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녹는다

2018.07.14 ▶ 2018.07.29

플레이스막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홍제천로4길 39-26 (연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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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미정

    틀니 손질하는 아저씨 Acrylic on canvas_130.3x162.2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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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미정

    안녕을 비는 숲6 Acrylic on canvas_22.7x15.8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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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선희

    놓아버린 것 캔버스에 아크릴_116x91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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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선희

    행복에 의지 캔버스에 유화_73x61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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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미정

    모여있는 할머니들 Acrylic on canvas_91x91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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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미정

    전시전경

  • Press Release

    회화의 시선이 머무는 곳

    [오늘 녹는다]


    오늘도 어김없이 또 하루의 일상이 반복된다. 반복된 일상은 평온함의 연속인 듯 보인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등가방을 지고 발걸음을 재촉하듯 걷는 학생들, 강아지와 함께 동네를 산책하는 사람들, 상점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들… 이처럼 차분하게 움직이는 일상은 저마다 삶을 지탱하고 유지하려는 물속의 숨겨진 발길질이 있기에 가능한 것은 아닐까. 미세한 온도 자극에도 얼음의 상태가 변하듯이 삶은 크고 작은 변화의 연속이다. 독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Karl Jaspers)는 인간은 갖가지 상황(situation)속에 놓이며 생을 영위한다고 말한다. 그 상황은 끊임없이 운동하며 변화한다. 우리는 이렇게 변화하는 상황을 극복하거나 피하기도 하지만 고뇌, 죄악, 죽음, 고통, 생존 등과 같은 피할 수 없는 사태, 즉 한계상황(Grenzsituation)에 직면하기도 한다.

    <오늘 녹는다>는 삶에서 지금 우리가 직면한 끊임 없는 변화와 자극 그리고 이를 대하는 저마다의 모습에 대한 은유이다. 이번 전시는 배미정 그리고 최선희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다양한 삶의 순간을 담은 회화 작품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내밀함을 드로잉으로 대화하듯 서로 주고 받은 ‘대화-드로잉’으로 구성된다.


    [바라보기의 효과]

    배미정, 최선희의 작업은 바라보기로부터 시작한다. 주변의 장소, 사람들, 소소한 일상의 사건들을 차분히 관조하듯이 바라본다. 라캉은 거울 단계에서 바라보기의 효과를 설명하며 동물실험의 예를 든다. 실험에 따르면 암비둘기의 생식선 발달은 성에 관계없이 같은 종류의 비둘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성숙한다고 한다. 즉, 바라보기를 통해 동일화 되어 가는 것이다. 아이는 거울단계에서 바라보기를 통해 자신과 타자를 동일시 하면서 자신의 욕망을 타자에 종속시킨다.

    배미정 작가는 바라보기를 통해 타인의 시선에 가까워 지기를 기대하지만 반대로 타인과 자신의 시선 사이의 간극을 확인한다. 그는 개인전 <애정지도>(2012.12.26~2013.01.01 갤러리 도스)에서 불특정 다수를 인터뷰하고 그들만의 마음의 장소를 직접 찾아가 이를 회화로 표현하였다. 그는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말한 장소와 느낌을 최대한 표현하려고 하였지만 ‘타인의 삶은 어느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설 수 없는 판타지가 되어 버린다’ 고 말한다. 이러한 시선의 간극은 그의 회화 공간이 예측할 수 없이 분할되고 어지럽게 부유하는 비현실적 세계를 연출하는 효과를 만들며 인터뷰 대상자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무의식의 장소로 우리를 이끈다.

    최선희 작가의 바라보기는 타자 속 자신의 발견이며 자신 속에 존재하는 타자의 표출이다. 예를 들어 그가 그림의 소재로 언급한 극장에서 혼자 울고 있는 여자, 놀이공원에서 죽도록 행복해 하는 아이들, 다리 위에서 감정없이 한강을 바라보는 눈빛은 자신과 타자를 동일시 하면서 발견되는 불안, 상실, 고립, 관계, 욕망 등과 같은 우리의 내밀한 모습들이다. 이러한 바라보기를 통한 동일시는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효과를 준다. 화폭에서 표현된 내밀함은 인물의 표정이 아닌 배경의 형상과 색을 통해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인물과 배경의 경계가 뭉개지고 모호해지면서 하나의 추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화면의 구성 : 공간, 사람, 색]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 회색 모노톤의 공간 한 쪽 멀리 한 사람이 서있다 <보금자리>(2013). 최선희의 회화는 공간과 인물로 구성되지만 그 어느 것도 구체적인 정보를 주지는 않는다. 인물은 공간 속에서 멀리 혼자 서있으며 희미하게 사라질 것 같은 미미한 존재감을 보인다. 먼 인물의 위치로 작가의 시선은 그림 밖에서 조용히 바라보고 있음을 알려주고 그림을 보는 우리에게도 거리를 두고 바라보기를 요구하는 듯 하다. 짧은 제목을 보고 그림을 다시 본다. 멀어서 알 수 없는 인물의 표정은 되려 절제된 회색 톤의 배경 전체를 통해 선명하게 환원된다. 배경과 형상의 경계가 모호해진 그의 회화는 절제된 듯 차분하게 표현된 색조와 뒤섞이고 종국엔 하나의 거대한 감정의 덩어리로 다가온다.

    배미정의 인터뷰 작업은 분할된 평면 위에 여러 이미지들이 콜라쥬와 같이 복잡하게 구성되면서 초현실적 세계를 연출한다<37˚51´26.41˝N, 126˚92´72.27˝E 어디 가서 쉬라고!>(2012). 이는 인터뷰 대상자와 자신이 가진 시선의 차이, 그리고 기억의 파편과 왜곡에 기인한 결과일 것이다. 또한 형광빛의 화려한 색감은 마치 빛에 과다 노출되어 훼손된 필름과 같이 기억이 인화된 사진의 인상을 주기도 한다. 반면에 <틀니 손질하는 아저씨>(2018)와 같이 인터뷰를 하지 않고 자신의 시선을 직접 투영한 그의 최근 작업들은 분할된 면과 이미지들의 레이어가 사라지고 나무와 새, 그리고 사람들로 이루어진 판타지적 구성에 화려한 색감이 더해져 동화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시 사람 그리고 삶]

    배미정, 최선희의 회화는 분할되고 뒤섞인 초현실적 구성, 모호하고 몽롱한 추상적 공간 그리고 강렬함과 절제 양극단의 비현실적 색채 등으로 표현되면서 우리를 무의식의 세계로 이끄는 듯 보이지만, 그 회화 공간에 숨겨진 듯 놓여진 사람의 존재는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곳이 현실임을 환기 시켜준다. 그들의 바라보기는 삶에 대한 애정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 담긴 따뜻한 시선이다. 그리고 주변의 모든 존재를 인식하고 각각의 소중함을 찾는 시선이다. 배미정, 최선희는 자신들의 회화를 통해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태도를 전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 송윤섭



    작가노트

    1년 반 정도 전에 야쿠시마 숲에 다녀왔다.

    해외여행이 처음인 내가 즉흥적으로 결정한 여행지가 원시림을 간직한 숲이라니…무엇을 보고 싶었던 것일까? 사람들 사이에서 잠시 떨어지고 싶었던 것도 같다. 그러나 내가 온갖 생명이 꿈틀거리는 그곳에서 결국 본 것은 삶, 서로가 서로를 침범하지 않는 공생이었다. 죽음과 생이 뒤엉켜 하나의 거대한 생명이 된 그곳에서 결국 온전하게 타인의 삶을 바라볼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여러 인터뷰 과정들 속에서 알게 된 내밀한 타인의 삶에서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만 사랑을 주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사실이 불편했다. 나 역시 이기적인 시선으로만 바라 보았고 그 차이에서 오는 거리감을 포착하면서 결코 다가갈 수 없는 공간 그 자체만을 표현하는데 치중해왔다.

    이제야 온전하게 여전히 불편한 그 순간을 있는 그대로 각자의 방식대로 사랑을 표현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인정하고 시각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래도록 보지 못한 그녀와 또 다른 그녀를 보러 갔다.

    그녀가 펴지지 않는 또 다른 그녀의 주먹 진 왼손을 억지로 조금씩 펼치자 오래된 살냄새가 나의 코를 훅 찔렀다.

    그녀는 가방에서 베이킹 용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계량컵을 꺼내 익숙한 듯 물을 가득 담아와 또 다른 그녀의 왼손을 씻긴다. 금새 뿌옇게 변한 물을 다시 갈고 그 과정을 대 여섯 번 반복했다.

    억지로 손가락을 하나하나 떼어내야만 하는 터라 그 통증에 또 다른 그녀는 잦은 신음을 내면서도 연거푸 “고맙습니다”라고 말한다.

    이제 또 다른 그녀의 기억 속에는 그녀가 더 이상 딸이 아닌 것도 같다. 내가 더 이상 조카가 아닌 것처럼.

    그녀는 코를 찌르는 살냄새가 사라지자 손수건으로 물기를 깨끗이 닦아내고 두 손으로 주먹진 왼손에 향이 좋은 핸드크림을 부드럽게 발라주며 “이 정도 향은 풍겨야지“ 라고 말한다.

    또 다른 그녀는 순간 그녀의 딸을 알아본 듯 크게 웃는다.
    ■ 배미정


    저는 일상생활에서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작업으로 가져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는 것은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예를 들면 극장에서 혼자 울고 있는 여자, 이른 새벽 거리에 앉아 있는 노인, 어린이날 놀이공원에서 죽도록 매달리며 행복해 하는 아이들, 길을 가리지 않고 무리 지어 찬송하며 안도하는 사람들, 다리 위 한강을 바라보는 감정 없는 눈빛, 다리 밑 그늘에 파고드는 사람, 웃고 있는데 울음을 담고 있는 얼굴 등 강박처럼 반복되고 출현하는 일상의 모습은 아슬아슬 하게만 느껴집니다. 저마다 자기 만의 방식대로 세계를 유지하려 할 때 파생되는 불안, 상실, 고립, 관계, 욕망 등이 어긋난 틈을 메우듯 행위로 드러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듯 드러나 보이나 숨는 것과 같고 숨바꼭질 같은 불안전한 우리들의 일상을 드로잉과 페인팅으로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 최선희

    전시제목오늘 녹는다

    전시기간2018.07.14(토) - 2018.07.29(일)

    참여작가 배미정, 최선희

    관람시간12:00pm - 07:00pm

    휴관일월요일 휴관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플레이스막 placeMAK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홍제천로4길 39-26 (연희동) )

    주최플레이스막

    연락처+82.10.3493.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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