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전체 - 긴밀한 경계

2016.04.16 ▶ 2016.05.15

갤러리 소소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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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ㅣ 2016-04-14 18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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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혜영

    ectype H polyurethane resin varnish, 955x79mm,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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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혜영

    ectype D steel, polurethane resin varnis, 12008x551x1033, 2015

  • Press Release

    긴밀한 경계, 분리와 결합의 변증법
    김홍기 / 미술평론가

    서혜영은 벽돌의 작가이다. 어느덧 15년 이상 그의 작업은 한결같이 벽돌이라는 모티프를 출발점으로 삼아 왔다. 작업의 형식은 때로는 드로잉으로 때로는 조각으로 달라지지만, 그 창작의 첫걸음은 언제나 이차원적 공간이나 삼차원적 공간에 벽돌을 쌓아 올리는 행위로 이루어진다. 서혜영에게 벽돌은 현실 세계를 구성하는 최소 원자이자 그의 조형 세계를 축조하는 기본 단위이다. 그의 창세기는 벽돌이 있으라는 태초의 명령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벽돌은 말 그대로 벽을 쌓아 올리기 위한 재료이다. 벽돌을 쌓는 행위는 벽을 세우는 작업이다. 그리고 벽을 세우는 행위는 공간을 분리하는 동시에 결합하는 역설적인 작업이다. 벽은 안과 밖을 분리하는 경계이지만, 바로 그 경계를 통해서만 안과 밖이 특정한 관계를 이루며 서로 결합하기 때문이다. 분리하는 척력과 결합하는 인력이 서혜영의 벽돌에 담긴 두 역설적인 힘이다. 이 힘들이 서로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다종다양한 효과들이 바로 그가 벽돌로 축조한 세계의 무늬인 것이다.

    벽돌이 분리하고 결합하는 안과 밖은 여러 층위에서 변주된다. 벽돌은 실내와 실외 사이의 벽, 체내와 체외 사이의 벽, 내적 자아와 외적 세계 사이의 벽, 개인 심리학과 집단 사회학 사이의 벽,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 사이의 벽, 실재와 재현 사이의 벽 등 다양한 층위의 경계를 모두 은유하는 시각적 모티프로 이해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벽은 물리학, 생물학, 심리학, 사회학, 미학을 관통하는 보편적 구성 원리라고 할 수 있다. 때에 따라 서혜영의 벽돌은 풍경(자연)과 건축(문화)을 가로지르는 벽이 되기도 하고, 밀실(사적 공간)과 광장(공적 공간)의 경계가 되기도 하고, 생명체의 안과 밖을 가르는 피부가 되기도 하고, 재현된 세계와 현실적 세계의 경계이자 관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태초에 벽돌이 있었다. 그리고 벽돌이 모여 경계(벽)가 들어섰다. 빛이 생겨남으로써 낮과 밤이 나뉘고 궁창이 만들어짐으로써 궁창 아래의 물과 궁창 위의 물이 구분되었듯이, 내부와 외부, 자아와 세계, 풍경과 건축, 재현과 실재도 애초부터 따로 있었던 게 아니라 ‘벽’이라는 사이 공간이 먼저 생겨남으로써 그 모든 분리와 결합이 생겨나는 것이다. 서혜영의 벽은 이처럼 분리와 결합을 반복하는 모든 사물의 기원을 은유한다. 기원에 대한 관심이 드로잉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예술적 몸짓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서혜영은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조각을 전공했고 이번 전시에서도 여러 벽돌 모티프의 조각을 선보이지만, 그의 작품세계에서 드로잉은 조각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아무것도 없는 흰색의 평면 위에 선을 긋는 드로잉의 행위는 이차원적 세계에 ‘벽돌’을 쌓아올려 경계를 만들고 이쪽과 저쪽을 분리하고 결합하는 창조의 근원적 순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의 무한히 증식하는 벽돌 조각도 삼차원의 공간에 벽을 ‘긋는’ 일종의 드로잉일 수 있다. 그에게 드로잉은 이차원적 조각이며 조각은 삼차원적 드로잉인 셈이다. 드로잉에서의 난제가 조각을 통해 해답을 얻기도 하고, 조각이 궁지에 몰릴 때 드로잉이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주기도 한다.

    그런데 창조의 근원을 이루는 경계는 절대적이지 않다. 그 경계는 조밀하고 불투명하기는커녕 많은 구멍을 지닌 반투명한 경계다. 그것은 막(幕)이나 피부에 가까운 것이다. 서혜영이 창조한 세계의 경계는 이쪽에서 저쪽이 비치는 반투명한 막, 신체를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동시에 외부의 양분을 체내로 통과시키는 피부와 같다. 실제로 그의 조각의 촘촘한 벽돌 모티프들은 직사각 형태의 수많은 작은 구멍이기도 하며, 그가 이번에 선보인 붉은색의 드로잉은 여러 장의 반투명한 인화지에 그린 드로잉들을 차곡차곡 겹쳐 놓아 은폐되기도 하고 노출되기도 하는 선의 이중성을 효과적으로 연출한다. 만약 그 경계가 너무나 조밀하고 불투명했더라면 이편과 저편의 관계는 분리가 아니라 단절로 치달았을 것이고, 반대로 너무나 성기고 투명했더라면 여러 층위의 이분법적 대상들은 서로 결합하는 게 아니라 식별 불가능할 정도로 혼합되어 버렸을 것이다. 단절이나 혼합으로 치닫지 않고 분리와 결합의 유희를 지속시키는 경계, 모형(ectype)과 통로(passage)의 성질을 한꺼번에 지닌 경계, 그것이 서혜영이 벽돌로 쌓아 올린 경계의 고유한 성질이다. 그러므로 이곳에는 완전한 고립도 없고 완전한 개방도 없다. 밀실의 어딘가는 늘 광장으로 트여 있고, 광장의 어딘가에는 항상 밀실과도 같은 사각지대가 있다. 재현으로 틈입하는 실재와 실재로 육박하는 재현이 마치 무염수태와도 같이 매개 없는 월경(越境)을 지속한다. 투명과 불투명 그 어디로도 치우치지 않는 반투명한 세계의 근원으로서 이 경계는 매 순간 긴장을 유지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먹줄을 튕겨 그은 힘 있는 선의 긴장감이 그 팽팽한 경계의 균형을 시각화한다. 이것이 바로 ‘긴밀한 경계’의 전모가 아닌가 싶다.

    때때로 과거에 작가는 벽돌 사이로 사람이나 사물의 형상을 겹쳐 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아무런 형상 없이 그저 벽돌과 선과 색만으로 이 긴밀한 경계의 모습을 연출한다. 이런 금욕적인 자세는 어떠한 구체적 형상도 미처 생성되기 이전의 진정한 창조의 근원으로 성큼 다가서려는 작가의 의지로 읽힌다. 대신 그는 조각에 색을 입히는 실험을 감행한다. 때로는 전혀 다른 색의 벽돌 구조들이 서로 결합되기도 하고, 때로는 명도와 채도가 다른 여러 노란색의 벽돌 구조들이 중첩되기도 한다. 이렇듯 작가는 벽돌로 쌓은 경계를 시발점으로 삼아 빛과 색의 생성과 분화의 순간까지 포착하려 한다. 이번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소소의 공간은 빛과 색의 실험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보인다. 통 유리를 통해 풍경에서 건축으로 진입하는 자연광이 서혜영의 조각과 만나 빛과 색의 다채로운 분리와 결합을 가능케 한다. 결국 그가 벽돌로 쌓아올린 경계들은 무한한 분리와 결합의 가능성을 간직하고 있다. 그 비밀스러운 가능성이 열리는 순간, 세계는 ‘하나의 전체’로서 우리에게 드러나는 것이다.

    전시제목하나의 전체 - 긴밀한 경계

    전시기간2016.04.16(토) - 2016.05.15(일)

    참여작가 서혜영

    초대일시2016-04-14 18pm

    관람시간11:00am - 06:00pm

    휴관일월요일

    장르회화와 조각

    관람료없음

    장소갤러리 소소 Gallery SoSo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92 )

    연락처031-949-8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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