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져짐-살다

2010.10.27 ▶ 2010.11.02

인사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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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ㅣ 2010-10-27 18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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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리

    살다 oil on canvas, 97x162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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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리

    살다 oil on canvas, 162x130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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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리

    살다 oil on canvas, 162x130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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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리

    살다 oil on canvas, 162x130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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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리

    살다 oil on canvas, 162x130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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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리

    살다 oil on canvas, 162x97cm, 2010

  • Press Release

    세계에 던져진 나, 어둠을 더듬는 너
    고충환(Kho, Chung-Hwan 미술평론)

    이주리의 그림을 보면서 참으로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일반의 존재론적이고 실존적인 위기상황 내지는 위기의식을 솔직하게, 진지하게 직면하는 경우를 만난 것이 그렇다. 물론 이 테마가 작가의 전유물도 아니고 작가가 처음도 아니다. 하지만 보통 이 테마는 흔히 방법론이나 형식논리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거나 다른 요소에 비해 좀 덜 중요한 의미기능에 머무는 예가 많은데, 작가의 경우엔 상대적으로 직접적이고 적나라한 편이다. 솔직하고 진지하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이다. 작가의 그림은 자기 내면을 투명하게, 있는 그대로, 때로는 고통스럽게 직면하는 자기반성적인 경향성의 전형적인 경우를 예시해준다. 비록 작가 자신은 여성이지만 정작 그림에 등장하는 군상들은 하나같이 남성으로 그려져 있어서 이런 자기반성적인 경향성이 일견 모순되게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남성 여성을 따지는 성정체성 문제가 핵심은 아닌 것 같고, 따라서 작가 자신을 포함한 인간 일반의 전형성을 표상한 경우로 이해하면 되겠다. 이처럼 자기를 인간 일반으로까지 확장시키고 있는 작가의 그림은 오히려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의 경계를 넘어 널리 공감을 얻고 보편성을 획득하게 해주는 구실이 된다.

    던져짐-살다. 이주리가 자신의 근작에 부친 이 주제는 하이데거의 세계 내에 던져진 존재를 상기시킨다. 인간은 이미 조건화된 세계, 이미 만들어져 있는 어떤 세계 속으로 태어나고, 따라서 선험적으로 이미 축조된 세계환경, 이를테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특정의 가치관과 이데올로기의 지배를 받는다는 말이며, 이런 연유로 삶이란 세계의지와 자기의지가 서로 부닥치고 충돌하는 투쟁의 역사며 그 과정의 연속이라고 본다. 세계에 나를 맞출 것이냐 아니면 나에게 세계를 맞출 것이냐의 문제다. 어떤 비장감 없이 이런 문제의식에 직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낯설고 이질적이고 생경한 세계라는 어둠 속으로 던져졌다. 그리고 평생을 더듬어 나만의(누구와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빛줄기를 찾아내야 한다. 나는 이 과제, 이 화두를 미션으로 떠안은 채 세계 속으로 태어나고, 어둠 속으로 던져진다. 여기서 세계는 어둠 자체로서 세팅된다. 세계는 어둡고 온통 암흑천지다. 카프카는 이 암흑천지가 일종의 심리적인 풍경으로 전이된 경우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 바 있다. 즉 한 사람이 허공에 붕 떠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그는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등신대 높이의 투명한 사각의 관 속에 들어있다. 그 관은 사방의 벽면으로 축조돼 있을 뿐 위아래가 없다. 그러니 결국 그는 추락하지 않기 위해 온 손과 발을 뻗어 버티고 있는 것이며 온몸으로 용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사람들에게 그는 다만 허공에 떠있는 것처럼 보일 뿐 정작 온몸으로 버티게 해주는 용은 보이지가 않는다.

    다 보이는데 정작 보이지가 않으니 어찌해볼 필요도 도리도 없다. 보이는데 보이지가 않는, 보고도 보지 못하는 소위 드러난 은폐로부터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바로 이 아이러니야말로 어둠 속으로 던져진 인간에 대한, 부조리한 인간상황에 대한 카프카식 진단이다(진단만 있고 처방은 없는 아이러니에서 예감할 수 있듯 인간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현대인은 신을 상실하고, 중심을 상실하고, 자연을 상실하고, 원형을 상실하고, 정체성을 상실한, 온통 상실의 시대를 산다. 이 어둠의 시대, 암흑천지의 시대, 상실의 시대, 결여와 결핍의 시대로부터 부조리한 인간이 비롯된다. 부조리한 인간은 현대인의 자의식이 고안해낸 발명품이다. 현대인임을 보장해주는 보증수표다(혹 그 수표는 처음부터 부도수표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던져짐-살다>란 주제는 이 부조리한 인간에 직면케 하고, 부조리한 인간상황을 곱씹게 만든다. 전작에서 작가는 침묵, 독백, 대화를 주제화한다. 그리고 이 주제들을 마치 투명하고 깊은 수면(무의식?)에 잠긴 듯 정적이고 우울하고 고독한 느낌의 청록색 화면에다 그려낸다(영화 그랑블루는 깊은 우울을 뜻하며, 알브레히드 뒤러는 예술가를 멜랑콜리아 즉 우울한 기질의 소유자로 정의한 바 있다). 그림에는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전형적인 모티브가 등장한다. 눈을 감고 있거나 반쯤 감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마치 나비들이 떼 지어 하늘거리듯 손사래 치는 손들의 행렬이 등장한다. 여기서 눈을 감고 있는 그는 사실은 자기 내면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며, 자기 안쪽으로 열린 눈을 통해 자기와는 또 다른 자기(심리학으로 치자면 무의식적 자아, 불교로 치자면 진아?)와 만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손사래 치는 손들은 소통에 대한 갈망을 암시한다. 소통이란 그저 정보가 교환되는 행위라기보다는 정보와 함께 마음이 교환되는 과정이다. 어쩌면 소통에 있어서 정작 중요하고 결정적인 것은 마음인지도 모른다. 마음은 정보를 함께 실어 나를 수가 있지만, 정보는 마음을 나를 수가 없다. 소통의 과정 속에 위로와 위무, 휴식과 쉼, 그리고 치유와 복원의 계기가 어우러지는 것은 바로 이 마음 탓이다.

    소통은 주술이다. 현대인은 그 주술적 능력을 상실했다. 사무엘 베케트는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소통의 불가능성 곧 불통을 현대인의 존재론적이고 실존적인 조건으로서 진단한 바 있다. 그러므로 소통을 갈망하는 손들은 사실은 그 이면에서 이렇듯 불통의 시대에 대한 증언처럼 읽힌다.
    그리고 작가는 근작에서 회갈색의 모노톤의 화면(회색과 갈색 사이의 풍부한 하프톤을 아우르고 있는)에 하나로 엉켜있는 유기적인 몸 덩어리들을 보여준다. 이 몸 덩어리들은 관계를, 이를테면 주체와 타자와의 관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리고 때론 의식적인 자기와 무의식적인 자기와의 관계를 유비적으로 표현한 것으로서, 사람 사는 세상의 사회적 풍경일 수도 있고 이보다는 심층적인 존재론적이고 실존적인 인간 일반의 자화상일 수도 있다. 보기에 따라서 그림 속 군상은 유기적인 덩어리를 이루는 것도 같고, 한 덩어리로 추락하는 것도 같고, 추락하지 않으려고 기를 쓰는 것도 같다. 어쩜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 자체가 경쟁사회에 돌입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해서 나는 돌격하듯 살아야 하고, 여차하면 경쟁사회로부터 추락하고 도태될 수도 있다는 거세불안에 시달린다. 욕망과 거세불안이 서로를 견인하고 강화하는 경쟁사회의 도식 속에서 나와 너는 결코 화해할 수도 맞잡을 수도 없다. 너는 나의 잠정적인 외과수술의일 뿐. 너와 나는 서로를 감시하는 간수일 뿐. 이렇듯 나와 네가 서로를 감시하고 서로를 딛고 서는 그림 속 군상에게서 극적 긴장감과 함께 암울한 느낌의 비장감이 감돈다. 세로로 긴 그림들이 추락하는 속도를 강조하고 있다면, 옆으로 긴 그림들에선 그 끝을,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공간이 강조되고 있다. 일종의 여백으로 나타난 그 공간은 아마도 인간의 인식이 미칠 수 없는 무한공간이며 절대공간, 세상이라는 어둠 자체, 심연의 메타포쯤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군상이 인간 일반의 보편초상을 떠올리게 하고, 역동적이고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서로를 쳐다보도록 유도한다면, 단독으로 그려진 그림 속 초상은 이보다는 상대적으로 정적이고 고독하고 내밀한 느낌의 자아와 만나지게 한다. 그는 졸지에 시간이 정지된 미증유의 우주 속으로 진입한 것 같고, 텅 빈 화면으로 유비되는 권태와 허무와 무의미의 바다, 뒤르켐의 아노미의 바다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미아 같다. 때로 그는 태아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어쩌면 자궁은 그 존재론적 태아를 품었던 최초의 바다며 우주였는지도 모른다. 매트릭스 즉 시간이 너무 빨라 따라잡을 수가 없거나 시간이 멈춰서 버려 아예 시간에 대한 감각을 잃게 만드는 우주적 자궁 속으로 나는 이렇듯 던져진 것이다. 작가의 근작 중 사실상의 메인에 해당하면서 전작과의 연결고리를 가늠하게 해주는 그림이 있다. 그 크기로 보아 아마도 가장 대작이지 싶은 이그림(캔버스 4개를 옆으로 길게 연이어 붙인)에선 일종의 연극적인 상황이 연출된다. 그림 전체를 극적인 한 순간을 포착한 것으로상황을 수도 있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하면서 점진적인 과정의 경과를 보여주는 경우로상황을 수도 있다. 그림 속 사내들은 하나같이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면이 하는 말이 사회적 기호에 노출되어져 있고 따라서 공유할 수 있는 언어형식에 기초한 것이라면, 뒷모습은 일종의 몸말에 속하고 개인에게 속해져 있어서 공유할 수 없는 언어를 표상한다(이를테면 슬픔처럼 지나치게 개인적인 사건의 경우에 그 사실을 인지할 수는 있어도 그 강도를 헤아릴 수도 같이할 수도 없다. 여하한 경우에도 몸말이 온전하게 전달되고 이해되는 경우는 없다).

    처음에 한 사내가 올려보고, 점차 두셋 사내가 올려다보고, 마침내 모든 사내들이 한 방향을 주시한다. 저 높은 곳에 계신 누군가를 쳐다보고 있기라도 한 것일까. 경쟁을 종식시켜줄 계기나 권태와 허무와 무의미를 끝장내줄 어떤 단서라도 발견한 것일까. 그들의 시선이 화면의 경계를 화면 밖으로까지 확장시킨다. 그렇게 연장된 화면 밖에, 그들의 시선이 맞닿아있는 곳에 그 계기와 단서를 실현시켜줄 누가 있고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가. 낙담한 사내의 표정으로 보아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단정할 수도 달리 알 수도 없다. 아마도 작가 역시 화면 밖에 관한한 더 이상 그릴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 그림은 사무엘 벡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와 그 주제를 같이하는 또 다른 한 버전을 보는 것 같다. 기다리는데, 무작정 기다리는데, 정작 무엇을, 누구를 기다리는지 종잡을 수가 없는. 혹 이처럼 오로지 기다림 자체가 삶인가? 삶의 함정인가? 삶 자체가 이미 덫인가? 이 그림도 그렇지만 작가의 다른 그림들도 이런 존재론적인 물음 앞에 서게 만든다.

    전시제목던져짐-살다

    전시기간2010.10.27(수) - 2010.11.02(화)

    참여작가 이주리

    초대일시2010-10-27 18pm

    관람시간10:00am~19:00pm

    휴관일없음

    관람료무료

    장소인사갤러리 Insa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29-23)

    연락처02-735-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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