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M Project는 리움미술관에서 새로이 선보이는 신진 작가 개인전 프로그램입니다. 로비에 자리한 휴게공간에서 펼쳐지는 ROOM Project는 20-30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지속적으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ROOM Project의 첫 번째 전시로 <유지영 시간들의 서랍>을 개최합니다. 유지영(b. 1991)은 회화의 관습화된 조건과 구성 요소를 의심하고 재구성합니다. 회화는 이미지를 담는 일종의 컨테이너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이미지는 지지체 흔히 격자형 나무틀에 고정된 천이나 나무 패널, 종이위에 그려집니다. 작가는 회화의 기존 체계를 탈피하고자 일상생활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물의 구조를 회화에 대입해 봅니다. 예를 들어달력이나 원고지 형태를 차용한 입체적 화면에 오브제를 담고 배치합니다. 최근에는 주거공간의 찬장이나 선반의 형태를 빌린 작품을 통해 지지체와 이미지의 관계를 확장적으로 탐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미술관의 사물에 주목하였습니다. 미술관에는 한때 사용되었던 사물들이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채 전시되어 있습니다. 리움미술관의 고미술 상설관에는 병, 주자, 합, 그릇, 연적 등 수많은 용기容器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더 이상 무언가를 담지 못하고 텅 빈 채 관람객의 시선만을 허락합니다. 작가는 이러한 기능하지 않는 '닫혀 버린' 용기를 모티프로한 작품 7점을 선보입니다. 열리지 않는 찬장 <격자더미>와 <격자 더미들>, 물건을 담을 수 없는 서랍장 <피존홀>, 열 수 없는 <문>은 미술관 전시품과 이를 만지고, 채우고, 사용하고자 하는 관람객 간의 해소되지 않는 갈등을 상기시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미술관의 용기들은 관람객이 상상하는 것을 마음속으로 담아 볼 수 있게끔 합니다. <시간 한 칸>과 <물결 여러 칸>은 무한히 흐르는 시간과 물을 단위화하여 각각 그림 한 폭과 벽지 여러 폭에 담은 작품입니다. 이는 닫힌 용기들이 담아온 수많은 세월과 앞으로 담아낼 것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다섯 개의 시계< container unfolds what you desire >는 시간을 알려주는 대신 '닫힌 용기는 우리가 바라는 것을 펼쳐준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작가가 이번 전시에 참조한 공간의 시학에서 저자 가스통 바슐라르(프랑스 철학자, 1884-1962)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닫혀 있는 상자 속에는 언제나 열려 있는 상자 속 보다 더 많은 것들이 있다. 사실을 확인하려고 든다면, 이미지들은 죽어버릴 것이다. 언제나 상상함이 삶보다 더 풍요로운 법이다."

전시제목ROOM Project <유지영: 시간들의 서랍>

전시기간2022.06.21(화) - 2022.12.18(일)

참여작가 유지영

관람시간10:00am - 06:00pm

휴관일매주 월요일, 매년 설날(음력) 및 추석 당일

장르회화, 설치

장소리움미술관 Leeum Museum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한남동) )

연락처02-2014-6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