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Framed Landscape 1 60x120cm_닥나무지료, 광학필름_2024
신학
Framed Landscape 2 60x120cm_닥나무지료, 광학필름_2024
신학
Framed Landscape 3 60x120cm_닥나무지료, 광학필름_2024
신학
Framed Landscape 4 60x120cm_닥나무지료, 광학필름_2024
신학
Framed Landscape 5 100x64cm_닥나무지료, 광학필름_2024
신학
Framed Landscape 6 100x64cm_닥나무지료, 광학필름_2024
신학
Framed Landscape 7 100x64cm_닥나무지료, 광학필름_2024
김상철 | 동덕여대 교수. 미술 평론
수묵은 매우 오랜 역사적 발전 과정을 거쳐 변화하고 발전하며 이루어진 조형 방식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축적된 풍부한 창작경험과 심미체계, 감상관 등은 동양회화 전통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기도 하다. 동양회화의 정체성은 물론 특수성, 지역성, 차별성 등을 담보하는 수묵은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완정한 체계를 이루고 있는 완성된 형식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수묵의 전통성과 완정성은 수묵 작업에 있어 든든한 배경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창작에 있어서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전통이라는 것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시대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며 새로운 기운을 수혈함으로써 전통을 풍부히 하고 새로운 생명력을 갖게 됨은 자명한 일이다. 수묵의 전통성과 정통성을 인정하되 오랜 역사적 발전 과정을 통해 구축된 완성된 형식으로서의 완정성을 극복해 낼 것인가가 바로 수묵 창작의 어려움일 것이다.
작가 신학의 작업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그 전개를 살펴 볼 수 있다. 그의 작업은 수묵이 갖고 있는 고유한 특질을 내용으로 삼고, 이를 자신이 구축한 형식을 통해 수렴해 냄으로써 전통과 현대라는 민감한 접점에서 개별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경우로 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그는 설치라는 비정형의 형식을 통해 자신이 이해하는 수묵의 요체를 표출해 낸다. 그의 이러한 화면 형식은 분명 고전적인 수묵의 평면성을 탈피한 것이다. 더불어 전통적 수묵에서의 조형적, 심미적 요소들과도 일정한 거리가 있다. 주목할 것은 그가 드러내는 설치라는 형식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묵에 대한 자신의 독자적인 해석과 이해를 효과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목적과 의미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그는 그간 평면을 통해 이루어지던 수묵의 교조적인 형식에서 탈피하고, 수묵의 본질에 대한 사유를 바탕으로 주관적 해석을 펼쳐 보임으로써 개별성을 확보하고자 함이다.
사실 작가는 이러한 설치 형식의 작업을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추구하며 내실을 기해왔다. 그리고 매번 발표되는 작업마다 새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보는 이에게 자극을 주곤 하였다. 그것은 형식에 매몰된 양식 재현의 매너리즘이 아니라 매번 수묵을 통해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사유를 개진하는 것이었다. 그간 수묵에 대한 연구나 창작에서의 추구가 소재와 기법 등 말단적인 것에 주목하였던 것을 상기한다면, 그가 보여준 수묵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부단한 실천은 분명 현대 수묵 발전에 있어서 의미 있는 일들이 아닐 수 없다.
작가의 이번 작업 역시 이전의 작업들과 일정한 괘를 같이 함이 여실하다. 특유의 분방한 설치 형식과 농담을 배제한 단순한 화면의 충첩과 반복 등은 그의 개별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상이 되는 자연을 특정한 목적에 의해 선택적으로 취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에 접근하고 교감함으로써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또 다른 감흥을 도모하는 것이다. 작가 역시 일상에서의 평범한 기억과 인상을 바탕으로 이를 조형화 한 것이다. 이는 일종의 관조(觀照)이다. 굳이 구분하자면 본다는 같은 의미이지만 간(看)은 목적과 대상을 특정하는 목적성이 전제된 것이고, 관(觀)은 대상에 대한 포괄적인 인식을 통해 대상에 접근하고 교감하는 태도를 말한다.
현상은 눈을 자극하고 본질은 마음속에 감동의 기억을 남기게 마련이다. 현상은 형상으로 기억되지만 본질은 수많은 변화의 현상들을 걸러내고 가장 단순한 것으로 수렴되게 마련이다. 그의 화면은 무수한 우연과 순간의 찰나를 수렴한 것이다. 이러한 순간과 우연의 흔적들이 중첩되고 반복되며 수묵의 깊이를 더하고 그 감흥을 증폭시킨다. 비정형의 화면들이 중첩되며 선후의 공간을 구축하고, 이러한 공간과 뚫어진 틈들은 규정되지 않은 다양한 표정들을 연출해 낸다. 그것은 특정한 것을 드러내거나 설명하지 않는다. 마치 수많은 현상을 걸러낸 나머지 요체들만을 남긴 것과 같다.
수묵은 물을 매개로 한다. 물을 통해 변화의 조화를 이뤄낸다. 그 변화는 우연과 필연이 충돌하고 조화를 이루는 과정을 통해 작가의 개성을 드러낸다. 작가는 이러한 우연과 필연이 경계에서 그 오묘한 접점을 선택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작가의 안목이자 수준이며 경계를 결정하게 된다. 수묵은 필연을 강조하여 통제하면 그 울림이 감소할 뿐 아니라 단순한 검은 안료로 전락해 버린다. 또 지나치게 우연에 치우치면 무책임한 방만함으로 흘러 버린다. 작가 신학의 작업들은 분명한 자기만의 고유한 형식을 견지하고 있음이 두드러진다. 더불어 이러한 형식적 견고함과 안정성을 통해 우연과 필연을 경영하고 운용하여 조화를 이루어내며 수묵의 본질에 육박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화면은 고착된 정형이 아니라 수많은 변화의 단서와 내용들을 담고 있는 유기체와도 같다. 그의 작업이 지니고 있는 큰 장점이자 특질이다.
서두에 거론한 바와 같이 수묵은 매우 오래된 조형 방식인 동시에 이미 완성된 형식이라 치부되곤 한다. 더불어 현대라는 시공에서의 효용과 가치에 대한 평가 역시 매우 인색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작가들이 수묵의 전통성, 혹은 정통성에 대한 믿음과 그 가치에 대한 신념으로 수묵에 새로운 생명력을 수혈하고자 분투하고 있다. 작가 신학의 작업은 오늘의 수묵이 마주하고 있는 수 많은 질문들과 그 답에 대한 단서들을 내재하고 있다. 적어도 그는 수묵은 지나간 고루한 형식이라 해석하지 않고 있으며, 소재나 기법 등 말단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아닌 가장 본질적인 것에 대한 관심과 추구를 통해 자신이 속한 시공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는 그의 개별성과 차별성을 담보해 주는 중요한 내용인 동시에 앞으로 그의 작업을 더욱 주목하게 하는 이유이다.
■ 작가노트
이번 전시에서 한지의 가변성 그리고 광학 필름을 활용한 평면과 설치작품들을 선보이게 됩니다.
저의 작품의 시작은 먼저 원료를 준비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곱게 푼 닥나무 섬유와 닥풀을 혼합해서 망사 틀 위에 흘리고 건조해 원하는 형상, 다시 말해 풍경을 만들어 갑니다.
이때 닥나무 섬유를 먹이나 쪽물로 물들이고 닥풀의 농도를 조절해서 표현 재료로 사용하는데, 저에게 ‘한지’는 그림이나 글씨의 바탕 재료가 아닌 그 자체가 하나의 오브제로 작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한지 닥섬유 원료로 만들어 낸 풍경들을 광학필름을 겹쳐서 준비한 바탕화면에 배치합니다. 광학필름으로 조성한 바탕화면은 지료, 먹, 쪽빛 등으로 표현한 풍경들에 다채로운 시각적 효과를 부여합니다.
풍경은 일기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감정도 변화합니다. 이보이경(移步異景), 즉 걸음을 옮길 때마다 스쳐 지나가는 형형색색의 풍경이 나의 창을 통해 생동하는 모습으로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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