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선: 무용한 것들의 아름다움

2022.05.25 ▶ 2022.05.31

갤러리 도스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37 (팔판동, 갤러리 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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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선

    잔향(殘香) 1 _ Remaining Scent Mixed media on canvas, 116.8×91cm,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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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선

    잔향(殘香) 3 _ Remaining Scent Mixed media on canvas, 116.8×91cm,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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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선

    파동 (波動) 1 _ Golden Waves Mixed media on canvas, 72.7×60.6cm,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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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선

    My Love, Beside Me Mixed media on canvas, 116.8×80cm,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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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선

    Palette of Summer 2 Mixed media on canvas, 25.8×18cm,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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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선

    Autumn Walk 2 Mixed media on canvas, 116.8×91cm,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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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선

    Forever And Ever After (IV) Mixed media on canvas, 162.2×97cm 2022

  • Press Release

    ‘나’의 감미로운 캔버스

    여백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왔다. 당신이 고개를 들어 쳐다본 곳에는 광해를 일으키는 강한 불빛들이 있다. 그것들의 강렬한 인상은 마치 등대나 북극성처럼 방향을 안내해 주는 것 같지만, 뒤이은 광해는 지금 당신에게 보이는 것이 진짜가 맞는지 그리고 보이는 것이 당신이 보아야 할 것이 맞는지 판단하지 못하게끔 혼란을 준다. 머리 하나 정도가 덜 자랐을 무렵만 하더라도 당신은 별을 찾았고 시를 읽었으며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보기도 했다. 드높게 느껴질 법도 한 하늘이, 손을 뻗었을 때 금방이라도 닿을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지던 그런 날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광해가 안개처럼 뒤덮인 오늘에 서 있는 당신은 훌쩍 자라난 모습을 하고도 하늘을 향해 손을 뻗지 못한다. 화마 같은 불빛들로 휩싸인 당신은 옴짝달싹 못한 채로, 하늘을 그저 막혀 있는 천장으로 인식할 뿐이다. 불길을 집어삼킨 듯한 빛에 치중되어 버린 시선은 너머의 별빛 또한 보지 못한다. 하늘은 점점 멀어져 가고 연발되는 총성 같은 소리에 맞추어 발을 디딘 땅이 아래로 아래로 꺼져가서는 구덩이 속이다. 시고 떫고 아프고 때로는 참혹하기도 한 사방이다. 물질의 과잉과 펜데믹으로 인해 고립되고 각박해졌으며 피로해져 버린 인간이 남았다. 자극을 받을수록 타성에 젖어버리게 되는 인간에게는 감각을 느낄 여력이 사라진다.
    빠르고 강하고 쉴 새 없는 충동들이 현 시대 인간의 주위를 압박하고 있는 한 그에 대한 내성으로 권태와 우울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자신의 내외부적으로 보이지 않는 눈을 통해 분주함의 시류를 독촉 받기도 하는 인간은 일상의 여유를 느낄 새조차 없다. 풍부하다기보다는 비대하기만 한 충격과 자극들의 연속은 인간의 인내와 감각을 점멸시키고 이내 무기력과 무감각의 세계로 침잠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김형선은 이러한 현 세태의 우리가 망가졌거나 무너졌다고 보지 않는다. 잠시 쉬어가는 법을 잊은 것일 뿐 언제든 회복하는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갖출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작가의 이러한 믿음은 자연친화적인 감수성에서부터 출발한다.
    과거, 삶에 염증을 느끼던 예술가들은 자연을 찾아 떠났다. 그곳에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 잔뜩 물크러진 이성과 감성은 마취라도 된 것처럼 감각함에 둔해졌다. 그럼에도 자연은 짓무른 상태의 인간을 언제고 수용하고 포용했다. 인간에게서 얻을 것이 없어도 자연은 인간을 인간 그 자체로 봤다. 자연 속에서 인간은 숨이 트였고 영감을 떠올렸으며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고 둘러싼 모든 것들을 기억으로 남겼다. 우리가 대지에서 어떤 모습으로 발을 디디고 있든 자연은 인간이 그 모습 그대로 있기를 바라기에, 언제든 어디에서든 바람은 불고 계절마다 꽃이 피고 가장 추운 곳에서도 태양은 떠오른다. 덕분에 인간의 기억 마디마디에는 자연이 간직되어 있다.
    김형선은 누구에게나 각인되어 있을 기억 마디마다의 자연을 복기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는 추상을 택한다. 자연 그 자체는 보편적이지만 인간이 경험한 자연은 내면화의 과정을 거쳐 특징을 갖추기 때문이며, 작가 자신에게 새겨진 따사롭고 찬찬한 이미지의 자연을 캔버스에도 고스란히 자리하게 함으로써 스스로 위안 받는 이 명상적 행위가 관람자에게도 위로로 다가가게 하려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 작가가 구현하는 이 따스하고 여유로운 자연의 이미지들은 다채로운 빛깔과 다양한 질감으로 캔버스에 표현되는데 단편적이지 않고 유기적으로 화면을 구성한다. 겹겹이 쌓아올려진 물감은 탁해지지 않고 오히려 깊이 있는 화사함을 캔버스에 선사하고 시간과 함께 쌓아 올려짐으로써 재생과 성장 즉 생명력으로도 은유된다. 또한 두텁게 바르는 조형방식을 통해 일종의 물감조각처럼 보이게 된 물감의 입체성은, 원초적일 수도 있고 동물적일 수도 있으며 서정적일 수도 있는 우연적 효과들의 중첩으로 도드라지면서 관람자로 하여금 공감각적인 감상을 이끌어낸다.

    이처럼 공감감적인 감상은 시적인 감수성으로도 연결된다. 향기를 머금은 꽃잎과 천진하고도 포근한 바람, 해갈의 빗방울, 그리고 느린 오후의 온기처럼 김형선이 캔버스에 마련한 자연의 잔상들은 시적인 언어로 발화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언젠가 한 번쯤은 감각했던, 그래서 추억하고자 했던 자연 속 순간들로 공감한다. 공감은 시간과 공간의 확장과 맞닿는다. 눈앞에서 캔버스가 하늘처럼 높고 넓게 펼쳐진다. 별을 찾고 시를 읽고 하늘과 손을 맞잡고자 했던 어느 날의 기억이 당신의 머릿속에서 빛난다. 한편에 잠재되어 있던 순수한 희망이 마음속에서 떠올려질 때, ‘나’를 기다리고 있던 감미로운 캔버스가 당신의 주위를 호위하며 자리하게 될 것이다.
    ■ 김혜린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무용한 것들의 아름다움


    바람결에 날리는 나뭇잎이 내 걸음을 멈춘다.
    바람은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고요하고 적막하게 깊어가는 따뜻한 가을밤
    따뜻함의 잔향이 내게 속삭인다.

    꽃, 바람, 빗방울, 온기,
    작지만 아름다운 무용한 것들이
    그래서 잊혀지지 않는 것들이

    느리지만 매우 뜨거운
    끝없는 잔향이 되어

    나의 곁을 스쳤던
    그 때를

    나는
    사랑한다.
    - 김형선 -


    세상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우리는 일상의 마음의 여유를 챙길 새도 없이 계속되는 팬데믹 속에서 마음속에 피어나는 불안함과 우울감으로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갑니다. 박노해 시인은 '계절은 계절 속을 향유하는 자의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자연 속에 살아가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매일 마주합니다.

    무심코 지나가는 예쁜 꽃을 잠시 멈춰 그 아름다움을 잠시 즐기는 것 그리고 살아있는 것에 대한 따스한 생의 온기를 마주하는 것처럼 우리의 빛나는 순간들은 큰 것이 아닌 우리를 감싸는 따뜻함, 아름다움, 일상의 작고 소중한 추억에서 빛이 나곤 합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소중한 일상 속 빛나는 찰나의 순간들이 바로 예술일 것입니다.

    저는 캔버스 위에 자연이라는 따뜻한 소재를 통해 세월에 따라 나이테가 쌓이듯, 물감을 켜켜이 쌓는 명상적 행위를 통해 자연의 무용하고 아름다운 것들의 생각과 감정을 기록합니다. 꽃, 바람, 빗방울, 온기처럼 작고 무용하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 저 스스로 치유되고 온전해지는 제 내면의 따뜻한 안식처를 갖습니다.

    제 그림은 특별한 순간의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매력적인 색감과 아름다움을 담습니다. 자연의 무용한 것들이 주는 아름다움처럼 우리 모두는 '나'라는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기억이 머무른 그 자리, 그 날의 온도를 떠올리며 캔버스에 담은 계절의 아름다움을 관객들에게 공유함으로써 관람자에게 삶의 위로를 주는 것과 동시에 마음 속 평화로움을 얻고 우리 내면에 잠들어 있던 빛나는 순간들을 되새깁니다.
    ■ 박용석

    전시제목김형선: 무용한 것들의 아름다움

    전시기간2022.05.25(수) - 2022.05.31(화)

    참여작가 김형선

    관람시간11:00am - 06: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37 (팔판동, 갤러리 도스) )

    연락처02-737-4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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