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상자-아트스타2020 Ver.4 곽이랑 - 위로의식展

2020.10.30 ▶ 2020.12.27

봉산문화회관

대구 중구 봉산문화길 77 (봉산동, 봉산문화회관)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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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이랑

    위로의식 dimension variable,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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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ess Release

    ▢ 전시 소개
    봉산문화회관의 기획, 「유리상자-아트스타 2020」전시공모선정 작가展은 동시대 예술의 낯선 태도에 주목합니다. 올해 전시공모의 주제이기도 한 '헬로우! 1974'는 우리시대 예술가들의 실험정신과 열정에 대한 기억과 공감을 비롯하여 ‘도시’와 ‘공공성’을 주목하는 예술가의 태도 혹은 역할들을 지지하면서, 동시대 예술의 가치 있는 ‘스타성’을 지원하려는 의미입니다.

    4면이 유리 벽면으로 구성되어 내부를 들여다보는 관람방식과 도심 속에 위치해있는 장소 특성으로 잘 알려진 아트스페이스「유리상자」는 어느 시간이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시민의 예술 향유 기회를 넓히는 데 기여하고,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예술가들에게는 특별한 창작지원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공공예술지원센터로서 시민과 예술인의 자긍심을 고양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전국공모에 의해 선정된 참신하고 역량 있는 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지속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올해 유리상자 전시공모 선정작 네 번째 전시, 「유리상자-아트스타 2020」Ver.4展, 곽이랑(1990년생)작가의 설치작업 주제는 ‘위로의식’입니다. 이 전시는 ‘삶과 죽음’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만 마냥 무겁게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작가는 20대 젊은 나이에 암 진단과 항암치료 그리고 30대 초반이 된 최근 원격 전이 판정을 받고 또 어려운 병원을 오가며 힘든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의 준비도 쉽지 않은 과정임을 알기에 전시진행자로서 안타까우면서도 조심스러웠지만, 다행히도 자신을 주제로 내보이고 담담하게 작업에 임하는 역량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결코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죽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작가는 죽음을 오랫동안 직시하고 대면하는 삶을 살아오며 삶과 죽음의 문턱 너머 세상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스스로의 위로는 작품의 개념이 되었고 삶을 바라보는 의식은 작품을 마주 보는 태도가 되어 화려하지는 않지만 차분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유리상자 안에 4개의 병원커튼이 높낮이가 다르게 시선을 가로막으며 드리워져 있습니다. 유리상자의 일반적인 설치는 외부의 빛이나 내부의 조명에 의해 작품의 가시성을 살리는 방법을 취하지만 작가는 작품을 온전히 들어내지 않도록 설치하여 관람하기 위해서는 몸을 움직이고 시선을 좌우로 돌려야 하는 불편함을 안겨 줍니다. 다른 사람 즉, 타인의 삶을 엿보는 듯한 이런 행위를 통해 병원커튼 안에 작가의 속살인 작품을 온전하게 보여주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충분한 분유와 약 한가득과 한 줌의 뼛가루”라는 문구가 병원커튼에 희미하게 적혀져 있습니다. 충분한 분유는 삶의 시작이고 약 한가득은 삶의 영위이며 한 줌의 뼛가루는 죽음이란 의미로 나름대로 해석이 되며 커튼 사이로 무덤 혹은 여자의 유방을 형상하는 크기가 다른 라탄줄기로 엮은 바구니가 봉긋이 자리 잡고 마치 해방의 공간인 듯, 아니면 미완의 삶의 공간인 듯, 듬성듬성하게 엮어져 있으며 뒤집힌 바구니 안에는 현무암과 검은 가루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현무암은 작가에게 적출된 암덩어리를 은유하며 이것마저 생명순환의 일부분, 즉 우주의 에너지 순환의 일부분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추정하건데, 작가는 ‘생(生)’과 ‘사(死)’의 경계에 대한 자유, 경계선 너머의 세상을 바라보는 믿음 그리고 자신의 불행을 창작활동으로 승화시켜 힘들고 예민했던 감정들을 추스를 수 있었다고 봅니다. 절박한 순간만큼 작업에 대한 집중은 성찰로 나아가는 과정이 되어 내재적인 두려움을 떨치면서 안식을 찾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작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의 일기인 이번 유리상자 Ver.4 ‘위로의식’은 삶과 예술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에 답을 나열한 전시로 관람자에게 공감의 손길을 내밀며 우리가 삶을 대하는 방식을 한 번 더 주의 깊게 살펴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 / 조동오


    ▢ 작가 노트
    Covid-19로 인해 전반적인 생활형태가 이처럼 바뀔것을 우리는 예상할 수 없었다. 이처럼 살아가는 동안 여러 상황들은 우리를 자주 당황하고 방황하게 하지만 늘 그러했듯 또 받아들이고 적응하며 살아간다.

    20대 중반 처음 병을 알아 수술 할 당시 한쪽 가슴에 자리잡았던 돌같은 덩어리는 의료폐기물로 버려졌을 것이다. 꼭 이루어져야 할 일이었지만 그건 참 서운한 일이었다. 마치 준비 못한 이별을 맞이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최근 병의 재발로 삶의 감각이 다시한번 크게 휘둘렸지만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것은 뭉툭하면서도 직관적인 결심이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시한부 인생이다. 겪어보지 못한 죽음을 생각한다는건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일일 것이다. 투병생활을 시작한 뒤로 죽음은 줄곧 내 주변을 맴도는 것 같았고 그것에 대한 의문은 지속되었다. 그러던 나는 우연히 <열역학 제1법칙>이라는 아주 멋진 이론을 발견하였다. ‘에너지는 형태가 변할 수 있을 뿐 새로 만들어 지거나 없어질 수 없다. 즉,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시간이 시작된 때로부터 종말에 이르기까지 일정하게 고정되어 있다.’라고 설명되는 에너지 보존법칙이다. 언뜻 난해해 보이는 이 개념을 나는 ‘언젠가 우리가 죽더라도 그것은 소멸이 아닌 다른 형태로써 우주의 일부가 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나는 이것이 불교의 윤회사상과 닮은 점이 있다고 생각했고 죽음을 이렇게 이해하기로 하였다.

    이런 일련의 상황과 생각들은 내 작업을 지탱하는 에너지가 된다. 척출당한 그 덩어리들과의 미련 가득한 이별을 정리하는 위로의식이 필요했고 우리의 죽음은 소멸이 아닌 다른 형태로 변하여 순환하는 것임을 전하고 싶었다.
    ■ 곽이랑


    ▢ 작품 평문
    강렬한 순간의 체험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 공모전’은 건물의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투명한 건축구조의 특성을 살린 실험적인 작품들로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고 있다. 시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이름의 ‘유리상자’ 공간은 진열창처럼 후광(halo)을 형성하고 변화하는 하늘의 구름, 관람자의 움직임, 낮과 밤의 풍경을 반영한다. 석양을 받아 사방이 붉게 물들면 이곳은 보석상자처럼 반짝이며 관람자를 유혹하는 관능적인 매력마저 지닌 듯하다. 곽이랑은 <위로의식>이란 타이틀로 ‘유리상자’를 새롭게 변모시킨다. 누구를, 또 무엇을 위로하는 의식인가?  

    곽이랑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우선 유연하면서도 질긴 라탄(rattan) 나무줄기를 엮어 봉긋한 형태의 가벼운 구조물을 여럿 제작했다. 시간이 꽤 걸리는 라탄공예에 몰두하는 동안 작가는 불안감을 떨치고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구조물들 아래 구멍이 숭숭 난 제주도 화산석들이 깔려있고 ‘유리상자’ 세 면엔 높낮이가 각기 다르게 흰색 커튼이 걸려있다. 커튼에는 “충분한 분유와 약 한가득과 한 줌의 뼛가루”란 알쏭달쏭한 문구가 흐릿하게 보인다. 이쯤, ‘유리상자’ 밖에서 커튼 틈 사이로 안을 들여다보던 관람자들은 병상에 처진 것 같은 커튼 너머 병실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은 게 아닐지 짐작하게 된다. 

    <위로의식>은 작가 자신을 위로하고 용기를 불어넣는 잔잔한 의식과 같은 전시이다. 이 설치작품은 작가의 지극히 내밀한 개인사에서 출발했으나 우리를 삶과 죽음의 의미를 성찰하게끔 이끈다. 여기서는 직설적으로 죽음을 제시하진 않지만 여러 은유를 통해 죽음의 그림자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낙관적인 태도가 배어 나온다.
     곽이랑은 20대 중반에 유방암 진단을 받고 한쪽 유방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젊은 여자에겐 지극히 힘든 수술이지만 그는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치료에 매진했다. 이후의 작업에서는 신체에 각인된 죽음의 그림자를 벗어나 세상을 달관하는 자세를 터득해나가는 과정이 담겨있다. 일여 년 정도 머물렀던 오스트리아 빈에서 바람에 따라 도시의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는 비닐봉지를 추적한 영상작품 <너는 몰랐겠지만>(2018)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퇴비로 만들어진 이 비닐봉지는 죽음의 한 얼굴이며, 언젠가 우리 모두 그렇게 되듯이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완치를 확신했던 그에게 올봄,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었다는 진단이 떨어졌다. 이 참담한 소식은 서른을 갓 넘긴 본인과 가족뿐만 아니라 그를 아끼는 사람들에게도 충격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암세포만 공격하는 표적 치료가 개발된 덕분에 암세포 크기도 많이 줄었고 견디기 힘들다는 항암치료도 지난번보다 훨씬 덜 힘들어 포기할 뻔했던 이 전시도 무사히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화산석들은 우연히 작가가 첫 번째 수술의 기록지에서 보게 된 흑백사진들로부터 영감을 받아서 이번 전시에서 사용되었다. 이 돌멩이들은 암세포 덩어리들과 흡사하다. 자신의 한쪽 가슴에서 도려내 져 의료폐기물로 버려진 암세포 사진을 본 순간, 그는 비록 끔찍한 암세포지만 창졸간에 닥친 이별의 아픔과 상실감이 뒤섞인 혼란스럽고도 모순적인 감정을 맛보았다고 한다.
     
    전시장 바닥에 작은 섬처럼 점점이 놓인 라탄 재질의 구조물은 여성의 유방 또는 봉분을 함의한다. 신라, 가야의 봉분이나 고대 에트루리아의 무덤건축도 엎어놓은 사발이나 유방 모양의 봉분 형식이다. 이탈리아반도에서 로마인에 앞서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에트루리아인들은 무덤을 현실의 충만하고 행복한 순간을 영원으로 결정화(結晶化)하는 장소로 여겼다. 즉, 그들은 삶과 죽음을 동전의 양면으로 인식함으로써 생동감 넘치는 삶을 만끽하는 순간,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그 순간을 이 세상의 종말까지 지속시키려고 했다. 

    비연속성 속에서 시간의 본질을 찾는 과정에서 순간의 강렬한 힘을 시간의 실체로 본다면(cf. G. 바슐라르, <순간의 직관>), 예술가가 선택하는 가장 비옥한 순간에 의해 상상력의 세계가 펼쳐진다. 자신의 삶에서 이 비옥한 순간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직조하는 곽이랑은 겹쳐진 순간들로부터 출발해 꿈을 창조하고 있다. 그에게 삶과 작품은 하나이며, 작업행위는 자기연민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그를 단단히 지탱해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요컨대, 작품은 그의 삶 속에 존재하면서 그의 삶을 확인시켜주는 요소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작업은 매우 나르시스적이다. 그에게는 자신이 바로 작업의 주제이고 그는 자신을 향한 헌신의 표상처럼 자아를 선택했다. 

    곽이랑은 개인적인 내러티브를 영상, 텍스트, 여러 오브제를 이용한 설치작품, 퍼포먼스, VR 등 매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하는 작가이다. 프랑스에선 ‘내러티브 아트’라는 장르를 구분하고 내러티브를 예술작품으로 풀어내는 의미를 ‘개인의 신화’로 부른다. 장르 각, 아네트 메사제,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소피 칼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작가들의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한 내러티브가 현실과 허구, 실제와 상상을 교묘히 섞은 연출을 통해 흥미롭게, 때로는 기상천외하게 전개된다면, 곽이랑의 내러티브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각색 없이 은유적으로 풀어낸다. 삶의 불행을 겪으면서도 늘 절망이 아닌 새로운 희망을 찾아 나가는 점에서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동시에 감성적으로 우리와 교감하고 소통하고 있다. 

    우주탐사선 보이저호에서 촬영한 사진에서 지구는 하나의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했다. 우리는 먼지와 같은 이 작은 점에서 찰나적으로 머무는 생명체이다. 저명한 천체물리학자 칼 E. 세이건의 말을 빌어 이 짧은 전시서문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세이건은 저서 <코스모스>의 에필로그에서 “죽는 순간 다시 살아나 나의 일부를 기억하고 생각하고 느끼면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될 것이라 믿고 싶다”라고 했지만, 불가지론자인 그는 그것이 헛된 바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내세나 윤회보다는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우며 “삶이 제공하는 짧지만 강렬한 기회에 매일 감사하며 사는 편이 훨씬 낫다”고 역설했다. 곽이랑이 말하는 ‘생성과 소멸이 없는 세계’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 전시기획자, PK Art & Media 대표 / 박소영

    전시제목유리상자-아트스타2020 Ver.4 곽이랑 - 위로의식展

    전시기간2020.10.30(금) - 2020.12.27(일)

    참여작가 곽이랑

    관람시간10:00~13:00, 14:00~17:00
    ※ 사전 예약제(053-661-3526, 3517)

    휴관일없음

    장르설치

    관람료무료

    장소봉산문화회관 Bongsan Cultural Center (대구 중구 봉산문화길 77 (봉산동, 봉산문화회관)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

    기획봉산문화회관

    연락처053.661.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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