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경: 어스름

2013.12.25 ▶ 2014.01.11

갤러리 담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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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ㅣ 2013년 12월 25일 수요일 오후 05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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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은경

    실개천의 여름 Oil on canvas, 130x162cm,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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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은경

    골목 1 Oil on canvas, 130x162cm,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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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은경

    밤 골목 Oil on canvas, 117x91cm,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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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은경

    한낮에 Oil on canvas, 73x91cm, 2010

  • Press Release

    풍경 혹은 비풍경
    이영욱 │ 미술평론, 전주대 교수

    1.
    최은경의 그림은 보는 사람들을 촉발시키는 기묘한 분위기, 일종의 촉매 같은 것을 내장하고 있다. 예전 방안을 그릴 때나 최근 바깥세상을 소재로 한 그림이나 이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이 그림들은 눈앞에 바라보이는 장면을 재현하는 오랜 사실적 회화 전통의 연장선상에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아마 풍경화의 관습에 귀속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풍경은 어딘가 예사롭지 않다.

    2.
    그녀의 초반기 작업(2001년 1회 개인전, 2005년 2회 개인전)은 자취방 안의 정경을 그린 것들이다. 이 그림들은 여러모로 문제적이었다. 나는 이 그림들에서 오랫동안 온 몸과 정신의 감각으로 방안의 벽과 공간과 기물들을 느끼고 주시한 한 작가를 만난다. 아마도 작가는 대상과 상호구분이 힘들어, 거리감을 잃고 통상적인 의미망 형성이 불가능한 지경에까지 빠져들지 않았나 싶다. 대상은 고정되지 않아 진동을 계속하고, 주체는 혼란 속에서 투사와 망연자실을 거듭하게 되는 어떤 상황 말이다.

    그림은 이러한 상황의 회화적 재현이자 동시에 작가 편에서의 일종의 대응의 결과인 듯하다. 일종의 긴장이 확보되는 순간 작품이 산출되는데, 어떤 경우는 좀 더 명확히 대상의 유동과 주체의 혼란을 억제한 듯 보이며, 다른 경우는 그렇지 않아 대상 편에서의 응시와 작가의 투사가 좀 더 전면에 드러난다. 이 그림들에서 화면 속의 대상이 보는 사람들의 몸과 시선을 뒤덮는 방식으로 클로즈업되는 것, 대상이 평면화되고 그 표면이 부각되는 것, 대상들이 엇비슷하게 기울어져 보이거나, 화면에서 떨림이 감지되는 등의 장치와 효과들은 이 같은 작업논리에 따른 작업과정의 소산일 것이다.

    그리하여 이 그림들에서 나는 격심한 고투를 통해 확보한 잠정적 균형 상태를 확인하는 한편, 또한 화면에서 끝을 종잡기 힘든 투명함, 괴체怪體의 흔적 같은 것들과 대면하기도 한다. 화면과 대상이 탈색되어 모호한 중간 톤으로 투명해지면서도 어스름한 섬광이 화면 위를 떠돌고, 수건, 부적, 창문, 수도꼭지, 수채구멍 같은 기물들이 정상적인 형체를 잃거나 봉합 불가능한 잔여의 출몰을 암시하는 듯 보이는 것은 이 같은 정황의 등가물 아닐까?

    하지만 이 그림들이 지닌 덕목의 요체는 그들이 또한 구체적인 현실의 층위를 상기시키는데 있다. 작가는 감성과 인식의 주체로서 뿐 아니라 기억과 정서의 주체로서 대상 혹은 화면과 대치한다. 나는 이 그림들에서 다름 아닌 이곳 도시 변두리 자취방 안에 고립된 개체, 하지만 그곳에서 그림으로 지탱하기를 각오한 한 개체를 느낀다. 그리고 그 개체에게 축적된 기억의 잔영과 그 개체가 영위하는 현실의 편린들을 감지한다.

    3.
    요사이 최은경은 바깥 풍경을 그린다. 한 3-4년쯤 됐다. 그간 최은경의 화력은 방안에서 걸어 나와 방밖의 세상을 그리는 궤적을 보여 왔다. 방안 그림 이후 2007년 개인전에는 학교 건물 안 공간들을 그린 그림들을 선보였다. 2009년경부터는 비로소 바깥으로 나와 골목길을 소재로 한 그림들을 그렸지만, 이 그림들의 초점은 골목 풍경보다는 그 곳에서 발견한 오브제에 맞춰져 있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바깥세상의 풍경을 그린다.

    방안을 그리다 바깥세상의 풍경을 그리게 되는 것, 그 자체는 그리 특기할만한 일은 아니다. 사실적 회화를 그리는 화가들에게 흔히 그 경로는 작가의 감성과 사유의 지평이 확장되는 양상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나곤 한다. 하지만 방안을 그리는 일과 바깥을 그리는 일 사이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4.
    최은경의 바깥풍경 그림 중 반절 너머는 낙향한 아버지가 살고 있는 정읍시 고부면 관청리 인근의 농촌풍경들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그녀의 서울 생활과 연계된 장소들, 예를 들어 쌍문동, 이문동, 미아리 같은 도시 변두리의 일상 풍경을 그린 것들이다.

    나는 이 풍경들이 3가지 정도의 유형으로 구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름을 붙여보면 ‘몽환적 그림,’‘비정형非定型 풍경,’‘현실적 풍경’ 정도가 될 것이다. 물론 그녀의 작업이 이 틀에 맞게 똑똑 맞아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마도 실상은 이 세 가지 지향이 각각 상이한 비중으로 조합되어 하나의 작품 안에 깃드는 것에 가까울 것이다.

    ‘몽환적 그림’은 어떤 측면에서는 풍경화와 어긋난다. 이 유형의 그림들은 꿈이나 몽상, 기억의 장면들이 실제 풍경과 결합하여 재구성된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현실 속의 계기가 이러한 꿈과 기억을 불러일으켰던 아니면 역순이건, 이 그림들은 반복해 다시 상기되는 기억의 대체물이며, 그 기억에 대한 소회가 표명된 결과물이다. 나는 <뜻밖의 만남>(2010), <처마 끝>(2010) 같은 작품들에서 이러한 그림의 전형을 본다. 그림의 표면은 우리를 기억, 꿈, 몽환의 잔상과 정서적 아우라 속으로 이끌며 이로써 감춰진 기억의 서사, 시간의 순환에 참여하게 한다.

    ‘비정형 풍경’은 2009년 당시 골목길 풍경 연작과 일면 연속된 작업이다. 이 그림들에서 초점은 이미 말했듯 골목 풍경이 아닌 그곳에서 발견된 오브제에 맞춰져 있다. 발견된 오브제란 여기서 뜬금없이 골목길에 노출된 바위의 일부, 바위덩어리들이다. 건물 모퉁이에 박혀 있거나, 골목길 축대 밑 부분에 돌출돼 있는, 혹은 시멘트로 덮여 계단이 된 바위덩어리. 폭력적 결합으로 생겨난 이질적인 오브제들.
    <실개천의 아이들>(2010), <관청리 동상들>(2010), <실개천의 여름>(2012) 같은 작업들이 비정형 풍경의 사례들이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 놀이를 하듯 그림들 속 평범한 일상 풍경은 내부에 요해 불가능한 이질적 요소들을 숨기고 있다. <실개천의 여름>의 경우 그 지점은 개천 안 무너진 가설보假設洑 부근이다. 이곳 흩어진 돌들과 그 사이를 넘나드는 물의 흐름은 형체가 해체되어 마구 엉클어진 세밀한 필선으로 채워져 있다. 바타이유는 비정형을 가래침에 비유한 적이 있다. 그것은 형태의 분명한 존재도 부재도 아니고, 언어와 형태를 부정하지만 그렇다고 새로이 독립된 무엇을 원하지도 않는다. 그리하여 일상은 비일상과 풍경은 비풍경과 공존하며, 위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적 풍경’은 가장 최근 작업들이 지향하는 유형의 그림이다. 이 작업들에서 작가는 홀로 고립된 개인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한 개인으로서 삶의 지평을 포용하려 한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현재 그곳의 풍경들은 과거의 공동체가 해체되어가면서, 후기 산업적인 황무지로, 생태학적 폐허로 전락하고 있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그곳은 근대화, 산업화 과정에 의해 생산되고 동시에 훼손된 슬럼slum화된 지대이다. 즉, 뜻하지 않은 방식으로 변형된 외설스럽고 불경한, 변이變異적이고, 과잉된 상처이자 ‘돌기’로, 바로 21세기적 우리 삶의 단면이자, 기형적인 우리 근대성의 증상적 지점일 것이다.”

    이번 경우에도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버려진 땅, 보이지 않도록 가려진 지점들이다. <차창 밖, 관청리 겨울 공터>(2012)나 <차창 밖, 관청리 겨울>(2012)은 이 버려짐과 가려짐을 상기시키며, 그것으로 또 다른 비풍경 혹은 반풍경을 제시한다. 여기서 풍경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어떤 목격의 시점을 고정시킨다. 그리고 그 시점으로부터 일종의 회한 혹은 정서적 일렁임 같은 것이 피어오른다. 그녀는 지금 이 풍경 속을 걷고 있다.

    5.
    바깥세상을 대면한 최은경의 작업은 마치 활짝 열린 공터 이곳저곳을 이리저리 질주하는 듯하다. 그녀의 풍경은 기억과 일상과 사회적 현실의 층위 모두에서 각각 상이한 방식으로 비풍경을 제기한다. 그리하여 우리를 시간의 순환 속 어떤 열린 틈새로 인도하는가 하면, 더없이 평평한 일상 속 심연과 대면케 하기도 하고, 어떤 일렁임에의 기대에 달뜨게도 한다. 그녀의 이 낯선 풍경, 낯선 세계에 대한 탐구가 더 절실하여 융숭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까?

    전시제목최은경: 어스름

    전시기간2013.12.25(수) - 2014.01.11(토)

    참여작가 최은경

    초대일시2013년 12월 25일 수요일 오후 05pm

    관람시간10:00am - 06: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와 조각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담 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 )

    연락처02-738-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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