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고성x홍예지
《Sincerely,》 전시전경 (de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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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rely,》 전시전경 (de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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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rely,》 전시전경 (de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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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rely,》 전시전경 (de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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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rely,》 전시전경 (detail)
고성x홍예지
《Sincerely,》 전시전경 (detail)
‘페리지 팀 프로젝트’는 매년 역량 있는 젊은 작가와 기획자를 한 명씩 선발해 하나의 새로운 팀을 만들고, 서로를 이해하는 진정한 협업을 통해 의미 있는 전시를 만들어 가는 프로그램입니다. 2023년에 선정된 작가 고성과 기획자 홍예지는 지난 1년간 편지를 주고받으며 삶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세대와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해 왔지만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있습니다. 바로 인간에게 가장 본질적인 것, 삶을 살아가는 지혜와 단순한 마음, 눈에 보이지 않는 초월적인 가치와 인간이 땅에 뿌리내리게 만드는 요소의 균형입니다. 초겨울에 시작된 대화는 봄, 여름, 가을을 거쳐 다시 겨울을 맞이하며 끊임없이 확장됐습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간이 문화를 가꿔온 방식을 추적하거나 고전, 철학 논문과 시, 사진 등에서 표현된 삶의 내밀한 흔적을 살피며 오늘의 우리에게 필요한 앎이 무엇인지, 어디를 바라보며 나아가야 할지 함께 고민했습니다. 전시는 이 탐구 과정과 긴밀한 교류를 시각적으로 풀어냅니다. 전형적인 미술 전시보다 문턱을 낮춘 연출로 두 사람이 나눈 배움을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전시장은 크게 세 영역으로 나뉩니다. 기획자의 서재와 작가의 작업실, 그리고 공동의 교류 공간입니다. 각 영역의 의미를 다른 말로 풀면 ‘너와 나, 우리’가 됩니다. 이것이 커다란 궤적을 그리며 결국 ‘새로운 하나’가 되는 원형적 구조입니다. 서재와 작업실에는 각자가 살아낸 시간과 고민의 밀도가 느껴지는 가구, 소품을 배치합니다. 기획자와 작가는 이곳에서 교류를 이어 가며 매주 짧은 퍼포먼스를 진행합니다. 전시장이 연극 무대처럼 작동하며 관람객과 두 사람을 연결합니다. 전시와 함께 선보이는 서간집은 1년의 대화를 충실히 기록한 아카이브이자 전시장에 놓인 사물의 의미를 추리하는 데 쓰이는 도구입니다. 팀 프로젝트의 진정한 의미는 관람객과의 만남을 통해 더 큰 파동을 갖게 됩니다.
이어지는 글은 고성, 홍예지가 서로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입니다. 사계절을 통과하며 써 내려간 이야기 중 동지, 입춘, 하지, 입추 즈음의 글을 골랐습니다. 이 작은 단서들과 더불어 진심을 담은 조각들이 관람객을 기다립니다.
겨울 / 고성
오늘은 동지입니다. 한 해 중 밤이 가장 길어졌습니다. 저는 겨울이 되면 정신이 맑아지고 조금 더 열심히 작업을 하게 되는데, 이맘때 피곤을 잊고 가장 맑은 눈을 갖게 되는 기분입니다. 지난날에 담아 놨던 풍경들을 다시 들춰 보고 후반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해가 점점 길어질 테지요. 저는 새해보다 동지에 마음을 더 다잡게 됩니다. 빛과 어둠이 사이 좋게 자리를 바꿔 앉습니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우리는 모두 함께 이동하고 있습니다.
봄 / 홍예지
입춘이네요! 아래,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의 시와 어울리는 오늘이에요. 마지막 연에서 포착된 변화가 제 안에서도 일어났음을 느껴요. 이 작은 시작이 일상을 흔들어 깨우며 늘 바라 왔던 영혼의 성장을 이루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듭니다. 겨울에서 봄, 여름, 가을, 다시 겨울로 한 바퀴 도는 동안 작가님과 나눌 대화 - 삶의 의미와 기쁨, 경외, 믿음, 연결, 언어에 관한 이야기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궁금합니다. 미지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생각합니다. 우리 앞에 놓인 이 길은 '노랫길(songline)' 혹은 '꿈길(dreaming track)'이라고.
여름 / 고성
2주 뒤면 ‘하지’입니다. 하지에는 보리와 감자를 추수한다고 합니다. 보리와 감자의 환갑 잔칫날이라고까지 한다는데 저희도 그날 만나 보리밥이나 감자전을 먹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주문한 책을 먼저 읽고 괜찮다면 선생님 것도 가지고 가겠습니다. 바람이 좋고 빛이 좋아 타기 좋은 날입니다. 어제는 잠깐 조카를 안고 놀이터에 다녀왔더니 콧잔등과 광대가 붉게 올랐습니다. 해가 점점 머리 위로 높게 떠 가는 요즘의 선생님 안부를 여쭙습니다.
가을 / 홍예지
아주 오랜만에 세종대왕릉에 갔다가 황금 빛 논을 보았습니다. 왕의 무덤을 지키는 사람들이 농사 짓고 살던 것을 되살려 놓았다고 합니다. 무덤과 논이라. 기묘한 조합입니다. 죽음과 삶이 하나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합니다. 한참을 넋을 잃고 바라봤습니다. 그 노랑, 고개 숙인 벼의 눈부심을 어떻게 말로 옮길 수 있을까요. 가슴이 환해지며 감사와 위안이 찾아왔습니다. 숙연해지는 느낌도. 그동안 제가 잃어버렸던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건강한 연결, 자연스러운 리듬, 때를 아는 감각입니다. 그리고 죽음을 삶 안에, 삶을 죽음 안에 받아들이는 수용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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