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미: 기억너머

2020.12.15 ▶ 2020.12.26

갤러리 담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 (안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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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향미

    그여름 2 Watercolor on Paper, 86x86cm,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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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향미

    어느봄 1 Watercolor on Paper, 79x79cm,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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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향미

    어느봄 4 Watercolor on Paper, 51x51cm,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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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향미

    그여름 1 Watercolor on Paper, 86x86cm,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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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향미

    어느밤 Watercolor on Paper, 51x51cm , 2020

  • Press Release

    작은 동그라미를 그린다.
    그리고 그리고 ...
    단순한 반복을 하며 숨을 고른다.

    이 과정에서 동그라미는 기억으로 이어지는데
    어떤 기억은 소환되고 다시 희미하게 사라진다.
    그리고 의도하지 않은, 우연에 가까운 흔적을 화면에 남긴다.
    기억이 단순한 단면이 아니듯 기억의 이면, 즉 기억 그 너머의 세계를 이야기 한다.

    살아가는 고단함은
    동그라미를 그리며 단순한 삶을 향한다.
    단순한 반복
    종이를 펴고 붓을 들어 동그라미를 그린다.
    복잡함 속에서 헤매이던 나는 고요한 세계로 접어든다.
    ■ 이향미



    평론: 잔상으로 남는 것들에 대한 엘레지

    가지런하게 정렬해 있다가 다시 흐트러지곤 하는 반점들의 이합집산이 이향미 그림 세계의 핵심이다. 그 반점들 안에는 무수한 운동과 효과들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톤에 의해 은밀히 암시하듯 억제된 경우도 있고 명시적으로 활성화된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톤과 효과들에 의해 담담하고 잔잔하게 나타나게 될 아우라와 심미성이 관건이다. 그렇게 난해한 의미론으로 무장하거나, 분위기 또한 무겁지 않으면서도 쉽게 그려지는 그림이 아니다. 특유의 섬세한 감각으로 조율된 농담, 색조, 속도 등의 효과도 그렇지만 고도의 집중과 내공 있는 필력이 요구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재료는 수채화 안료지만 필획의 운필이 중요한 비중을 갖는다는 점에서는 서예에 더 가까워 보일 수도 있다.

    효과도 효과지만 반점 하나하나가 생성되는 과정이 좀 더 부연되어야 할 것 같다. 2년 전 가진 작가의 개인전 주제가 <숨, 고르다>이다. 단순히 팔과 붓의 기능적 연동에 의해 생성되는 화면에, 작가는 호흡의 문제를 화두로 부각시킨 바 있다. 수채화 특유의 색감과 투명성, 그리고 번짐이 많은 효과들로 상큼하고 싱그러운 화면을 연출한다. 일필에 톤이나 농담의 변화를 주어 원으로 움직이면서 동심원을 이루는 이것들은 화면을 벗어나 전시공간 전체 연출의 작은 화소를 이루기도 하는 것이다. 추상적 집합의 요체가 되는 단위소들은 하나하나가 들숨과 날숨의 한 피치를 가다듬어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것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숨을 멎고 참아야 하는 순간마다 세계와의 ‘물아일체’를 경험하며 현상학적 환원의 궁극인 ‘순수의식’ 혹은 ‘초월론적 의식’으로의 여지와 행보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견 그의 화면은 주관적 서사를 최소화하고 그래픽의 쾌(快)를 중시하며, 아울러 순수하고 자율적인 시각형식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옵티컬아트도 의식하고 있을 것이다. 포맷이나 프레임으로 보면 무관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바둑판 같은 격자 프레임만 유지하고 있을 뿐, 유니트의 디테일에서는 감각적이고 유기적인 반점들의 반복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었다. 마치 0과 1의 2진법 같았던, 머리카락 굵기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차디찬 디지털 화면이 사라지고, 온기가 있는 아날로그 화면으로 복귀한 것처럼 말이다.

    전기적 연결이 끊어졌을 때, 즉 온(On) 상태에서 오프(Off) 상태로 전환될 때, 디지털 환경에서는 바로 완벽한 ‘없음’ 혹은 제로 상태로 바뀌게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작들의 반점들은 양상을 달리하고 있다. 마치 잔상들이 순간적으로 남아 온갖 색분해 현상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은, 즉 아날로그적 점멸의 풍경처럼 지각된다. 주관적 감성은 더해지지만, 모종의 또 다른 절제라는 모티브가 두드러진다. 필치의 감각적 움직임보다는 안료 물성의 작용이 더 두드러지면서, 창백하게 희미해져 가는 조명처럼 느껴진다. 이전의 작업들이 싱그러운 꽃들을 연상시킨다면 근작들은 그 반대로 솜털이나 펠트 덩어리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러한 반전과도 같은 양상의 방법적 토대는 다름 아닌 전통 배채법(背彩法)의 응용이다. 종이의 뒷면에 채색을 하여 표면으로 스며들도록 하는 채색 방법으로 주로 인물화에서 사역되던 방법이다. 종이의 조직을 통해 걸러진 안료의 알갱이들이 더욱 작아져 부드러운 화면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작가는 수채화 용지 위에 화선지를 놓고 그림을 그리게 될 때, 바로 스며들어 수채화 용지에 그림이 되도록 한다. 배채법과 한 장짜리 판화 모노타이프 방식을 혼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작업이 디지털적 엄밀성을 감정이 개입한 아날로그적 따뜻함으로 변화시키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본래 동일한 텍스트나 문장을 계속 반복하는 것은 다분히 종교적 수행에서 강조되는 측면이다. 하나의 유니트만을 크게 확대하여 필치의 움직임이 LP 레코드판처럼 천상의 음성을 담고 있는 신비의 도상을 생성시킬 수도 있는 일이지만, 작가는 주먹만한 크기의 유니트들을 계속 반복시키는 데 전력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작가는 단순히 추상회화의 양식적 탐구, 그 이상의 어떤 모티브들을 내장시키고 있을지도 모른다. 거기에 종전의 생기발랄한 원색들에서 벗어나 채도가 낮은 톤으로 화면을 조율해나가면서 감각보다는 사유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저 잔상을 남기며 꺼져가는 불꽃들은 무엇을 태운 끝에 이제 산화의 길로 가는 걸까. 작가는 손이 먼저 움직이고 나서 생각할까, 아니면 생각하고 난 후 손을 움직일까. 그의 그림 앞에서 그런 생각의 꼬리들이 물리고 물려만 간다.
    ■ 이재언 (미술평론가)

    전시제목이향미: 기억너머

    전시기간2020.12.15(화) - 2020.12.26(토)

    참여작가 이향미

    관람시간12:00pm - 06:00pm / 일요일_12:00pm - 05: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담 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 (안국동) )

    연락처02.738.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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