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는 뒤태

2010.12.01 ▶ 2010.12.21

OCI 미술관

서울 종로구 수송동 46-15번지 OCI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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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ㅣ 2010년 12월 01일 수요일 05: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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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기

    회식relay-3차 mixed media on panel, 110x130.3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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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기

    회식relay-4차 mixed media on panel, 110x130.3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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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기

    점철합판(3x6) mixed media on plywood, cardboard, 92x182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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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기

    점철합판(4x8) mixed media on plywood, cardboard, 125x246cm, 2010

  • Press Release

    도시의 잔여물, 그것의 되새김질
    언뜻 보기에 매우 성실하고 반듯한 청년으로 보였다. 서울 동부 지역의 지하 작업실에서 만난 김진기는 '보시다시피 이렇게 작업하고 있습니다'라는 태도로 전시 서문을 의뢰받은 나를 맞았다. 구체적인 삶의 현실, 잘 정리되거나 명확하게 인식되지 않지만 분명하게 존재하는 것에 무한한 애정을 지닌 그는 여러 재료들과 튜브 물감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작업실 바닥 사이로 조심스럽게 발을 디디며 그 동안 작업한 대형 회화 작품들을 보여주었다.

    작업실이 그다지 어지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최근 2년여간 그가 작업해온 회식 테이블 장면은 다분히 충격적인데, 그것이 너무나 혼란스럽고 적나라하지만 사실 누구나 친숙하게 접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끌리는 뒤태'라는 제목으로 선보이는 이번 개인전은 2009년 '모듬 회식'으로 발표된 바 있는 「회식」 연작이 더욱 발전된 것인데, 질펀하게 먹고 남겨진 음식과 잔여물, 소주병, 담배 꽁초 빽빽이 들어찬 재떨이, 먹고 마시기 위해 사용된 여러 도구들과 식기들이 뒤범벅이 된 테이블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본 톱다운(top down)의 시각으로 포착했다. 이와 함께 「점철합판」 연작은 도시 외곽의 한적하고 후미진 곳이면 어김없이 발견할 수 있는 쓰레기 처리장, 폐기물 집하장, 오물이 넘쳐나는 더러운 뒷골목의 장면을 그린 것으로 수평적 시각의 전통적인 풍경화 구도를 사용하고 있으나 그 대상이 도시의 이면, 버려진 것들, 폐기되고 거부된 것들을 포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회식」연작의 연장선에 있다.

    도시에 사는 우리의 삶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전시나 행사의 대미는 어김없이 단체 회식과 뒤풀이로 장식되는데, 수십명의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테이블에 앉아 일제히 먹고 떠드는 대규모 회합을 벌이면서 집단적인 포식과 배설의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다. 대개 삼겹살을 굽고, 부대찌개를 끓이고, 소주 폭탄을 제조하는 1차 자리가 끝나면, 골뱅이 무침과 닭튀김을 사이에 놓고 생맥주 잔을 부딪히는 2차 자리가 이어지고, 마른 안주와 캔맥주를 곁들인 노래방의 탬버린 소리가 3차 자리를 장식한다.

    잠시 한숨을 돌린 후 경우에 따라서는 값비싼 양주와 고급 안주가 제공되는 나이트 클럽의 4차 자리가 베풀어지기도 한다. 대도시 서울에서 살아가는 성인 남녀라면 익숙하게 체험하는 이러한 회식 문화의 뒷자락은 흐드러지게 먹고 마시고, 그와 마찬가지로 엄청나게 웃고 떠들면서, 소리 높여 내뱉은 말들, 뜨거운 논쟁의 기억들과 함께 음식점 테이블 위에 오물처럼 질척하게 남겨진다. 모두 떠나버린 뒷자리, 음식점 종업원의 빠른 손길로 흔적없이 처리되는 그 가열찬 배설과 탐욕스런 포식의 뒤끝을 작가는 빠짐없이 사진에 담았다. 경우에 따라서 그날의 토론 주제와 화제가 되었던 행사에 대한 기억이 분명하게 환기되는 회식 테이블의 흔적은 사진으로 기록되고 인화되어 작가의 화면 위에 분절된 기억처럼 재구성된다. 낯설고도 익숙한 장면은 사진의 직설적인 기록을 넘어서 부분적으로 끌어올리고, 오리고 자르는 기억의 콜라주 작업을 통해서 화면 위에 보편적인 회식의 장면으로 세팅된다.

    그렇게 마련된 회식 테이블의 기억 위에 작가는 음식을 사이에 두고 나누었던 열띤 대화와 들끓던 감정의 흔적을 생생하게 일깨우듯 도발적인 붓질을 가하고 헝겊뭉치로 물감을 찍어 바르거나 거칠게 닦아내기를 반복한다. 사진이 회식이라는 현실의 기억을 객관적인 사실로 증명한다면, 그 위에 덧칠하고 흘리고 뿌리는 물감의 자국은 회식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휘몰아치는 감정의 분출, 솟구치는 삶의 욕망, 피할 수 없는 충돌과 갈등을 회화적으로 재현하고 일깨운다.

    현실의 기록과 감정의 되새김질이라는 과정은 「점철합판」 연작에서 더욱 중층의 레이어로 변주된다. 흔히 사용되는 규격합판을 지지체로 사용한 이 연작은 합판 위에 골판지 조각을 얼기설기 덧댄 뒤에 작가가 촬영한 사진과 포스터, 광고물, 전단지, 걸레 조각, 버려진 작은 물건 등을 붙이고 그 위에 강렬한 표현적 붓질을 가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사진이나 이미지로 포착된 것은 도시의 잔여물, 쓸모없어 버려진 것들, 뒷골목의 쓰레기들이다. 그 위에 기억의 앙금처럼 물감이 덧칠되고 회한의 감정처럼 물감이 흘러내린다. 요컨대 김진기의 작업에서 합판 위에 골판지와 사진, 폐기물을 덧붙이는 과정은 버려지고 파기된 것들을 다시 쌓는 과정이며, 삶을 역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버려지고 폐기된 것들이 거부할 수 없는 삶의 이면이며, 깨끗하게 정돈된 바람직한 겉모습에 필연적인 뒷모습으로 점착되어 있다는 사실이 폭력적인 만큼, 그렇게 재구성된 폐기물 위에 가해지는 작가의 붓질과 물감의 짓이김은 과격하고 난폭하다. 분절된 여러 이미지와 조각난 폐기물들, 그와 함께 범벅이된 물감의 흔적은 우리의 삶 만큼이나 혼란스럽고 역겹고 이질적이다.

    대학에서 회화와 영상을 전공한 김진기의 작업에는 이렇듯 모순적인 삶의 양면이 공존한다. 먹고 남긴 것, 버려진 잔여물, 폐기된 생활의 찌꺼기, 여기에 그 음식이나 물건과 함께 나눈 삶의 기억, 해소되지 않은 감정, 퇴락해가는 기억의 잔재들이 기록되고 재생된다. 불연속적인 사진 이미지와 거친 표현적 필치가 뒤범벅이된 그의 화면은 밤새 부등켜안고 씨름했던 삶의 회한, 오랜 애증 끝에 버려진 물건, 회식이 끝난 뒤 새아침이 밝은 뒤에는 더 이상 보고 싶지도 보여주고 싶지도 않은 감정의 잔여물과 물리적인 배설의 흔적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또렷하게 되새김질한다. 비장함마저 감도는 먹고난 흔적, 악취 넘치는 쓰레기 더미는 누구나 그렇게 살아가지만 그다지 보이고 싶지 않고 그다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삶의 비천함, 욕망의 애브잭트, 불쾌한 잉여의 잔재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충격을 선사한다. 김진기의 「회식」 연작과 「점철합판」 연작은 거부하고 버려진 것,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불쾌하게 남겨진 것을 낱낱이 일깨우되 짙은 회화적 되새김질로 감정의 완전연소를 꾀하고 있다.- 권영진

    전시제목끌리는 뒤태

    전시기간2010.12.01(수) - 2010.12.21(화)

    참여작가 김진기

    초대일시2010년 12월 01일 수요일 05:00pm

    관람시간10:00am - 06:00pm

    휴관일없음 일, 공휴일 휴관

    장르회화, 사진

    관람료무료

    장소OCI 미술관 OCI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수송동 46-15번지 OCI 미술관)

    연락처02-734-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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