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문정 개인전: 無愛着(무애착) 도시

2018.08.01 ▶ 2018.08.26

송은 아트큐브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421 (대치동, 삼탄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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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ㅣ 2018년 08월 01일 수요일 06:00pm - 08: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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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문정

    무애착 도시_소실점 혼합매체, 가변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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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문정

    무애착 도시_소실점(detail) 혼합매체, 가변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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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문정

    무애착 도시_소실점(detail) 혼합매체, 가변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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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문정

    무애착 도시_소실점(detail) 혼합매체, 가변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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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문정

    전시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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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문정

    전시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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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문정

    무애착 도시_표본화 혼합매체, 150 x 150 x 12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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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문정

    무애착 도시_궤도 단채널 영상, 4분 53초

  • Press Release

    도시의 주권자들

    도시는 일정한 지역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도시에 사람만 많이 사는 것은 아니다. 높고 넓고 깊게 도시의 지상과 지하를 점유한 건물들이 있고, 인구보다 훨씬 더 많은 개체수의 미생물과 곤충부터 드문드문 보이는 날짐승과 들짐승까지 여러 종의 동물들이 있고, 돌담의 잡초부터 정원의 꽃나무와 줄지어 늘어선 가로수까지 무수한 식물들이 있다. 황문정의 ‘무애착 도시’는 인간적(human) 요소를 배제시킴으로써 도시의 비인간적(nonhuman) 요소를 전면에 내세운다. 인간은 자취를 감추고, 회전문에는 유령처럼 옷가지만 나풀거린다. 도시에서 흔히 보이는 아파트의 일부분, 모로 누워 있는 가로등, 벽에서 돌출된 벽돌들, 건물의 외벽으로 사용되는 유리 등 광물적 요소들이 천으로 재현되어 전시장에 놓여 있다. 정원수로 흔히 이용되는 회양목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재현되어 도시의 식물적 요소로서 전시장 한쪽에 걸려 있다. 이곳, ‘무애착 도시’는 인간이 부재하는 와중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각종 비인간(광물, 식물, 동물)이 도시의 주권을 되찾는 장소이다.

    황문정은 줄곧 도시에 속한 비인간에 관심을 가져 왔다. 그는 <세 나무가 함께 사는 방법>(2016)에서는 도시의 식물이 거주하는 희한한 방식을 보여주고, <식물 여행>(2016)에서는 식물을 배에 태워 여행을 보내주며, <위장, 개입, 동화>(2016)에서는 담벼락에 덧대어 세운 자그마한 텃밭을 가꾼다. 또한 <다람쥐 계단>(2015)에서 공원의 다람쥐가 나무를 쉽게 타도록 전용 계단을 만들어주고, <신선한 먹이 주기>(2015)에서 높은 곳에 둥지를 튼 새들에게 먹이를 운반하는 리프트를 가동한다. 다른 한편, <사이 넘어 사이>(2014)에서 도시의 돌과 그것으로 쌓아올린 벽은 특별한 지위를 얻는다. 황문정은 벽돌과 시멘트로 가상의 벽을 만들고 그 뒤편에서 도시의 과거에 대한 짜깁기된 이야기가 흘러나오게 한다. 우리보다 먼저 생겨나서 우리보다 오래 살아남을 돌과 벽은 도시의 역사적 무의식을 저장하고 전달하는 신비한 아카이브인 것이다. 이렇듯 작가는 도시를 구성하는 식물, 동물, 광물 등 비인간적 요소들의 고유한 존재방식을 탐구하고 그것에 개입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황문정의 작업이 지닌 미니어처 같은 인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때때로 그의 작업은 어떤 실물을 임의의 비율로 축소해서 재현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심지어 장난감이나 디오라마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런데 이런 착시는 우리가 무심코 인간적 척도(human scale)로 사물을 바라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우리의 눈에 계단의 기이한 축소모형으로 보이는 것이 다람쥐의 시각에서는 더없이 오르내리기 편리한 형태일 것이고, 우리가 그저 장난감 배라고 여기는 것이 식물에게는 여행하기에 부족할 것 없는 규모일 것이다. 작가는 인간을 염두에 둔 작업을 선보일 때에도 일반적인 척도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척도를 세심히 찾아낸다. 헬스클럽의 운동기구를 대폭 축소해 놓은 듯한 <손가락 휘트니스>(2016)는 장시간 반복 노동으로 손가락이 피로할 법한 을지로 주민들을 위해 알맞은 크기로 만들어진 것이다. 앞서 언급한 <위장, 개입, 동화>의 텃밭도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미니 농장’이겠지만 작가 개인에게는 필요한 만큼 재배가 가능한 온전한 크기의 농지인 것이다. 이렇듯 상대적 척도, 비인간적 척도로 보자면 황문정의 모든 작업은 제각각 ‘실물 크기’이다.

    이번 전시의 설치작업도 물론 마찬가지다. 회양목, 유리 외벽, 가로등, 심지어 아파트까지 전시장의 모든 모형은 실물 크기로 복제된 것들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작업들이 실물보다 다소 작게 보인다면, 그 까닭은 황문정이 그것들을 천으로 제작하여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약간 숨을 죽여 놓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마저 부풀어 올라 견고한 위용을 갖추게 될지, 아니면 더욱 오그라들어 버려진 허물처럼 널브러지게 될지, 공기의 향방은 불분명하다. 이곳이 갓 신축된 곳인지, 아니면 철거를 앞둔 곳인지, 도시의 향방은 불분명하다. 시민의 입주가 이뤄지는 곳인지, 아니면 퇴거가 진행되는 곳인지, 인간의 향방은 불분명하다. 사실 이 불분명함은 도시 그 자체의 운명일는지도 모른다. 도시에서 건축과 철거, 입주와 퇴거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사건의 빈도가 과하게 높아질 때, 도시의 돌과 벽은 장소의 역사와 기억을 간직하고 건네줄 힘을 상실하게 된다. 이처럼 무력해진 도시의 비인간적 요소들은 취약한 천으로 재현되어 다소 지치고 덧없는 모습이다. 역사와 기억이 축적되지 않는 도시에 인간은 부재한다. 애착은 부재한다. 시간은 회전문에 갇히고, 현재는 과거로 이행하지 못한다. 무수한 현재가 모래알처럼 흩어질 뿐이다.

    황문정이 시도하는 동식물적 시각, 광물적 시각은 전시가 열리는 실제 건물로도 향한다. 작가는 건물의 기둥을 천으로 본떠 부풀린 실물 크기 모조품을 원래 기둥들 사이에 놓아두고, 건물의 재료가 된 광물들과 건물 주변에 조경한 화단 식물들의 ‘표본’을 채취하여 마치 건물의 껍질을 발라내 그 ‘속살’을 끄집어내듯이 늘어놓는다. 이처럼 그는 도시를 구성하는 비인간적 요소들을 모방하고 검출하여 가시화한다. 그의 눈에 포착된 ‘무애착 도시’의 풍경은 인간의 풍경이기보다는 오히려 광물의 풍경, 동식물의 풍경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인간과 비인간을 단순히 대립시키거나 인간의 부정을 도모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연과 환경에 대한 인간의 우위를 주장했던 근대적 인간주의와 다르게,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동등한 방식으로 재규정하기 위한 예술적 시도로 보인다. 이때 자연/문화, 인간/동물, 인간/기계 등 근대적인 이분법들이 재검토의 대상이 될 것이다.

    요컨대, 황문정의 작업은 인간과 비인간의 이분법적 위계를 극복하려는 포스트휴먼의 태도를 지닌다. 그런데 기존의 포스트휴머니즘이 테크놀로지와 생명공학의 비약적 발전을 통해 등장한 것이라면, 황문정의 포스트휴먼 감성은 그것과 유사하면서도 두 가지 측면에서 독특하다. 첫째, 그의 작업은 첨단 과학의 성취와는 무관하게 작동한다. 그는 계단, 사다리, 새총 등 구식의 도구나 기술을 참조하여 포스트휴먼의 가능성을 꾀한다. 그가 시도하는 인간과 식물의 하이브리드는 현대 유전공학과는 상관없이 공기정화식물을 방독면에 결합시킨 ‘식물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다. 그의 이런 로우테크 감수성은 포스트휴먼의 의제가 일상의 영역에서 다양하게 실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황문정의 작업은 독특한 유머를 포함하고 있다. ‘손가락 휘트니스’나 ‘식물 마스크’ 같은 작업들이 불러일으키는 웃음은 피식하고 흘리는 헛웃음에 가깝다. 이번 전시에서도 어쩐지 시무룩해 보이는 아파트와 가로등, 건물 기둥들 사이에 천연덕스럽게 자리한 가짜 기둥, 벗겨진 허물처럼 하릴없이 제자리를 맴도는 옷가지 등이 비슷한 헛웃음을 자아낸다. 전시장 한쪽 벽면에 보이는, 마치 찢겨진 것 같은 구멍은 어쩌면 그렇게 ‘피식’하고 생겨난 웃음자국일 수도 있다. 그것은 ‘무애착 도시’에 숨겨진 한 줌의 ‘애착’이 지나간 자국일 수도 있다.

    김홍기
    미술평론가

    전시제목황문정 개인전: 無愛着(무애착) 도시

    전시기간2018.08.01(수) - 2018.08.26(일)

    참여작가 황문정

    초대일시2018년 08월 01일 수요일 06:00pm - 08:00pm

    관람시간월-금요일 09:00am - 06:30pm
    토-일요일 12:00am - 06:00pm

    휴관일공휴일 휴관

    장르설치

    관람료무료

    장소송은 아트큐브 SongEun ArtCube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421 (대치동, 삼탄빌딩) )

    연락처02.344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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