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진 개인전: We're No Here

2018.03.22 ▶ 2018.04.25

송은 아트큐브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421 (대치동, 삼탄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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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 포스터

  • Press Release

    망각을 기록하는 방법들

    기억은 종종 장소를 동반한다. 우리는 특정 사물을 혹은 특정 인물을 기억하기 위하여 당시 상황을 당시의 장소와 함께 자연스레 떠올리곤 한다. 가장 간편하면서도 흔하게 기억을 기록하는 방법은 사진이다. 자신이 기억하고자 하는 상황이나 대상은 그래서 상당히 사실적으로 기록될 수 있다. 그런데 사진을 들여다 볼 때마다 그 속에 보이는 장면들은 시간이 갈수록 새삼스럽다. 아마 자신의 머릿속에서는 그 당시의 상황이나 대상의 모양새만이 남겨지고 장소를 구성하는 풍경에 대한 기억은 점점 지워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유영진 작가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기억을 기록하는 방법은 흥미롭다. 그는 2013년 제작한 작품 <눈 깜짝할 새에(In a Twinkle)>에서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을 추적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학급 단체 사진에서 작가가 기억하는 친구들에게 전화하여 그들이 각자 기억하는 친구들을 사진에 남겨두고 나머지는 삭제하는 방법으로 기억을 기록하면서, 사진이라는 객관적 사실을 눈앞에 두고도 벌어지는 인간의 짧고 부정확하며 주관적인 기억을 확인하였다. 2017년에는 신작 <캄브리아기 대폭발>시리즈를 선보였는데 이는 서울의 특정 지역에 밀집된 다세대 주택 곳곳에 만들어진 부수적 구조물 혹은 그 흔적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이들을 채집하여 이를 마치 인간이 알고 있는 범위를 넘어서 존재하였던 생태계의 흔적으로 설정하여 이를 박제화 시키는 작업을 하였다.

    2018년 3월 22일부터 4월 25일까지 송은 아트큐브에서 열리는 개인전 “We’re No Here”에서 유영진 작가는 2013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풍화(The Weathering)>시리즈와 2012년도부터 제작해오고 있는 시리즈 등 두 가지 작업을 보여준다. 작품 <풍화(The Weathering)>시리즈는 처음 찍었던 사진으로부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 작가의 손을 한 번 더 거쳐 완성된다. 즉 작가가 자신의 기억을 추적하는 과정으로서의 기록은 몇 가지 단계의 ‘행위’로 구성되는 것이다. 그 첫 단계는 방문한 장소에서 인상적인 풍경을 선택, 사진 촬영을 하여 당시에 보았던 이미지를 담는 것이다. 다음 단계로, 몇 달 혹은 몇 년 후 이 장소를 기록한 사진을 보면서 기억에서 떠올렸을 때를 비교하여 작가의 기억 속에서 그 구체적인 모양새가 사라져 낯설게 보이는 대상이 선택된다. 선택된 대상은 아세톤으로 지워지는데 이로써 그 이미지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기억을 따라서 그 이미지를 재생산하는 행위로 치환된다. 완성된 장면은 지우다 만 흔적만 남겨진 모호한 이미지가 자리하게 되면서 작가의 망각 속으로 잠기고 있는 기억을 완성시킨다. 그가 2018년 전시를 위하여 다시 들춰본 이 시리즈의 사진들은 2013년에 완성시킨 기억과는 또 달라져 있었고, 이미지 속 많은 부분이 자신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음을 감지하였다. 그래서 원본 사진을 아세톤으로 지우는 과정은 2013년도에 구체적인 사물에 집중하였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이미지 속에서 어느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지점, 즉 장소로서의 영역으로 확장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종착지는 그의 기억이 다할 때까지 지속될 수밖에 없을 수도 있겠다.

    작품 는 그 제목 표기에서 ‘No Where’ 혹은 ‘Now Here’ 등으로 읽힐 수 있는 언어유희를 작동시키며 장소에 대한 의미를 전혀 다른 두 단어로 동시에 읽히는 것을 유도하고 있다. 제목에서 보여주듯 ‘지금 이 곳’이기도 하며 ‘아무 장소도 아닌 곳’이기도 한 그의 이미지는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기는 하지만 누구도 볼 수 없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 작업 시리즈는 작가가 평소에 좋아하는 장소를 대상으로 한다. 작가는 특정 장소를 소유하는 개념으로 사진 매체를 작동시키는데, 그가 선택한 장소는 자신이 자주 가보는 공공장소이다. 이 장소는 동시에 다른 이들이 접근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곳이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사적으로 표현하는 행위로서 사진의 조작을 통하여 ‘소유된 공간’을 구축한다. 그 구축 과정은 이렇다. 그가 선택한 공간은 어느 날 24시간 동안 작가에 의하여 점유(촬영)된다. 24시간 동안 촬영된 사진들은 시간대 별로 다른 색상들로 드러난다. 즉 밤과 낮, 새벽, 해질 무렵, 한낮, 오전 등의 시간마다 달라지는 그림자의 길이, 공기의 색, 구름의 모양, 도시 가로등의 변화 등등이 시간 단위마다 여러 장의 사진으로 기록된다. 작가는 이들을 조합하기 시작하여 한 화면 속에 하루 동안 변한 시간대를 배치하여 그 공간은 한 화면 속에서 다양한 시간이 존재하는 이질적 화면을 만든다. 그럼으로써 결과물로 드러난 사진은 같은 장소이되 그 누구도 보지 못했던 낯설고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변하게 되며 작가만이 인식할 수 있는 공간의 이야기가 남겨진다. 작가는 이 작업을 개인적인 소유의 개념에서 시작하였으나 2016년에 가졌던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의 전시에서는 이를 타인의 시선에 대입하고자 다른 이들이 지정하는 풍경으로 작업하는 것을 실험했다. 몇 번의 시도 후 그는 ‘소유’라는 개념이 온전하게 작가 자신의 취향과 시각을 발휘해야 하는 것에 대하여 그리고 해당 공간에 대한 철저한 감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 같다. 그는 이후 다시 자신만의 풍경을 만드는데 몰두하고 있다. 온전히 그의 기억이자 그의 취향으로 소유되면서 온전히 스스로의 망각으로 향하고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 김인선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대표

    전시제목유영진 개인전: We're No Here

    전시기간2018.03.22(목) - 2018.04.25(수)

    참여작가 유영진

    관람시간09:00am - 06:30pm

    휴관일토-일요일, 공휴일 휴관

    장르사진

    관람료무료

    장소송은 아트큐브 SongEun ArtCube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421 (대치동, 삼탄빌딩) )

    연락처02.344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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