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llel Grounds

2017.12.01 ▶ 2017.12.30

챕터투

서울 마포구 동교로27길 54 (연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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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희원

    좌) Untitled (drawing exercise with sankis temolate no.101), 130x162cm, ballpointpen on canvas, 2016 우) Untitled (drawing exercise with sankis temolate no.106), 130.3x97cm, ballpointpen on canvas,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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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희원

    Hazy ground 2017, spray on glass panel, 112x14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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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희원

    Cascade 2017, acrylic on acrylic panels, 100x19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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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희원

    Track of the season 2017, mixed media on acrylic panels, 65x6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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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희원

    전시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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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희원

    Blind Site_Clear fantasy, clear reality 2017, oil on linen, 200x13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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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희원

    전시전경

  • Press Release

    어떤 풍경의 화가
    회화가 성립하는 토대에 관심을 갖는 것은 화가에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스스로 시각 기호나 장식 패턴으로 통용되는 보통의 그림과 구별되는, 역사적으로 규정된 특정한 계열로서의 회화를 수행한다고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무엇이 회화라는 특이한 존재를 떠받치는가? 이에 응답하여, 사회적인 것로서의 미술 제도, 기하학적 또는 물질적인 것로서의 캔버스, 산업적인 것으로서의 물감에 이르기까지, 화가에 선행하여 회화의 존재를 조건짓는 여러 일반적 조건들이 화가의 탐구 대상으로 호출되어 왔다. 지난 몇 년간 오희원이 해 왔던 일도 기본적으로 그와 같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탐구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반복해 왔는데, 이런 접근은 2014년 첫 번째 개인전 『White Void - 공백의 반응』展에서 처음으로 완결적인 형식을 갖추었다.

    당시 전시는 두 가지 유형의 작업으로 구성되었다. 하나는 전시물이 놓이지 않은 텅 빈 전시장들의 모습을 그린 「Blind Site」 연작이고, 다른 하나는 전시가 열리는 경복궁 일대에서 1999년부터 2013년 사이에 전시공간의 분포 변화를 시각화한 「Moving Track [No.02]」이다. 아직 초기작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 작업들은 오희원이라는 작가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를테면 「Blind Site」는 실제로 전시물이 모두 철거된 전시장에 머물면서 눈에 보이는 풍경을 묘사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시물이 설치된 상태의 전시공간을 직접 경험한 후에, 자신의 촉각적인 기억과 사진 기록을 바탕으로 캔버스 위에서 전시물을 지워 없애는 방식으로 그려진 것이다. 그것은 전시장이 전시물을 잘 보이게 하는 공간으로 정상 작동하는 한에는 관객의 시야에 들어올 일이 없는 풍경이다. 현대적인 화이트 큐브 전시장은 개념적으로 외부와 차단된 투명한 공간을 지향하기에, 전시공간을 구성하는 하얀 벽체나 잿빛 바닥은 모두 되도록 비물질적으로 보이도록, 더 정확히 말해 비가시적으로 관객의 시선을 회피하도록 조성된다. 작가가 캔버스 위에 정교하지만 두텁게 얹은 물감으로 재구성하는 것은 바로 이 자기 부정적 또는 자기 은닉적인 공간이다. 그것은 회화라는 특이한 가시적 대상이 존재할 수 있는 특이한 비가시적 환경으로서 발견된다.

    당시 작가는 마치 생태학자처럼 자신의 발견을 기록하고 확장했다. 말하자면 그는 회화의 서식처로서 개별 전시공간들이 어떤 모양인지 기록하고, 전시공간들의 군락이 어떤 지역에 어떤 패턴으로 분포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추적했다. 하지만 얼핏 객관적이고 무심해 보이는 그 시선에는 멸종위기종을 기록하는 사람의 애수 같은 것이 어려 있었다. 거의 4년만에 열리는 이번 개인전 『Parallel Grounds』展를 염두에 두고 말하자면 겨울을 마주한 이의 비애감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여름보다는 겨울에 가깝다. 나뭇잎이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으면서 문득 의식하게 되는 청명한 시야가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이를 가시적인 것 이면의 어떤 진실을, 또는 단순히 어떤 공허를 폭로할 기회로 삼지 않는다. 단지 그는 아지랑이가 걷히고 수증기가 얼어붙으면서 생겨나는 풍경의 변화에 집중하고, 그에 능동적으로 반응하고자 한다.

    그것은 무슨 풍경인가? 무엇보다도 그것은 회화의 풍경이다. 당신은 전시장을 거닐면서 회화라는 매체의 길고 끝없는 황혼에 대해 생각해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Parallel Grounds』展에서 이 풍경은 한 장의 풍경화 또는 역사화로 압축되지 않는다. 작가는 그 어슴푸레한 풍경을 관측하는 외부적 시점을 구축하기보다 그 풍경 속에서 길을 더듬어 찾는 편을 택했다. 그리고 그 길은 회화의 풍경 바깥으로 나오는 길이 아니라 더욱 더 그 풍경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이 전시를 이루는 입체적 풍경은 결국 작가의 그런 주관적 궤적이 재구성된 것이다. 그것은 회화의 역사이기 이전에 한 화가의 역사로서, 한눈에 조망되지 않고 하나의 평면 안에 가둘 수 없는 시간적 전개를 공간적으로 펼쳐 놓는다. 하지만 이는 역사적으로 잘 확립된 장르인 ‘화가의 자화상’과는 또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여기서 화가의 존재는 강렬한 붓질이나 구체적인 형상을 통해 전시장에 현현하지 않는다. 애초에 이 회화들 자체가 공간으로부터 튀어나와 주변 공간을 비가시적으로 배경화하는 관습적 논리를 따르지 않는다. 대신 이것들은 투명하거나 반투명한 기판으로 확장되면서 자신을 뒷받침하는 공간을 가시화하고, 그 공간 위에 무언가를 덧그려 나가며, 그럼으로써 개별 회화 작업으로 환원되지 않는 어떤 풍경을 이룬다. 화가의 존재는 이 풍경의 공간과 그것이 구축된 시간 속에, 그가 고르거나 버린 재료와 기법과 프로세스들의 연쇄 속에 분산되어 있다. 마치 화가 자신이 회화의 바탕으로서, 회화가 생장하고 서식할 수 있는 하나의 토양으로서 회화를 둘러싼 공간 속에 녹아들고 싶어하는 것처럼.

    그 결과는 유기적이기보다는 무기적이고, 따뜻하기보다는 서늘하다. 어떻게 봐도 약동하는 생명의 세계라기보다는 암석이 결정화되고 물이 순환하고 번개가 내리치고 햇빛이 반짝이는 생명 이전의 세계에 가깝다. 여기서 회화는 비인간적이고 비기계적이고 비생명적인 어떤 자연을 향한다. 물이 굳어서 돌이 되고, 돌이 녹아서 물이 되는 세계. 여기서 레퍼런스를 찾아내기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를테면 사진, 컴퓨터, 인쇄물 같은 비회화적 미디어의 경험이 회화의 시공간을 폭파시키고 새로운 질서의 모색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실제로 오희원은 지난 몇 년간 회화 작업보다는 여타 미디어의 감각을 모형화하는 일련의 테스트 작업에 좀 더 집중해 왔다. 그리고 이번에 전시하는 공간을 시각화한 「Blind Site」 신작을 제외하면, 전시에 들어간 대부분 작업이 유화물감이 아닌 다른 안료들로 제작되었다. 그럼에도 『Parallel Grounds』展가 명백하게 회화에 대한 전시로 보이는 것은, 비회화적인 것에 대한 탐구가 회화가 아닌 다른 무언가에 대한 추구로 나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일관되게 백색의 전시장에 존재하는 무언가 그려진 것으로서의 회화에 집중한다.
    이때의 회화라는 것은 무엇보다도 광학적이고 물리적인 실체다. 그것은 보여지기 위한 것이자 보여주는 것으로서, 객관적 대상으로 존재하지만 엄밀히 환경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화이트 큐브 전시장이라는 통제된 환경에 최적화된 존재로서, 자신을 위한 빛과 공간을 요구한다. 오로지 그 공간 안에서만, 그것은 자율적인 것으로 출현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존재를 성찰하는 회화는 자기 존재의 근간이 되는 공간으로 시선을 돌리고, 그와 일체화된 반투명한 모습으로 자신을 변형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그것은 역사도 제도도 심지어 화가라는 영웅적 주체도 필요로 하지 않는 어떤 자율적 현상으로, 마치 자연 풍경처럼, 출현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것은 유리 온실 속에 조성된 자연 생태계처럼 인위적이고 또 연약한 것이다.

    이 풍경의 연출가로서, 또는 어떤 광물질의 정원사로서, 작가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전시를 이루는 작업들은 전시공간 속에서 자라나고 다시 용해되는 살얼음 같은 것이 아니라 전시장 바깥에서 만들어지고 보관되어야 하는 것이다. 오희원은 화가를 회화와 마찬가지로 어떤 광학적이고 물리적인 실체로, 환경에 독립적인 행위의 주체가 아니라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어떤 자율적 운동의 일부가 되어가는 존재로 구성하려는 의지가 있다. 그 존재는 스스로 규칙을 설정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속한 물리학적 세계의 규칙(이를테면 중력의 작용)이나 생물학적 세계의 규칙(이를테면 눈과 손의 생리학적 구조나 피로의 축적)을 무효화하지는 못한다. 작가는 화가와 회화가 개별적 존재로 식별되기에 앞서 이렇게 중첩되는 여러 겹의 관계망 속에 놓여 있음을 드러내 보이고, 바로 그런 관계망 자체를 어떤 회화의 자연으로, 자기 탐구적 회화의 시작이자 끝으로 일으켜 세운다. 이 같은 기이한 자연주의는 무엇보다도 인간 세계의 번잡한 역사로부터 회화를 분리시킨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말해서, 그 분리를 보장하는 것은 하얗게 칠해진 전시장 벽체, 그 한 겹의 페인트칠뿐이다. 풍경은 신기루처럼, 전시가 끝나면 흩어질 것이고, 불투명한 박스 안에 조각조각 보관될 것이다. 하얗고 밝은 전시공간에서 다시 깨어날 때까지. -시각문화 연구자. 저서로 『1002번째 밤: 2010년대 서울의 미술들』, 『문서는 시간을 재/생산할 수 있는가』, 역서로 『광학적 미디어』, 『기록시스템 1800/1900』 등이 있다. ■ 윤원화

    전시제목Parallel Grounds

    전시기간2017.12.01(금) - 2017.12.30(토)

    참여작가 오희원

    관람시간10:00am - 06:00pm
    토요일 11:00am - 06:00pm

    휴관일일요일 휴관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챕터투 CHAPTERⅡ (서울 마포구 동교로27길 54 (연남동) )

    연락처070.489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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