 빛과 어둠의 이원성을 지닌 여성이란 대상을 직접 체득한 사랑의 경험과 상처를 토대로 일련의 작업의 행위로 상징적으로 소유하고 봉인(封印)하듯 완성해 나간다. 이렇게 탄생한 여인은 거룩한 빛의 여신이 되기도 하며 암흑과 공포의 메두사(Medusa)가 되기도 한다. 작업에 내재된 양가적(兩價的) 존재이자 대상으로서의 여성인 빛과 어둠, 에로스(Eros)와 타나토스(Thanatos), 환희와 공포, 낯설음과 신비로움, 비천(卑賤)함과 숭고(崇高)함, 삶과 죽음의 경계(境界)를 오고가는 빛의 양면적 속성이 그것이다. 특히 이러한 속성은 철을 부식시켜 갈아내고, 그 안에 여성을 새기고, 붓질하고, 못 박고, 그러한 여성의 주검 위에 우레탄 페인트로 수차례 도장하고 뿌리는 하나의 의식(儀式)행위-상징적 소유의 과정-라 할 수 있는 나의 노동집약적 작업과정에 있어서 배가되기도 한다. 철 속에 갇혀 우상화(偶像化)된 거대한 여인의 도상과 실제로 갈려진 철의 물성(物性)을 통한 빛의 반사와 어둠의 대비효과는 빛의 신비로운 속성을 그대로 내포한다.

최근의 작업 경향은 새로운 오필리아로 상징시 되는 도상으로 그라인더나 사포로 철을 갈아내서 만든 인공적인 국화꽃더미 안에 죽은 듯 또는 소생한 듯한 여인이 관자(觀者)를 응시하며 빛과 어둠의 격정을 예고하기도 한다. 욕망의 테두리 안에서 빛과 어둠의 순환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 우리들 스스로 삶의 욕망으로서의 자아에 반응하는 흔적이자 그 안에 내재된 내면의 표상(表象)이기도하다. 관자의 시선에 반응하는 여인의 제스처와 낭자(狼藉)하는 주체(主體)와 타자(他者)간 보이지 않는 욕망의 흔적들을 통하여 관자들에게 삶과 죽음의 격정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The Altar of Light는 자아의 내면을 통한 제의적(祭儀的) 의식을 행하는 일련의 빛의 상징성을 내포한다. 육중한 철망 내부에 봉인된 다각적 구조물과 그것으로부터 뻗어 나온 빛줄기인 촛불의 가냘픈 떨림과 위태로움은 시간과 공간의 조화와 더불어 하나의 성스러운 의식과도 같은 시적(詩的) 상징성마저 고요하게 보여준다.

The Altar of Light는 빛의 제단(祭壇)을 상징하는 하나의 통합된 주제로 설치된 작업이다. 이 작업은 빛과 어둠으로 상정한 대표 작업들이 마치 건축물이나 무대 세트와도 같은 형태의 설치와 더불어 총망라되었다. 커다란 팔각기둥 형태의 6층 제단과 함께 바닥과 천장, 벽면 모두 녹슨 철판으로 결합이 되어있고, 점액질로 둘러싸인 관 속에 봉인되어 체인으로 결박된 여성들의 애처로운 몸부림은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경계인 빛과 어둠의 상징성을 극명하게 교차하며 드러낸다. 관자들은 이러한 철로 된 성전(聖殿) 안에 위치하게 되며 메케한 부식된 철의 냄새와 함께 단단한 바닥 위를 걷거나 밟고 서서 공간을 체험하게 된다. 중앙의 커다란 도상인 메두사를 상징하는 국화꽃더미의 여인의 오묘한 미소와 금빛 찬란함은 빛의 마력(魔力)과 유혹을 여지없이 증명한다. 빛이 출현(出現)하고 사라지는 숭고한 공간이자 신성함의 상징인 빛의 제단을 상정하고 그 내부에 불빛의 위태로운 떨림을 보이며 키네틱(kinetic) 요소를 보여주는 전기촛불 설치 작업은 빛과 어둠의 간극(間隙)과 경계를 실제 빛의 효과로 인해 생생하게 제시한다. 총 108개의 촛불이 제단 내부를 밝혀주고 있으며 영원히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빛의 불멸성(不滅性)을 기원한다. 또한 장엄(莊嚴)한 음향효과와 더불어 조광기(調光器, dimmer)를 통한 빛과 어둠의 극명한 대비를 서서히 보여준다. 이와 같은 설치 공간 내부에서 체험할 수 있는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등의 공감각적 효과는 다초점의 방식으로 현장감과 함께 전시효과를 배가시키고 있다.

욕망하는 나에게 있어 빛과 여성의 이원성은 언제나 내면의 반성적 자아를 눈뜨게 만든다. 이러한 빛과 여성의 상징성은 삶의 격정을 통과한 하나의 신성한 성전으로 다가오며 인간의 무의식속에 언제나 존재하고 있는 심연(深淵)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