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아 개인전: 合-매트릭스

2013.12.06 ▶ 2013.12.29

갤러리 학고재

서울 종로구 삼청로 48-4 (소격동, 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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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ㅣ 2013년 12월 06일 금요일 05: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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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인아

    2013 Matrix #07 Oil on canvas, 33x41cm,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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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인아

    2013 Matrix #13 Oil on paper, 38x46cm,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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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인아

    2013 Matrix #15 Oil on paper, 46x38cm,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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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인아

    2013 Matrix #17 Oil on silk, 50x39cm, 2013

  • Press Release

    매트릭스, 마음의 해방공간

    즉흥성과중첩성


    전인아 작품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즉흥성과 중첩성을 들 수 있다. 즉흥성은 추상표현 회화의 직관적 감정 표출과 활달한 필치가 만드는 선과 형태의 율동에서 발견되는 특징이다. 그래서 언뜻 자동기술적인 방법에 의존한 듯한 선들의 격렬한 운동에 의해 나타난 불분명한 형태는 대상을 지시하기보다 그것이 해체된 파편들의 집합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치 절대적 자유를 향한 몸부림처럼 화면을 장악하고 있는 선들 아래 깔려있는 색면은 어둡고 다소 침울하다. 그러나 이 색면속에 무수한 선들이 겹쳐져 있기 때문에 어두운 색조에도 불구하고 색면 추상에서 볼 수 있는 명상이나 숭고와는 다른 정서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점은 밝은 색조를 지닌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그 위에는 마치 부유하듯 떠오른 새의 형상이 평면 공간 위를 날고 있다. 전인아가 그동안 그려온 작품을 보면 그 속에서 인체, 새, 물고기, 나비, 꽃 등이 나타나고 있으나 암시적이기 때문에 특정 대상을 재현하기보다 최소한의 모티브만 나타내고자 한 것임을 파악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는 자연에 존재하는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형태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이러한 대상을 빌려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때로는 음울하거나 꿈 혹은 우주공간처럼 막연하고 광활한 공간을 떠올리게 만드는 색조, 어렴풋한 형태와 얼룩은 그의 심리상태가 고개를 내미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위를 가로지르고 있는 선들은 이 미궁으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 화면의 표면을 더듬고 있는 촉수이거나 발아 중인 새싹 혹은 빛의 줄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그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즉흥성은 규칙적이면서 동시에 미세하게 불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호흡처럼 자기발생적 과정의 연속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인 중첩성은 수없이 겹쳐 그린 것에서 확인된다. 기법에 있어서 장지에 먹이나 드로잉 잉크를 빠르게 흡수시키기 위해 미디엄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겹쳐 그리기의 과정이 화면에 잔존한다. 투명함과 불투명함의 중간 정도의 질감 효과를 거두고자 많은 레이어를 중첩시킨 결과 모호하면서도 생동하는 화면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작품의 발상과 제작 과정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기보다 여러 작품을 놓고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작업 방식에 있어서 동시다발적이다. 작품을 유심히 보면 그 바탕에 달이나 산수도와 같은 것을 발견할 수도 있다. 때로는 아래 그려놓은 형태가 짙은 색면에 의해 완전히 가려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그 형태가 희미하게 화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 누적된 형태가 작품을 애매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신비로운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의 작품이 불러일으키는 신화적 상상력도 바로 이러한 중첩성으로부터 기인한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나는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가려진 그림에 더 많은 관심을 집중하며 ‘지워진 양피지’, 즉, ‘팔림프세스트(palimpseste)’와 같은 것을 발견했다. 어쩌면 그는 우리의 기억처럼 켜켜이 겹쳐진 그 그림을 통해 누적된 시간의 주름을 표현하고 싶어 했는지 모른다.

    이 즉흥성과 중첩성은 그의 작품에 대한 단선적 해석을 거부하는 요소이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그의 작품을 더욱 모호하게 만드는 만큼 더 많은 집중을 요구하게 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최태만 / 미술평론가

    매트릭스
    전인아의 작품에서 형식적으로 발견되는 특징들, 예컨대 투명성과 불투명성이 공존하는 공간, 구체적인 대상을 지시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것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순수 추상회화도 아닌 선과 형태들이 만들어내는 평면, 얇은 피막처럼 고르면서도 부분적으로 드러나는 두터운 마티에르는 완결성보다 유동성을 지향한 결과로 보인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완성된 것이라기보다 미완성에 가깝고, 정지가 아닌 운동을 요구한다. 물론 이때 운동이란 작품을 보는 눈의 운동을 일컫는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작품이 달리 보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 앞에 전면적으로 열려있다. 그렇다고 그의 작품이 도처에 편재하는 눈들에 의해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발생적이고 자율적인 색채와 형태는 특정한 대상으로부터 발생하여 그것으로 수렴하고 있다. 그는 그것을 매트릭스(matrix)라고 부른다. 영화를 통해서도 잘 알려진 ‘매트릭스’ 개념은 라틴어로 어머니, 대지, 기원 등의 의미를 지닌 ‘마테르(mater)’를 어원으로 파생된 것으로서, 번식을 목적으로 사육되는 가축의 암컷, 어머니 나무(母樹), 자궁, 모체, 세포간질(細胞間質), 주형(鑄型), 명부, 기원 등의 의미를 지닌다. 전인아는 이 매트릭스를 작품 속에 나타나는 개체들의 모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개체들은 물론 그의 작품 속 생물 형태적 외양의 모티브인 인체, 물고기, 새, 꽃 등을 일컫는다. 그러나 이 대상이 매트릭스를 은유하기 위해 수면 아래 잠기듯 화면 깊은 곳에 은폐시킬 수만은 없기 때문에, 이번 전시에서 공개할 작품에서는 새의 형상이 과거 작품에 비해 보다 분명하게 부각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화면 위로 부상하는 형태 속에서 새를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새는 초월, 혼령, 신의 현현, 사원소의 하나인 공기의 정령, 죽은 자의 영혼, 승천, 의식의 고양 상태에 이르는 엑스터시, 상상력을 상징한다. 그래서 큰 새는 태양신의 아바타로 나타나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의 이카루스 신화에서 볼 수 있듯이 자기 힘으로 날 수 없는 존재인 인간은 새를 바라보며 비상(飛翔)의 욕망을 새의 깃털로 실현시키고자 했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스핑크스나 날개 달린 천사, 페가수스 등도 ‘날고자 하는 욕망’이 만들어낸 상상의 존재이다. 이처럼 여러 나라, 지역, 민족의 신화에서 새는 신의 사자(使者)로 등장하며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등장하는 주작(朱雀)은 음양오행의 남쪽을 관장하는 상스러운 동물이며 불을 다스리는 존재라는 점에서 서구 신화의 불사조(phoenix)에 상응하는 것이다. 삼족오 역시 동아시아 신화와 고대 회화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로서 우리나라 신화 속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태양에 살면서 우주의 세 가지 힘인 천·지·인, 즉 삼재(三才)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성을 특정하고 있지는 않으나 남성성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전인아의 그림 속에 나타나는 새는 주작이나 삼족오 또는 화조도 속의 원앙 등 특정한 새를 지시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그냥 보통명사로서의 일반적인 새에 가깝기 때문에 신화와 무관할 수 있지만 그는 이것을 여성을 상징하는 조령(鳥靈)으로 표현하고 있다. 분명치는 않으나 이 새가 대체로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형태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화조도로부터 비롯된 것이거나 솟대 위에 놓인 오리나 까마귀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그것조차 명확하지 않다. 이런 점은 그 새를 가루다로 보든 불사조로 보든 화조도 속의 원앙이나 까치나 참새로 보든, 아니면 작가가 상상 속에 만들어낸 새로 보든 모든 가능성 앞에 열려있음을 의미한다. 새는 단지 생성의 근원이나 발생지를 의미하는 매트릭스의 은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작업에서 핵심 주제인 매트릭스는 영화처럼 인간을 가두는 감옥으로서의 디스토피아라기보다 생명이 태어나고 성장하는 장소, 곧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화면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여백은 복잡한 구조가 유동할 수 있는 해방의 공간이자 매트릭스로부터 뿜어 나오는 생명의 숨결이 미칠 수 있는 호흡의 영역이며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상상력이 틈입할 수 있는 입구이기도 하다. 전인아의 일상이 녹아있는 기록이자 환상이 실현되는 장소인 매트릭스는 통제나 억압의 기제가 아니라 그의 마음이 해방되는 영역이다. 그것은 또한 일견 무질서한 듯 보이는 화면을 통일성으로 이끄는 원심력이기도 하다.

    전시제목전인아 개인전: 合-매트릭스

    전시기간2013.12.06(금) - 2013.12.29(일)

    참여작가 전인아

    초대일시2013년 12월 06일 금요일 05:00pm

    관람시간10:00am - 06:00pm

    휴관일월요일

    장르회화와 조각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학고재 Gallery Hakgojae (서울 종로구 삼청로 48-4 (소격동, 학고재) )

    연락처02-7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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