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혜림: 2019 제8회 갤러리이즈 신진작가 창작지원 프로그램 최우수 선정작가 ​​​

2019.02.27 ▶ 2019.03.05

갤러리이즈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2-1 (관훈동) 제 1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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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방어기제로서의 레이스 그림

    백혜림이 레이스lace로 이루어진 커튼이나 일련의 천을 소재로 그림을 그린 것은 2012년도 즈음이다. 부드럽고 연한 먹색이 화면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화면으로 얼핏 단색의 색채 추상화 같으면서도 그 안에는 미세한 이미지, 구체적인 문양들이 안개처럼 자욱하게 퍼져있는 <아름다움 속 비밀>이란 그림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실제 커튼이 역광을 받아 드리워진 장면을 재현한 것 같지만 실은 형태를 빌어 그 안에 작가가 임의로 설정한 이미지들이 본래의 문양인 것처럼 자리하고 있는 그림이다. 여기에는 일종의 트릭, 착시가 작동한다. 관자들은 익숙한 레이스의 외형만 보고 곧바로 그것을 명명, 인지하지만 그 안에 잠복된 또 다른 이미지를 주의 깊게 살피기는 쉽지 않다. 외부세계에 대한 관찰과 인식은 보통 기존의 경험과 학습에 의존하면서, 길들여지면서 이루어지는 편이다. 반면 작가는 이미 존재하는 이미지 안에 개입해서 이를 비트는 전략을 통해 기존 대상에 대한 선입견과 인식에 균열을 내는 한편 ‘다시 보기’라는 시간차를 통해 드러나는 모종의 진실을 대면하게 하는 전략을 취한다.

    작가는 눈송이 같은, 작은 흰색 꽃이 가득 피어 있는 듯한 레이스에 주목했다. 서양식 수예 편물의 하나인 레이스는 실을 코바늘로 떠서 여러 가지 구멍 뚫린 무늬를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실들이 서로 엉키고 맺혀서, 표면에 그물 모양의 구멍과 눈을 만들면서 문양을 나타내는 기법 및 그 제품을 일컫는다. 그 기원은 이집트의 물고기를 잡는 그물로부터 파생되었다고 한다. 일찍이 13세기 영국에서 등장해 이후 면직물과 염색 산업이 발달한 곳인 이탈리아와 플랑드르지역을 중심으로 번성하였는데 특히 유럽 귀족들의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의복 및 다양한 장식용 천에 사용되었다. 그런데 백혜림은 수공예이자 고도의 기술과 혹독한 노동, 순결함과 이국의 환상적 이미지, 매혹적인 아름다움 등을 동시에 안겨주는 저 유럽문화권에서 태동한 레이스의 외형을 빌어 그 안에 정반대의 상황을 은밀히 밀어 넣고 있다.

    우선 백혜림의 그림을 보면 그것이 실제 레이스 자체인지 혹은 이를 사실적으로 재현한 그림인지가 사뭇 헷갈린다. 레이스 자체가 오브제가 되어 화면에 부착되어 있다는 착시를 주지만 실은 종이에 그려진 그림이다. 동시에 기존에 존재하는 레이스의 외형을 모방해 그린 것 같지만 그려진 문양들은 모두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다. 따라서 그림을 보는 이들은 두 가지 허상에 직면한다. 하나는 이것이 가짜 레이스, 즉 그려진 그림이라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 레이스의 문양이 아니라 작가가 임의로 만든 이미지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트릭은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긴밀히 연동되어 있다.

    “평소 머릿속에 복잡한 생각들이 마치 실처럼 엉켜 이것을 하나씩 차근차근 손으로 기억을 더듬어 풀어가는 작업” (작가노트)

    이처럼 작가는 자신의 내밀한 기억을 형상화하고자 한다. 그러나 기억이란 또렷하면서도 모호하다. 무수한 시간의 지층 속에 묻혔던 것들이 수시로 출몰하기도 하고 억압되거나 은폐되었다가 불현 듯 등장하기도 하고 도저히 잘 떠오르지 않는 등 결코 단일하지도 않다. 아울러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은 흐릿해지거나 변질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그 기억에 의지해서 산다. 기억은 현재의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밀고 나가게 해주는 기본 동력인 셈이다. 그러니 기억이란 우리의 ‘이해 세계와 정체성 자각의 토대’가 된다. 다시 말해 우리는 대체로 자신이 배우는 것과 기억하는 것에 힘입어서 개인으로서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화가들의 작업은 그의 삶의 경험, 기억을 바탕으로 해서 풀려나온다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모든 이미지는 사실상 화가가 살면서 겪는 경험과 갈등에서 생성되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작가들은 자신의 기억과 다소 고통스럽게 대면하면서 이를 형상화고자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그리고 그 기억의 형상화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백혜림은 자신의 다소 고통스럽거나 수시로 출현하는 일종의 트라우마에 해당하는 기억을 형상화 하고자 한다. 작가는 “우리들 각자의 깊은 내면의 기억들, 고통스러운 상념, 복잡한 머릿속은 마구 헝클어져 있다. 실처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실로 레이스를 짜나가듯 세필로 반복해 터치를 쌓아나가며 실제 레이스를 부착한 것과 같은 환영을 만들어낸다. 자수와 레이스의 구조, 기법은 드로잉으로 연결되고 재료인 바늘과 실, 천은 세필, 호분, 한지가 대신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작가가 그리고 있는 레이스는 기존 레이스가 보여주는 것처럼 사방으로 연결된 기하학적이며 식물문양이 이룬 순수하고 화려한 장식과는 달리 모종의 서사를 거느린 이미지들이다. 이는 개인의 기억, 삶의 경험 등을 이야기 그림으로 풀어낸 것이자 일종의 픽토그램 이기도 하다. 레이스로 그려진 그림의 도상들은 개인이 겪은 우울하고 슬픈 기억들의 편린이자 무섭고 폭력적이며 고통스러운 장면들인데 이는 기존 레이스 문양과는 사뭇 다른 성격의 것들이다. 그래서 외형적으로는 기존 레이스와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근접해서 표면을 살펴보면 그 안에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이미지들이 서식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이를 ‘반전의 레이스’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정신분석 용어인 ‘방어기제’를 빌어 설명한다. 방어기제란 “자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정신 책략”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작가는 부정적 이미지를 은폐하는 효과적인 도구, 이른바 방어기제로서 화려한 레이스 문양 형식을 차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드러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로 화려한 레이스의 외형을 그린 후 그 안에 다소 은밀하게 어두운 이미지를 그려 넣었다는 얘기다.

    작가는 이와 같은 힘든 공정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삶으로부터 연유하는 기억의 고통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게 되고 이를 관조하게 되면서 일종의 치유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레이스를 짜나가듯이 세필로 그려나가는 반복적인 공정은, 작가에 의하면 ‘고행’에 해당된다. 여기서 고행이란 ‘정신적 지복을 얻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신체에 고통을 주는 종교적 수단’을 말한다. 이 반복적인 노동과 고행은 이른바 고통스러운 과거의 기억을 망각하게 해주는 일종의 치유의 과정이 된다. 그래서 작가는 이를 수행적 행위라고 말한다. 이는 작업의 주된 알리바이가 되고 있다. 상당수 한국 작가들이 이처럼 자신의 작업을 치유와 수행의 차원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운 점이다.

    작가의 근작에는 어두운 이미지와 함께 낙원 이미지도 등장한다. 심연 같은 깊이를 느끼게 하는 짙은 배경에 하얀 레이스의 어느 한 부위가 홀연 출몰하는, 모종의 풍경처럼 다가온다. 이미 레이스 안에는 그림이 존재한다. 따라서 레이스는 레디메이드 이미지인 셈이다. 작가는 그 이미지를 다시 불러낸다. 아니 그것을 다른 그림으로, 자신의 이야기, 내면과 무의식을 담은, 의도적인 서사를 담은 것으로 슬쩍 치환한다. 여기서 희한한 자리바꿈이 일어난다. 순간 천의 굴곡, 입체감도 생겨나고 그러한 변화, 굴절 속에서 명암의 변화가 일어나며 그 과정 속에서 특정 장면이 또한 전개된다, 어두운 지평 속에서 이런저런 이미지들이 숨은 그림처럼 하나씩 하나씩 드러나는 것이다. 무의식의 지평에서 새로 몸을 얻은 것들이고 캄캄한 지층에서 비로소 소생하는 것들이다. 자신이 잊고 있었던 것들의 환생이자 모호한 것들의 선명한 재귀이거나 또는 어렵고 힘든 생에서 가까스로 추슬러 내는 의지와도 같은, 크고 작은 여러 고비를 넘기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품고 있는 따뜻한 희망의 자취인 듯도 하다. ■ 박영택_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전시제목백혜림: 2019 제8회 갤러리이즈 신진작가 창작지원 프로그램 최우수 선정작가 ​​​

    전시기간2019.02.27(수) - 2019.03.05(화)

    참여작가 백혜림

    관람시간10:00am - 07: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이즈 galleryis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2-1 (관훈동) 제 1 전시장)

    연락처02-736-6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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