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으로부터
2018.10.03 ▶ 2018.11.02
2018.10.03 ▶ 2018.11.02
배수경
snipe 60x50cm_oil on canvas_2018
배수경
행으로부터 130x162cm_oil on canvas_2018
배수경
ndscape 53x45cm_oil on canvas_2018
초록을 쥐면서 이종(異種)의 언어는 시작되었다. 내가 식물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전적으로 배수경의 영향이다. 나는 여의도의 사무실에 앉아 키보 드를 두드리는 삶을 태연히 살면서, 이따금의 일탈 삼아 까마귀라든지 가을에 꽃 핀 세이지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밤늦게 길고양이들의 서식 처를 따라 함께 산책을 하는 수준으로 그녀의 삶에 참여 하곤 한다. 십 대 일 때부터 지켜본 바 배수경은, '어른이 되면 이렇게 저렇게 살아야 한다'는 식의 견고한 사회적 통념 속에서 마치 다른 종(種)-겹눈이라든지 더듬이를 가진-의 생명체인 양 자라나 그 나름의 방식으로 세계를 경험해 왔다. 혼자 내버려 두어 진 시간이 많았던 어린 시절 아파트 엘 리베이 터 앞의 시멘트 바닥에서 본 팔뚝만 한, 혹은 팔뚝만 하다고 생각했던 개미에 대한 또렷한 기억부터 최근 꾼 꿈에서 새파란 나방 떼에게 쫓기며 그 나방들이 귓구멍, 콧구멍으로 파고들던 촉 감과 같은 생경한 경험을 늘, 제법 신이 나서 이야기하곤 한다.
이렇듯 남다른 감각기관과 사고체계를 통해 수집된 경험들은 작업을 통해 느리게 형상화된다. 기록되는 것은 작가조차 도 이해할 수 없는 이종(異種)의 언어, 비약되고 왜곡된 신체적 감각이다. 이해할 수 없으니 그저 바라보고 만져보는데, 작가가 탐닉하는 것은 그 생경한 감각뿐 아니라 이종 간의 불통(不通)에서 오는 거리감이기도 하다. 불통은 오히려 감각을 극대화해, 불필요하고 구차한 감정이 섞여들어갈 틈이 없다. 작가는 서로 영원히 가까워지지 않을 불통의 한 꺼 풀을 사이에 둔 관조적 유희로 관객을 초대한다. 맹목적이던 혼자만의 유희는 한 점 한 점의 그림이 되고 그것을 바라보는 이의 시선과 마주쳐 새로운 경험을 낳는다.
배수경의 작업을 이야기할 때 쓸 수밖에 없는 '자연'이라는 단어는 그래서 인간의 입맛에 맞춰 미화된 막연한 숲의 이미지가 아니다. 바짝 다가가 수풀을 헤집고 손을 뻗어 만져 보아야 보이고 느껴지는, 온갖 생명체가 저마다 들이마시고 내뱉는 숨으로 소용돌이치는 자연이다. 먹고 먹히고 달아나고 기생하고 경쟁하는 뒤얽힌 생태계 속 하나의 개체이자, 그 모두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킨 인간계에도 한 발을 딛고 있는 작가는 두 세계를 잇는 무심한 중계자이다. 작가를 통해 끝도 없이 번역되어 쏟아지는 미지의 언어들, 그 색채가 일으키는 낯선 음조는 인간종의 단조롭고 편협한, 그마저도 점차 퇴화되어가는 감각기관을 두드리는 듯하다. ■ 이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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