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풍경

2017.09.09 ▶ 2017.09.30

문화공간 양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거로남6길 13 (화북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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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ㅣ 2017년 09월 09일 목요일 03: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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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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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녹스

    33.509194, 126.560833 피그먼트 프린트_30×45cm_2017

  • 작품 썸네일

    정현정

    거로 파노라마 피그먼트 프린트_37.5×100cm_2015

  • 작품 썸네일

    도녹스

    전시전경

  • Press Release

    진짜 풍경, 가짜 풍경 그리고 이상한 풍경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사이렌은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해 배를 난파시키는 요정이다. 호메로스가 쓴 오디세이의 주인공 오디세우스도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이렌을 만나게 된다. 밧줄에 자신의 몸을 묶어 사이렌이 사는 섬을 통과하여 결국 고향으로 가게 된다. 사이렌의 유혹을 이기고 고향으로 돌아간 오디세우스가 행복할까? 아니면 마치 돌아갈 고향이 없는 것처럼 정처 없이 떠도는 사람들이 사이렌의 유혹에 빠져드는 것이 행복할까? 우스꽝스러운 이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것은 바로 ‘현대’라는 시·공간에서 우리가 체험하는 감각적 경험의 방식 때문일 것이다. 현대인들은 잠시나마 충만한 감각적 경험을 하고자 어떤 문화·예술적 형식을 찾아 헤맨다. 오디세우스의 행동과는 정반대로 대가를 내면서 사이렌의 유혹을 찾아다니는 꼴이다. 여기서 우리는 디지털카메라나 스마트 폰으로 쉴 새 없이 스냅 사진을 찍고 저장하며 공유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도녹스, 정현정, 젊은 두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자신들의 감성을 잠시나마 가득 채워줄 스냅 사진을 도구이자 재료로 사용하여 낯설지만 예쁘고, 익숙하지만 이질적인 새로운 타자적 풍경을 구축했다. 거로 마을에 살았거나 사는 두 아웃사이더들은 비틀어지고 뒤바뀐 시선을 통해 오랫동안 견고하게 구축된 거로의 의미 있던 공간들을 저 멀리 던져버렸다. 그리고서 과거에 살았던 혹은 과거 속에 사는 주체들은 언제나 거기에 존재했지만 결코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을 작가들이 발견하고 만들어 냈다. 이제, 거로의 진짜 풍경과 가짜풍경 그리고 이상한 풍경이 무엇인지 다시 질문을 던져봐야 할 때가 왔다.

    도녹스의 작품을 얼핏 보면, 기존 작가들이 해왔던 것처럼 사진에 디지털 합성 작업을 덧입혀 확장된 사진으로 만들어 내는 것처럼 볼 수 있다. 이런 작업은 잘못하면 일상적 사물에게 제의적 가치를 억지로 부여하는 듯한 헛된 노력으로 나타나기가 쉽다. 하지만 이번 작품이 그런 작업과 다른 점은 사진의 생생함을 위해 작가의 매개적 작업이 정교하게 들어가 있지 않다는 점이다. 사진을 좋아하지만 사진을 잘 모른다는 작가의 말 속에서 작가 스스로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어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선택한 것으로 생각한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전봇대의 전깃줄, 길가에 설치된 소화전, 마을 도로, 뒷동산, 작가가 길렀던 ‘두리’ 그리고 제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돌담, 팽나무, 하천 등등 이처럼 작품의 바탕이 되는 사진들은 매우 사적이고 파편적인 스냅사진들이다. 작가는 맥락들이 분절된 이런 사진들을 캔버스로 만들어 색을 들이붓기도 하고 도형적인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작품들은 사진도 아니고 회화도 아닌 어디에도 없는 변종이 되어버린 듯하다.

    작가는 3살 때부터 제주에서 살았지만, 거로 마을로 온 지는 2년 정도밖에 안 되었다. 거로마을에 살기 시작한 해에 눈이 너무 많이 내렸고, 작가는 마을이 그때 아무도 살지 않는 영화 세트장 같았다고 한다. 매일 누군가 마을에서 쓰레기를 태우면서 나는 연기,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전깃줄, 마을에 뒹굴고 있는 원색의 사물들이 색과 그림이 함께 더해져 저녁에 불 켜진 환상적인 놀이동산처럼 예쁜 가짜 풍경들을 만들어 냈다.

    정현정은 8개월간 제주의 거로 마을에서 살았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웹툰 ‘알아집니다’를 그렸다. 이번 작품은 웹툰의 그림 중에서 선택되었다. 화북방파제, 삼양 검은 모래 해변, 용눈이 오름, 문화공간 양 등은 작가의 소중한 추억이 담겨 있는 장소로 실제 제주에 있는 풍경들이다. 많은 만화 풍경 컷들이 그렇듯 작가 자신이 찍은 풍경 사진을 가지고 작업했다. 작가는 파노라마적 풍경을 구현하거나 특정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사진을 자르고 붙여 구성된 사진을 만들었다. 이런 구성된 사진을 바탕으로 트레이싱 기법을 사용해 완성했다. 이렇게 구현된 풍경은 어딘가 익숙하기도 하고 어딘가 이질적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가 두 눈으로 보는 장면은 일종의 환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자연풍광 앞에 섰을 때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이 마치 파노라마 영상처럼 보일 때가 있다. 바로 그 순간 시각장에서는 시신경이 연결되지 않은 곳이 있다. 그래서 실제로 우리 눈에 일차적으로 보이는 것은 검은 점이 군데군데 찍힌 이상한 풍경이다. 뇌 혹은 의식이 그런 것들을 바로잡아 완전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우리는 진짜 풍경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스스로가 만들어낸 가짜 풍경을 보는 것이기도 하다(미치오 카쿠, 『마음의 미래』, 김영사, 2015, p64~65.).

    거로 마을에 오래 사는 사람이 ‘거로 파노라마’ 작품을 보면 바로 마을 운동장 가는 길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마을에 살지 않는 사람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이 매력적인 풍경에 반해 실제 그 장소를 가보면, 여기가 맞나 갸우뚱하게 된다. 실제 풍경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보일락 말락 한 바다, 조금 남아 있는 귤밭, 시야를 가로막고 있는 건물의 풍경이 지금의 진짜 풍경이다. ‘거로 파노라마’는 실제 장소의 사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다. 작가는 자신의 바람을 담아 바로 앞에 널찍이 펼쳐지는 바다와 넓은 귤밭으로 바꾸고 답답한 건물을 삭제하여 어딘가 본 듯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이렇게 다시 생각해보자. 오래 전의 ‘거로 파노라마’의 길을 기억하는 이가 건물도 없고 넓은 귤밭이 있으며 눈 앞에 펼쳐지는 깨끗한 바다와 커다랗고 하얀 뭉게구름을 품은 이 작품을 보았을 때 그 사람에게는 먼 과거에 봐왔던 진짜 풍경일 수도 있을 것이다.

    ■ 문화공간 양 관장 김범진

    전시제목가짜 풍경

    전시기간2017.09.09(토) - 2017.09.30(토)

    참여작가 도녹스, 정현정

    초대일시2017년 09월 09일 목요일 03:00pm

    관람시간12:00pm - 06:00pm

    휴관일일,월요일 휴관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문화공간 양 CULTURE SPACE YANG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거로남6길 13 (화북2동) )

    기획문화공간 양

    후원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문화예술재단

    연락처064.755.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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