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안 시대(794~1185)

일본미술사헤이안 시대(794~1185)

독자적 일본양식의 창출

헤이안 전기는 나라시대 때 일본열도를 장악했던 당(唐) 문화가 일본적으로 토착화되는 과도기로,
불교의 천태종과 진언종이 창시되고 궁중을 중심으로 한시와 한문이 성행해 높은 수준의 문학이 발달하였다.
가나문자가 나타난 9세기 후반에는 당으로부터 밀교가 유입돼 화려하고 장식적인 불교미술이 발달했고,
헤이안 후기에는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독자적인 일본 양식이 정착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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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겐지모노가타리 에마키> '야도리기'장, 종이에 채색, 12세기 전반, 21.9cm

    이 작품은 무라사키 시키부라는 궁녀가 당시 귀족 생활을 가까이서 보고 묘사한 고전 연애소설의 내용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소설이 쓰여지고 약 100년이 지난 뒤 후지와라노 타카노부라는 귀족 화가는 그 방대한 내용가운데, 80~90장면을 10개의 두루마리에 묘사하였다. 현재는 그 가운데 19장면만 남아 있으며, 그 한 예가 ‘야도리기’ 장(章)을 묘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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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뵤도인의 호오도, 1025년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이 사찰은 일본에서는 유일하게 창건된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사찰이 창건된 것은 1025년으로 알려져 있는데 무려 1,000년의 세월을 버텨온 것이다. 목조 건물 구석구석 쇠락하기는 했지만, 단 한 군데도 소실된 곳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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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손사의 곤지키도

    곤지키도의 본당. 진짜 황금으로 도금돼 있는 이곳은 12세기 당시에 번성했던 히라이즈미 문화의 대표적 상징이다. 단 아래에는 후지와라 가문의 지도자 3인의 시신이 안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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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조(木造) 아미타여래좌상(국보), 11세기 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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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미타여래삼존불 중 가운데, 헤이안 말기, 높이144.5cm, 폭118cm

    이 3구(軀)는 각각 독립한 사원의 본존(本尊)인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것들이 퇴전(退転) 후, 고찰인 타다지에 모아진 것이다. 중앙에 안치한 가장 큰 아미타 여래상은 뒤쪽에 기록되어 있는 붉은 주석(注釈)에 의해, 오바마(小浜) 신코우지(心光寺) 밑에 있는, 性興寺의 본존이었던 것이 판명되었다. 그 온아한 얼굴과 옷차림의 윤곽을 보면, 헤이안 시대 말엽에 만들어진 불상으로 인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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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스카 만다라, 도쿄 국립박물관 소장

    이 그림은 겉으로 보기에는 일종의 산수화같이 보이지만 나라의 신사 경내를 질서 정연하게 묘사하여 불교의 만다라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신역(神域)을 높은 시점에서 보고 그린 이러한 그림을 ‘신궁만다라(神宮曼茶羅)’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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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가열반도, 1086년, 족자비단에 설채, 코오야산 콩고부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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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미타내영도 부분, 1053년, 나무에 채색, 뵤도인 호오도 남쪽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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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미타내영도, 12세기 초, 비단에 채색, 코오야산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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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겐지모노가타리 > '미노리'장, 종이에 채색, 12세기 전반,21.9cm

    이 그림은 오랜 병으로 쇠약해진 겐지의 부인 무라사키를 위한 마지막 불교의식이 치러진 후, 겐지가 무라사키를 찾아와 함께 슬픔을 나누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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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겐지모노가타리 > 글씨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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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에곤엔기> 부분, 傳 에니치보 죠닌, 13세기(카마쿠라시대), 두루마리종이에 담채

    의상대사가 중국에서 유학하는 동안 부잣집 아가씨 선묘를 만나 사랑에 빠진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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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에곤엔기> 부분

    불교의 진리를 선묘에게 가르쳐주고 의상은 다시 신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그를 그리워하다 몸을 물에 던진 선묘는 용이 되어 의상이 탄 배를 신라까지 무사히 오도록 하였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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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쵸오쥬우기가> '토끼와 개구리의 씨름', 12세기 중엽, 종이에 수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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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쵸오쥬우기가> '개구리 불상'

    이 그림은 먹선 만을 사용해 그린 ‘백묘화(白描畫)’로, 두루마리 그림의 내용을 설명해 주는 글이 전혀 없고, 그림들도 서로 연관성을 찾을 수 없어 많은 추측을 낳게 한다. 내용은 확실히 알수 없으나, 당시의 권력 지향적인 불교계를 풍자한 것으로 풀이된다.

  • Description

    헤이안 전기는 나라시대 때 일본열도를 장악했던 당(唐) 문화가 일본적으로 토착화되는 과도기로, 불교의 천태종과 진언종이 창시되고 궁중을 중심으로 한시와 한문이 성행해 높은 수준의 문학이 발달하였다. 가나문자가 나타난 9세기 후반에는 당으로부터 밀교가 유입돼 화려하고 장식적인 불교미술이 발달했고, 헤이안 후기에는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독자적인 일본 양식이 정착되기 시작했다. 

     

     

    장식적인 일본미술의 시작, 헤이안 시대

    헤이안 시대[平安時代]는 지금의 교토에 해당하는 헤이안쿄[平安京]로 수도를 옮겼던 794년에서 가마쿠라[鎌倉]에 바쿠후[幕府]를 개설했던 1185년까지를 말하며, 견당사(遣唐使)가 폐지되었던 894년을 기점으로 전기와 후기로 나뉜다. 

     

    이 시기는 귀족 후지와라 가문[藤原氏]이 실권을 잡아 귀족정치를 행했던 때로 우아함과 사치스러움이 함께 추구되던 시대였다. 대외적으로는 쇄국정책을 택해 그동안 긴밀하게 유지되어왔던 대륙과의 문화교류가 단절됨으로써 일본 고유의 미술문화가 형성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아스카와 나라시대에 이어 여전히 불교 중심의 문화가 성행했지만, 804년에 입당했던 구카이[空海]와 사이초[最登]가 밀교와 천태종을 들여와 일본 불교에 새로운 흐름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9세기 후반에는 천태종을 비롯한 모든 불교가 밀교화 되는데, 이는 중앙정부가 기존 불교세력을 누르기 위해 밀교를 지원하게 된 결과였다. 따라서 밀교 의식에 필요한 밀교미술도 크게 성행하게 되었다.

     


    장원을 중심으로 한 건축

    헤이안 시대의 귀족들은 장원(莊園)을 중심으로 화려하고 장식적인 일본식 건축물을 조성했다. 자연과 일상을 조화시키는 건축은 뵤도인[平等院]의 호오도[鳳凰堂]와 주손사[中尊寺]의 곤지키도[金色堂]로 대표되며, 각각 헤이안 시대의 우아하고도 화려한 귀족문화를 대변하고 있다. 호오도는 극락세계를 지상에 구현했다고 전하며, 곤지키도는 내부를 온통 금색으로 칠해 당시 후지와라 가문의 사치스러움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일본인의 얼굴이 담긴 조각

    한반도와 중국의 영향에서 살짝 비켜나가 일본식 문화가 창작되기 시작한 헤이안 시대 조각들에는 점차 ‘일본인의 얼굴’이 담겨지기 시작했다. 불상제작에 주로 건칠이나 소조의 기법이 쓰여지고 표면에는 채색을 한 것이 주류를 이루었으며, 한편으로는 민간의 수요에 따라 간소한 목조로 된 상도 만들어졌다. 

     

    호오도에 봉안된 아미타여래상이 건축과 마찬가지로 헤이안 시대를 대표하는데, 이 상은 조초[定朝]라고 하는 당대 최고의 조각가가 조각한 것으로 비례나 곡선처리가 매우 부드럽고 우아하다. 이 상을 모방한 유사 작품이 많은 것도 이 작품의 완성도와 비중을 잘 말해준다. 

     

    조각에는 그밖에도 새로이 밀교상들을 조각한 것이 많이 있는데 도사[東寺] 강당에 봉안된 명왕상(明王像)들이나 간신사[觀心寺]의 여의륜보살상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대개 하나의 통나무에 조각하는 일목조(一木造)기법과 건칠기법 등으로 제작되었다. 또 불상을 모방한 신도(神道)의 신상(神像) 조각들이 만들어진 것을 볼 수 있다.

     

     

    헤이안 시대의 불화

    헤이안 시대의 회화는 불교회화와 야마토에[大和繪]의 출현으로 요약된다. 불화에는 구카이가 당나라에서 가져오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만다라’가 있는데 진본은 없어졌으나 이후 모사본이 많이 만들어져 만다라가 성행했다. 만다라는 크게 금강계(金剛界)와 태장계(胎藏界)로 나누어지는데 비록 도식적인 의식용 그림이기는 하나 세부에서 헤이안 시대 불화의 특성을 엿볼 수 있다. 이밖에도 의식용으로 불열반도(佛涅槃圖)가 많이 그려졌으며, 정토사상에 의거해 아미타 내영도(來迎圖)도 제작되었다.

     

     

    일본식 두루마리 그림, 에마키모노

    헤이안 시대 후반기인 11세기 이후에는 중국의 산수를 그리는 대신 친숙한 일본의 풍경을 그리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것은 불화의 배경이나 두루마리 그림인 에마키모노[繪卷物]의 배경에서 특히 잘 보여주고 있다. 에마키모노는 형식상 중국의 수권(手卷)에서 발전된 것이지만, 묘사하는 주제나 기법이 전혀 새로운 일본 고유의 미를 보여줌으로써 중국이나 한국과 매우 다른 회화세계를 형성해 이후 ‘야마토에풍’이라는 전형을 이루었다. 이러한 일본풍의 야마토에[大和繪]는 짙은 채색과 가는 선묘를 특징으로 한다. 

     

    가장 오래된 에마키모노는 12세기 전반에 제작된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에마키[繪卷]로서 귀족사회의 면모를 묘사한 소설을 회화화한 것이다. 귀족세계를 묘사한 것이라 도식적인 표현이 있으나, 그 밖에 〈시기산엔기(信貴山緣起)〉 에마키 혹은 〈반다이나곤 에코토바(伴大納言繪詞)〉등에서는 서민들의 자유스럽고 개성적인 표현이 잘 나타나 있어 대조를 보인다. 

     

    특히 13세기 만들어진 <케에곤엔기(華嚴綠起)>  에마키는 일본에 화엄종을 소개한 우리나라의 고승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의 생애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렇듯 에마키는 헤이안 시대 말기부터 등장해 가마쿠라·무로마치 시대에 걸쳐 다수 제작되어 일본미의 대표적인 규범이 되었다.

     

     

    뮤움 미술사연구팀 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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