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윤: 우리가 사는 세계라는 기계

2021.06.10 ▶ 2021.08.07

페리지갤러리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18 (서초동, (주) KH바텍 사옥) 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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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윤

    아말감 Amalgam 4K single channel, 12min,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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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윤

    두 개의 타원 Two Ellipses PVC Form, motor, stainless steel, 1,500×1,500×200(mm),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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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윤

    뱀과 물 Snakes and Water 12 roller, silicone, motor, aluminum, fake marble, lubricating oil, 400x2000x400(mm),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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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윤

    래빗 Rabbit aluminum, chromium plating, 800×800×800(mm),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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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윤

    정성윤: 우리가 사는 세계라는 기계 전시전경

  • Press Release

    우리가 사는 세계라는 기계

    정성윤은 우리 눈에 드러나지 않는 기계 내부 장치의 프로세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구동 방식에 머물지 않고 기계의 표면과 그 내부 장치 사이의 상호 관계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과 연결되는 방식을 포함한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기계의 물성을 가진 유형적인 것과 이를 바라보는 관객의 마음처럼 무형적인 것이 상호 작용하면서 나오는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작가가 주목하는 기계의 표면은 자신이 고안한 장치가 만들어 내는 결과물이 통제되지 못하고 비정형적인 형태로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은 우리가 인식하는 경직된 기계에 유연함을 부여하는 조각적 퍼포먼스로 보인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순차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초기에는 기계 장치의 움직임에 의해 고정되지 않는 형태를 연구하였다. 예를 들면 는 기계에 연결된 두 개의 원이 반복해서 스칠 듯이 교차하여 잠시 하나가 되었다 분리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에서는 사각형과 삼각형의 외부 경계가 미세한 움직임을 발생시키는 진동으로 인해 잔상이 나타나게 하였다. 그 이후의 작업에서는 재료가 가진 표면의 특성과 통제되지 않는 불확정적인 효과에 대한 관심으로 전이되었다. <우리가 가지고 온 것들>은 탄성 있는 실리콘 줄이 회전과 역회전을 반복하면서 꼬였다가 풀렸다 하는 모습, <통과되는 밤>에서는 인조 모피가 수직으로 회전하면서 그 촉각적인 표면이 무작위로 변화하는 작업을 보여주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포도의 맛_ a mucous membrane》이며, <두 개의 타원>, <뱀과 물>, <래빗>, 영상 작업인 <아말감> 네 개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의 한글 제목인 포도의 맛은 미끈한 포도의 껍질이 가진 질감과 입에 넣고 벗겨냈을 때 과육의 맛, 냄새가 유발하는 감각들을 의미하며, 자신의 작업에 대한 은유이다. 반면 영문 제목은 끈끈하고 투명한 점막이라는 직접적인 의미를 드러낸다. 우선 이번 제목에서 작가가 언급하는 점막의 느낌을 염두에 두고 작품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두 개의 타원>은 말 그대로 두 개의 타원이 하나의 축을 통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천천히 회전한다. 이 회전으로 인하여 개별의 두 타원은 하나의 완벽한 원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지만, 원의 경계를 살펴보면 끊임없는 불규칙한 율동으로 구불거리는 윤곽선을 생산하고 있다. 이렇게 하나의 몸처럼 맞닿아 움직이지만 미묘한 엇갈림을 통해 비정형적이고 불투명한 막을 형성한다. 또한 타원의 표면은 빛을 흡수하는 검은색 도료를 사용하여 회전의 중심부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과 같은 공간성을 보여준다. <뱀과 물>은 2열로 쌓아 올린 여섯 단의 롤러가 윤활유로 채워진 높은 좌대 위에 설치되어 있다. 이들은 각자의 면이 기어로 맞물려 장치의 하부의 롤러가 회전함에 따라 모든 움직임이 연결되어 윤활유를 상승시킴과 동시에 하강하게 만들면서 피막을 지속해서 형성하고 유지하게 된다. 각각의 롤러는 단독적인 움직임으로 분리되기도 하지만 결국은 합쳐지는 방식으로 서로의 피막에 영향을 준다. 이런 방식으로 발생하는 막은 무엇의 존재가 또 다른 존재의 점막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생하는 촉각적 접촉의 상황을 그려낸다. <래빗>은 구의 형태가 하나의 덩어리로 되어 있는 것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는 작가가 임의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입체 작업으로 구현한 것이다. 먼저 하나의 구가 자신의 지름만큼 움직이면서 생긴 궤적의 형태로 구를 둘러싼 캡슐 같은 막을 상정한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여러 개의 캡슐로 덮인 구를 하나의 커다란 막으로 덮어씌우는 것인데, 여기서 개별의 막은 자신의 형태 그대로 팽창하는 힘이고, 이 모두를 감싸는 그물과 같은 막은 수축시키는 힘이다. 작가는 내부에서 외부를 향한 팽창하는 개별의 움직임과 외부에서 내부로 향한 수축하는 상반된 힘이 서로 공존하는 지점, 다시 말해 각자의 입장이 임계점에 다다른 극적이면서도 정적인 상황을 고스란히 조형 작업으로 재현하고 있다. 영상 작업인 <아말감>은 그가 다른 입체 작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점액과 막, 그가 이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물성과 질감, 형태에 대한 것들이 서로 혼합되는 장면들로 나타난다. 영상에서는 가상을 꿈꾸는 현실 공간과 현실을 꿈꾸는 가상의 공간 속에서 작가가 만들어 낸 원형으로 이루어진 작은 점막 하나가 생성된다. 그리고 이것은 점점 부피가 커져 나가다가 어느 단계에서 분리, 축소되는 움직임의 순환을 보여준다. 이는 작품의 제목인 아말감이 수은의 함량에 따라 액체, 크림, 고체로 존재할 수 있는 비정형적인 금속이라는 점과 유사하다. 이를 통해 현실과 가상을 가로지르는 또 다른 비가시적인 얇은 막을 형성하고자 하였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점막은 무엇일까? 그의 작품은 기계 장치가 드러나기도 하고 숨겨져 있기도 하며, 외양의 모습은 끊임없이 움직여서 변하면서도 고요하다. 이러한 움직임은 기계의 내부와 외부가 연결되어 상호 간에 균형을 중요시하여 나타난다. 물론 기계에 의해 상호작용되는 표면은 작가가 의도한 입력값이 수행되는 조작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작가가 제시하는 기계 장치는 단순히 작가의 의도를 담아서 그 행위의 결과를 보여주는 경직된 수동적인 기계로 보기 힘들다. 왜냐하면, 그는 작가의 의도에서 벗어나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는 작가가 기계 장치를 통해 무엇인가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새로운 잠재적인 무엇인가를 생산하기 위한 행위로 보인다. 그렇기에 작품으로서의 결과물은 물질적인 표현으로 존재하긴 하지만 이는 언제나 가변적이다. 오차 없이 무엇을 수행할 것 같은 기계장치는 반복되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완벽하게 통제되지 않을 때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의도하지 않는 오류는 계속해서 단차를 만들어내고 이것이 쌓여 나가면 그 유격은 점점 더 벌어져 처음의 생각과는 다른 새로운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작가는 이런 상황을 오류라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으로 연결되는 접속 기제로 생각한다. 이는 어느 순간의 찰나적 정점에 다다르고 다시 하강하는 순환의 시간과 공간 구조를 드러낸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으로 인해 개별의 것이 서로에게 매개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본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점막이라는 것의 성향이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에서 개별의 작품은 서로를 자극하면서 수축과 이완을 통해 공명하지만 온전한 하나로 합쳐지지는 않는다.

    한편으로 그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뚜렷한 경계가 드러나지 않고, 하나로 포착되지 않으며, 동일한 형태를 유지할 수 없는 것을 매개하는 또 다른 요소는 관객이다. 사실 인간도 하나의 기계로 볼 수 있다. 육체적인 기관들은 기능적으로 더 진화하거나 퇴화하기도 하면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우리의 몸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기도 하지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떤 작용이 발생한다. 그리고 어떤 정보를 눈앞에 두게 되면 우리의 감각기관과 후천적으로 획득한 지식과 경험으로 습득된 것을 통해 순식간에 대상을 인지해 나간다. 이런 관점으로 본다면 사람도 불변적인 것과 가변적인 것, 의식적인 것과 무의식적인 것이 끊임없이 움직인다. 따라서 작가가 보여주는 기계 장치와 다르지 않다. 이렇게 작가는 작품에서 드러나는 점막이라는 매개체로 접속하는 것이 시각적으로만 머물지 않고 촉각, 후각, 미각에 이르기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관객과 대상 사이에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유동적인 점막의 생성과 이를 통한 접속과 분리이다. 이는 존재하는 기능과 존재하지 않는 기능, 의도와 우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변수에 의한 것들이다. 그렇기에 점막은 언제나 규정된 형태 없이 끊임없이 변화하며, 무엇인가를 보호하거나 완충작용을 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 점막은 어떤 명확한 하나의 장치가 또 다른 장치와 연결되면서 잠시 나타나는 마법적 특성을 가진 것처럼 고정된 실체가 없는 세계의 실존을 드러낸다. 또한 여기에는 수없이 많은 존재와 접속된 하나의 단일한 세계뿐만 아니라 연결되지 않은 여러 층위를 가진 다양한 세계가 포함된다.

    정리해보자면 작가가 이야기하는 점막은 내부와 외부 사이에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굳어진 견고한 틀은 아니다. 이는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욕망하며 움직이고 있으며, 그렇기에 우리가 어떤 대상의 표면을 인식하는 것은 생성과 소멸, 수축과 팽창, 상승과 하강이 순환하는 구조에서 어느 특정한 순간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점막은 하나의 기계와 ‘나’뿐만이 아니라 나와 관계없는 수많은 대상이 서로 접속과 분리하는 과정을 매개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그의 작업은 단순히 기계의 움직임을 통한 시각적 효과에 주목하지 않는다. 이전까지의 작업이 어떤 상황을 유발하고 이를 사람들에게 관찰하고 인식하기를 유도하였다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유를 위한 명상적 몰입의 시간을 요구한다. 그리고 점막은 잠재적 성질과 행위를 내포하고 있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유무형의 것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시공간을 일시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무엇을 촉진하고 다시 완화하는 움직임은 새로운 것이 창발(創發) 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이 모든 것은 내재적이면서 동시에 외재적인 현상으로 나타난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이를 가시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과 이야기의 단면을 잘라내어 그 횡단면을 드러내야 한다. 하지만 작가가 만들어 낸 시공간에 공감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몸과 마음이 내부와 외부를 가로지르며 사유할 수 있는 가벼운 상태가 되어야 가능하다. 따라서 그가 만드는 장치로 인해 나타나는 점막은 수동적인 질료로서 기능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유동적인 상태를 촉발하는 능동적인 도구이다. 이는 대상과 우리 사이에 점막을 형성하고 다시 새로운 무엇인가로 변환된다. 이러한 점막을 통한 연결은 우리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이 수평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세상과 관계를 맺는 행위는 특별한 것이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나’라는 주체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나’와는 상관없이 서로 접속하고 분리한다. 그래서 우리 앞에 실재하는 세상이라는 기계는 단일하지 않고 고정되어 있지도 않다. 단지 그 모습을 어떤 순간 일시적으로 드러낼 수 있을 뿐이다. 이렇게 그는 인간과 기계, 마음이라는 관념과 실재하는 몸, 외부와 내부, 통제와 오류 사이의 이율배반적인 아이러니를 횡단하는 자유로움 통해 새로운 세상을 인식하게 만든다. 이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의 작품과 같이 굳어져 버린 것을 풀어내고 느슨해진 것을 다시 팽팽하게 만들어 내는 중립적이면서 수평적인 태도이다. 결국, 작가는 특정한 하나의 세계에서 벗어나 넓고 수평적인 시선으로 ‘나’를 포함한 부분으로써 기능하는 모든 다양한 층위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도록 우리를 사유의 시간으로 유도한다. 이를 통해 정성윤은 우리에게 지금이 이러한 인식적 전환을 위해서는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 신승오 (페리지갤러리 디렉터)

    전시제목정성윤: 우리가 사는 세계라는 기계

    전시기간2021.06.10(목) - 2021.08.07(토)

    참여작가 정성윤

    관람시간10:30am - 06:00pm

    휴관일일요일,공휴일 휴관

    장르조각, 영상, 설치

    관람료무료

    장소페리지갤러리 PERIGEE GALLERY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18 (서초동, (주) KH바텍 사옥) B1)

    연락처070-4676-7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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