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것 장난 아닌데?

2010.03.02 ▶ 2010.03.17

갤러리 분도

대구 중구 동덕로 36-15 P&B Art Center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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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차드 요쿰

    Atlas #009 Alps Video Installation, 24inches, 1'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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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차드 요쿰

    History of Art Artist book, pedestal, L115xW28xH85cm, 3'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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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차드 요쿰

    Indexfinger #1/3 Photographic video triptych, portable LED player, 24inches, 3'5", 2010

  • Press Release

    사서 고생하기 : 리처드 요쿰의 현대 미술 분투기(2001-2010)

    화악 깬다. 내가 리처드 요쿰(Richard Jochum)의 작품을 처음 접할 때 그랬다. 나는 “화악 깬다”라는 속어적 표현 말고 좀 더 번듯한 어휘를 찾고 싶었다. 어떤 사람이나 사물의 상태가 보편적인 상식의 범주나 기대 수준에 닿지 못하거나 반대로 넘어서는 경우에 생기는 언짢음을 적절하게 나타내고 싶은데, 그렇다고 가령 ‘신선한 충격’, ‘발칙한 시도’ 같은 상투적인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 적어도 인상 비평의 차원에서만 따지면, 이 잘 생긴 백인 남자의 작품은 화악 깬다. 이것 장난 아니다.

    리처드 요쿰은 한국에서 가지는 그의 첫 개인전에 다양한 매체 예술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작들은 LCD 패널에 영상을 담은 일련의 미디어 작업과 갖가지 종이를 사진으로 찍어서 출력한 <페이퍼 시리즈>로 나눌 수 있다. 두 시리즈의 어느 한 쪽에도 넣을 수 없는 설치 작품 <히스토리 오브 아트>이 있는데, 이는 작가가 직접 편집해 만든 책을 선반 위에 오브제처럼 전시해놓은 작업이다. 이 작품이야말로, 철학자(책, 논문)로서의 지적 활동과 예술가(설치 미술)로서의 미적 행동을 동시에 구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시 말하면, <히스토리 오브 아트>에는 이론과 실기라는 이중으로 나누어진 코드(code)가 맥락화되어 있다.

    이와 같은 이중적 코드의 경계선(borderline)는 작가의 모든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인덱스 핑거> 속에서 세 명의 다른 인물로 분장한 작가는 원본과 모사의 대비를 보여주려고 애쓴다. 또한 여기에는 정적인 이미지(사진)와 동적인 이미지(동영상)의 경계도 비추어진다. 그런데 그 이미지들은 감쪽같이 재현된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약간 어설프게 흉내 낸 것들이다. 작가가 포장지류를 써서 완성한 <페이퍼 시리즈> 또한 이중적인 코드가 들어있다. 평면(종이 그 자체)과 입체(구겨진 종이)의 존재론적 갈등(ontological conflict)은 사진 출력이라는 최종 단계에서 다시 화해되는 방식을 취한다.

    리처드 요쿰이 선택한 또 다른(어쩌면 가장 중요한) 이중적 코드는 허구와 현실 사이의 관계이다. <시치프스 온 배캐이션>, <아틀라스> 연작, <스노우Ⅱ>와 같은 작품들을 보면, 리처드 요쿰은 신화와 세계의 관계를 예술적 행위와 일상적 행위에 빗대어 말하려 한다. 이는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의 예술사회학적 명제-‘무엇이 예술이며, 무엇이 비예술인가?’에서 논의되는 한 가지 요소인 유용성/무용성 코드가 담겨있다. 영상 미디어 작업이라기보다 짧은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불러야 옳은 이 작품들 속에 출현한 작가 본인은 얼굴을 벌겋게 물구나무서서 지구를 들고, 돌멩이를 산꼭대기로 나르고, 바위만한 눈덩이를 굴린다. 신화에서야 노한 제우스가 내린 형벌이라지만, 현실계에서 요쿰이 당하는 형벌은 도대체 누가 내린 것일까? 그 답이야말로 리처드 요쿰이 정의하려는 현대 예술론이다.

    에서 작가는 높은 나무 위에서 자신이 앉은 나뭇가지를 톱으로 자른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 손으로는 다른 나뭇가지를 거머쥐고 있다. 즉, 떨어지기 싫지만 떨어지길 원하는 작가, 그것은 단순히 위험한 행동-danger-이 아니라, 기꺼이 받아들여만 하는 위험부담-risk-이다. 울리히 벡(Ulich Beck)의 위험사회 이론을 예술사회 버전으로 바꿔놓은 이 작품처럼, ‘철학자’ 리처드 요쿰은 그의 모든 작품을 이론적 배경 아래에서 미리 계산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어설픔조차 미리 짜놓은) 완성했다. 같은 오스트리아 출신 학자 콘라드 로렌츠(Konrad Z. Lorenz)의 동물행동학을 그대로 작품으로 옮긴 <12 앵그리 도그스>를 보라. 당황스럽기에 앞서, 이것은 차가운 예술이다. 하지만 리처드 요쿰의 예술이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우리 의식과 자각의 구조적 연동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생긴 틈을 통해 아름다움이 곳곳에 숨어있다. 그것은 놀라운 일이다.

    윤규홍, 예술사회학/Art Director

    전시제목어! 이것 장난 아닌데?

    전시기간2010.03.02(화) - 2010.03.17(수)

    참여작가 리차드 요쿰

    관람시간11:00am~19:00pm

    휴관일월요일

    장르회화, 조각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분도 Gallery Bundo (대구 중구 동덕로 36-15 P&B Art Center 2층)

    연락처053-426-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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