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도발, 찰나의 매혹. 사진가 최영모가 찍은 한국무용가 박소영의 사진은 전시제목이 전달하는 느낌 꼭 그대로다. 동작은 2500분의 1초로 터진 조명 빛에 멈췄지만, 춤은 멈추지 않고 격렬히 추어지는 중이다. 우리나라 굴지의 무용사진가가 펼쳐 둔 배경막 위에서, 무용가는 춤의 포즈를 취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춤을 추었다. 높이 3미터 폭 4미터의 붉은 배경막, 어쩌면 지상에서 가장 작은 이 무대 위에서 무용가는 일반 공연 시간을 훌쩍 넘기는 3~4시간의 독무를 춘 것이다.

무대 배경으로는 좀체 쓰이지 않는 붉은 배경막은, 피사체의 몸 안에 내재된 피와 열정을 반영하는 듯하다. 움직임을 빠르게 포착하면서도 선명도를 유지하기 위해 사진가 역시 카메라를 들고 최대한 가까이 들어가 쉼 없이 무용가의 동선과 춤동작을 쫓았다. 그렇게 한 명의 무용가가 춤을 마치면 약 3,000컷의 이미지가 찍혔다.

오늘 여기 우리가 보는 사진, 도약을 마친 후 걸음을 내딛는 박소영의 사진은 그 시간으로부터 얻어진 단 한 장의 결실이다. 현장에서 추어지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춤의 매혹을 사진이 붙잡아 둔 것이다.

사진가 최영모는 1980년대부터 무용사진의 외길을 걸어온 사진가다. 우리나라 무용계의 역사와 함께 하며 수많은 공연 현장을 지키고 사진으로 기록했다. 1987년 첫 전시 <최영모 무용사진전(그로리치화랑)>을 시작으로 다수의 전시를 열었다.

무용가들이 몸으로 표현하는 춤사위의 아름답고 조화로운 찰나를 사진으로 포착한 이 시리즈는 현재 진행형이며, 현대무용가 조관영을 비롯해 한국무용가 고우리, 김수연, 김승현, 김지은, 박소영, 배아란, 배은정, 서다혜, 안남주, 유정숙, 윤진아, 이소영, 이은솔, 이지선, 이진영 등의 무용가들이 협업했다. 지난 2018년 예술의 전당에서 33점을 처음 선보인 바 있고, 이번 전시 <몸의 도발, 찰나의 매혹 Selection 15>는 수작으로 뽑히는 그 사진들 중에서도 다시 15점을 선별해 재구성한 전시다.

작품당 평균 높이 2미터가 넘는 사진들은 기존 프린터기의 최대치로 인화한 것으로, 디지털프린트 장인으로 꼽히는 ‘닥터프린트’의 유병욱 대표가 손수 프린트했다. 유리액자가 아니라 족자 형식으로 벽에 걸려, 섬세한 발색과 질감을 감상할 수 있다.

무용과 사진 두 예술 장르의 아름다운 합일을 볼 수 있는 최영모 사진전 <몸의 도발, 찰나의 매혹 Selection 15>은 6월 18일부터 30일까지 갤러리 류가헌 전시1간에서 열린다.

전시제목최영모: 몸의 도발, 찰나의 매혹 Selection 15

전시기간2019.06.18(화) - 2019.06.30(일)

참여작가 최영모

관람시간11:00am - 06:00pm

휴관일월요일

장르사진

관람료무료

장소류가헌 Ryugaheon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6-4 (청운동, 청운주택) 전시 1관)

연락처02-720-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