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야 할 약속장소를 정할 때 서로의 편의를 위한 중간지점을 찾는 것은 쉽지만 (실제로 두 곳의 중간지점을 찾아주는 어플리케이션도 있다.) 어느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넘어갈 때 그 '중간 지점'이 어디인지 정확히 지정할 수 있을까?

물체의 상태변화에서 중간지점이라 부를 수 있는 부분은 '완전히 다른 상태로 넘어가기 직전'인 일정온도구간이라고 생각했다. 이 구간에서는 두 가지의 상태가 공존하는데, 예를 들어 녹는점 구간에서는 고체와 액체 상태가 공존한다. 이때, 열을 가하더라도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보이지만, 분자의 열에너지는 분자 간의 결합에너지를 극복하고 고체에서 액체로 변화시키는데 모두 쓰이고 있다.

몇 년 동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입장에서 목격한 '우사단길의 상태변화'과정에 주목하고자 한다. 처음 이곳을 찾은 2012년, 우사단길은 비어있는 가게들이 많았고 저렴한 임대료 덕분에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들어서고 있었다. 이처럼 조용하던 동네가 유명해진 것은 '계단장' 때문이었다.
계단장은 청년단체 '우사단단'이 재개발 이슈에 묶여 슬럼화된 동네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시작한 플리마켓이다. 계단장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게 되었지만 긍정적인 변화만 가져온 것은 아니었다. 치솟는 임대료와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인프라 문제 등으로 계단장은 개장 3년만인 2016년 잠정 폐장했다. 서울 홍대앞•이태원 경리단길•서촌 등에서 발화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우사단길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역의 상태 변화과정에서 우사단길은 현재 '일정온도구간'에 있다고 생각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전조를 보이지만 가로수길, 경리단길에서 보았던 특별한 상권 형성과 붐빌 정도의 유동인구와 같은 큰 변화는 찾아오지 않았다. 아직까지 우사단길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다. 2016년 서울시가 발표한 '한남뉴타운 변경지침안'에서 우사단로는 남겨야할 도시 조직으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지금처럼 1층은 공방이나 점포로 쓰고 그 위는 주택인 주상복합 건축물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길만 보존되는 것이지 지금의 노후된 건물들은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지난 몇 년 간 우사단길의 변화과정을 목격해온 나는 현재의 우사단길을 『일정온도구간』展으로 기록하고자 한다. 우사단길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 없지만, 이 기록이 우사단길이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는데 필요한 열에너지가 되길 바란다. 일정온도구간을 시각화한 드로잉은 2d에서 3d, 화면상의 선에서 실제 크기의 출력물로, 선에서 네온유리관으로 여러 번의 상태 변화과정을 거쳤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습은 평면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입체의 조형물이라 주장하기엔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다채널 작업 과정을 거쳤지만 완성된 형태는 어느 하나의 채널에 붙어있지 않고 떠있다.

이번 전시『일정온도구간』展은 우리가 평소에는 깊게 생각하지 않는 자신의 상태와 변화에 대해 탐구할 기회를 제공한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윈도우갤러리지만 주변과 다른 노란 빛과 밝은 네온으로 관객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사색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 조주현

전시제목일정온도구간

전시기간2017.12.08(금) - 2017.12.31(일)

참여작가 조주현

관람시간08:00am - 10:00pm

휴관일없음

장르설치

관람료무료

장소룬트갤러리 Rund Gallery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10길 88 (보광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