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신건우
Feast 140x200cm, oil and acrylic painted resin on canvas, 2023
신건우
Illuminati 120x40, 120x80, 120x40cm, oil and acrylic painted resin on wood, 2023
신건우
Blue candle boy II 120x90cm, acrylic and oil painted resin on canvas, 2022
신건우
Incredulite 30x25x85(h)cm, bronze, 2022
신건우
Thousand Hands II 140x95cm, oil painted resin on canvas, 2023
신건우
전시전경
신건우
전시전경
신건우
전시전경
김세중미술관(관장 김녕)은 2023년 12월 5일부터 23일까지 신건우 개인전 '조각의 조건'을 개최한다. 호반문화재단 주최로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작품과 신작을 포함한 조각 및 평면작업 총 18점을 선보인다.
신건우의 조각적 실험은 그동안 다양한 매체와 방식을 통해 구현되어 왔으며 특히, 지속적으로 실험해온 부조 작업이 미술계의 큰 주목을 받아왔다. 그의 부조 작품은 조각과 평면의 경계 또는 그 중간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고찰하는 방식과 그런 태도와 표현을 통해 만들어지는 서사성을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그것은 종교나 신화에 등장하는 상징, 기호, 반복적 서사를 차용하여 자신의 주변적 요소와 결합하여 하나의 기념비적인 집합체로 재탄생시키는 최적의 구현 방식이다. 이번 전시에는 'Feast', 'Illuminati‘ 등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부조 신작을 선보인다.
최근 신건우는 형태가 없으나 분명 존재하는 어떤 것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식(蝕): eclipse'이란 개념을 작품에 도입해 직관적 형태에 이상적 형태를 새겨 넣은 다수의 조형 작품을 선보였다. ‘식(蝕): eclipse’이란 현실에 존재하는 물리적 형태를 가진 것들과 구체적으로 형상화될 수 없는 무형 혹은 미지의 것들이 교차하는 지점을 의미한다. 우리가 존재하는 세상은 있음과 없음, 의식과 무의식, 물질과 비물질, 현존과 부재, 탄생과 죽음과 같이 서로 반대되는 요소 즉, 포지티브 요소와 네거티브요소가 공존하고 있는 두 세계의 집합체이다. 그는 작업을 통해 ‘식(蝕): eclipse’을 표현함으로써 비밀 속에 가려져 있던 비가시적 세계를 형상으로 치환한다. 이번 전시에는 'Sik(蝕)-Blue pagoda(Dongnyang-chi)'와 대표적 '식' 시리즈 작품인 'Dawned' 등을 함께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조각의 조건'이라는 전시 제목 아래 그동안 신건우가 주목해온 조형적 조건에 관한 실험을 총체적으로 망라하는 자리이다. 한 명의 인간이면서 작가인 자의 기초적인 원리와 질료에 대한 관조와 질문, 넘치는 것들을 비우기 위한 조형적 사고와 시도, 적합한 형태와 구조로 가기 위한 선택과 결정 등 인간으로서 매일 마주하게 되는 이 일련의 과정들이 어떻게 조각적으로 구현되었는지, 그리고 이러한 고민과 흔적들이 어떻게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다.
조각의 조건에 대한 믿음
글. 추성아
초기부터 최근까지 부조 형식을 지켜온 신건우는 조각으로부터 의식적으로 탈피하려는 시도와 함께 다시, 조각이라는 매체 형식 자체에 대한 고민으로 돌아오게 된다. 부조는 평면 이미지와 입체의 경계에 있는 복제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면서도 완벽한 복제가 나올 수 없는 시각성을 기반으로 한다. 예로, 작가가 표현하는 인물의 소조적 묘사는 사실상 가장 평면적인 화면 안에 그려지는 미관을 따르지만, 부조 표면 위에 밟히는 선의 윤곽들이 동시에 발생하도록 한다. 이때, 신건우가 표면 위에 덩어리를 붙이고 소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선과 면 사이에 그림자는 그 윤곽들을 더욱 선명하게 만드는데 이 경계에는 늘 긴장감이 존재한다. 안과 밖, 색과 색, 거침과 부드러움, 밝고 어두운 부분의 인공적인 화면의 구축은 묘하게 이질적인 ‘다름’ 사이에 발생하는 긴장감과 같다. 이 과정에서 작가에게는 분명 힘의 균형을 조율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따라오는 과업일 것이다.
신건우의 부조 연작은 관객에게 하나의 압축된 장면을 연출하고 열린 서사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고정된 벽체와 같다. 이때, 발생하는 경계의 느슨함은 화면 위에 여유로움을 드러내며 팽팽한 긴장감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가능성을 극대화한다. 작가의 작업들은 대체로 물리적인 견고함에 대한 시각화를 추구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견고함이 주는 요소들이 브론즈(Incredulite ,2022)와 같은 전통적인 재료의 사용, 그리고 부조와 달리, 실제로 견고해 보이지만 매우 가벼운 레진 캐스팅 위에 고운 섬유 입자를 곱게 입힌(蝕-Blue Pagoda, 2022) 눈속임은 상대적으로 그 무게감이 돋보이도록 상반되는 속성을 전복시킨다. 여기서 우리는 조각이라는 매체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재료와 무게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도드라진 서사적 장면과 기술적인 부분에 의해 가려지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동세대 작가들이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오가는 매체의 혼성적인 형식들을 취하고 있다면, 신건우는 가장 보수적인 조각에 대한 고민을 지속해왔다. 대체로 지금의 조각을 이미지의 홍수 안에서 이미지와 함께 작동과 오작동을 오가는 동시에, 조각에 대한 대안을 언급하고 있다. 어쩌면 그에 대한 대안의 한 갈래로, 신건우는 조각이 이미지의 메커니즘 안에서 읽혀지는 방식보다 조각의 형식 자체와 전통적인 구도의 이행과 해체에 주목하고 있는 것에 가깝다. 이러한 태도는 긴 시간 작업해왔던 호흡을 극복하고자 2021년에 선보였던 개인전 <식(蝕)>(갤러리2)을 통해 어떤 과도기로 전환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전시 제목처럼, 어떤 한 천체가 다른 천체를 가리는 현상으로 신건우 하면 떠올랐던 작업의 주요 방식들이 과감히 새로운 방식들을 덧붙이는 시도가 과거의 흔적들을 가리는 시간들일 것이다. 특히, 종교화와 신화에 등장하는 상징과 기호, 그리고 화면 안에서 다뤄지는 기술적인 형식들을 차용하고 자신의 주변적 요소와 결합하는 재현적 부분들은 전체 구조체를 기념비적인 집합체로 극대화하는 역할로써 작용한다.
관객들이 오해할 법한 부분은 신건우가 만들어내는 구조적 질서와 기념비적인 장면들이 작업의 주요한 방향일 수도 있다는 점인데, 쉽게 소멸할 현재의 장면들은 곧 과거의 이야기가 되듯이 작가에게 장면의 구체성이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주제보다 문맥의 종합적인 뒤섞임을 바탕으로 조각이 갖고 있는 조형적 조건들에 대한 실험으로 이어진다. 그 조건들은 화면 안에 구도를 위한 균형과 양감, 그리고 묘사가 뒤따르게 된다. 여기서 사용되는 각각의 형식들이 감지되는 것은-다시 2017~2018년으로 거슬러 갔을 때-당시 소개되었던 알루미늄 판 위에 혼합재료의 < Surface > 연작에서 형식들이 분산되어 집결되는 레이어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평면 작업들이 전혀 다른 매체로 구현되어 부수적인 연작으로 인식할 수 있으나 사실상 신건우의 부조에서 볼 법한 요소들을 소환하고, 이때 사용되었던 형광 계열의 색들은 근래 조각으로 다시 끌어왔다. 현재도 틈틈이 평면 연작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작가에게 익숙한 몸짓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 환기하는 시간이지만, 의식적으로 완전히 분리하지 않고 그가 다뤄왔던 요소들을 화면 안에 붙잡으려 한다.
매체를 다듬고 완결된 형태로 구현하는 방식은 그동안 포괄적인 서사의 파편에서 취득한 것이라면, 근래에는 작가가 경험한 가장 사적인 시간들의 감각에서 출발하면서, 직관적으로 떠오른 형태의 상관성이 특정 대상으로 직접 연동되는 시도를 하기 시작한다. 예컨대, 탄생에 대한 경험이 신체와 구조에 연결되어 순간적으로 떠오른 특정 사물(Avocado, 2021)의 모양 반쪽을 캐스팅한 작업은 작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애착 관계에서 시작되었다. 이런 연상작용은 기본적으로 조각적 사고를 해왔던 습관이 신건우의 신체에 장착되어 조각적인 조형성에 적합한 모양과 구조로 맞물리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최근에는 그 형태들이 상대적으로 간결하고 추상적인 형태로 어떤 변화가 시도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동안 매우 섬세한 묘사에 몰두했던 방식들이 반복되면서 축적된 시간들을 덜어내기 위한 작가 자신과의 갈등 안에 있다. 넘치는 것들을 비우기 위한 시도들은 조각의 가장 기초적인 원리와 재료에 대한 질문들로 돌아감으로써,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 매끄러운 것과 둔탁한 것, 덩어리와 표면, 유광과 무광, 양각과 음각, 빛과 그림자, 정지된 것과 움직이는 것 등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한다. 신건우에게는 에폭시와 스티로폼의 물성 자체와 산업재료의 날 것 그대로 드러내는 동시대 과시적인 성향과 달리, 명백하게 가공된 기념비적 조각의 틀을 차용하는 것에 방점을 둔다.
이렇듯, 우리는 화면 위에 장면이 연출되었던 부조와 사물의 유사 형태를 조각한 일부분을 파내어 그 단면을 보여주는 방식이 대상이 담고 있는 근본적인 구조의 변곡점에 있음을 확인한다. 신건우에게 대상을 관조하고 인식하는 방식에 대한 위계는 그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인물과 사물, 경험에서 비롯되었으나, 그것들을 은유하는 사물들의 조각적 형식으로 연계되기 마련이다. 즉, 이미지로 흡수되지 않는 작가의 조각들은 이미지가 사물이 되는 현실에서 오늘날 우리가 인식하는 대상의 형태와 질감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하도록 한다. 기본적으로 조각이 갖고 있는 위상에 대한 작가의 믿음이 그가 선택하는 조각술에 부합하는 조건들을 고집하는 것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태도는 원형을 직조하기 위한 물성과 주조하기 위해 사용되는 재료의 표면과 덩어리, 무게에 대한 기초 개념들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그리하여 작업 과정을 구축하는 작가의 근원적인 출발과 이것을 기념비적인 구조로 보여주는 방식이 곧, 그가 긴 세월간 조각을 할 수 있도록 지탱하고 있는 이면에 것들의 역할과 필수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결국에 조각에 대한 탐구를 지속하게 하는 그 순간들은, 일상에서 확고하게 하는 서사와 믿음을 쌓아가고, 그것이 조각적 형식으로 직조되는 기념비적인 순간일 것이다. 그리하여 신건우는 매순간의 지나간 결정의 순간과 함께 지난 시간들을 지나왔으며, 반복되는 주기 안에서 그가 다루고 있는 매체와 연대하는 새로운 시도들의 믿음의 경계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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