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유리상자-아트스타Ⅲ 허태원 도시의 블루스_봉산
2024.07.12 ▶ 2024.09.22
2024.07.12 ▶ 2024.09.22
전시 포스터
허태원
도시의 블루스_봉산 약 450×450×450cm, 거리에서 수집한 푸른색 화분들, 푸른색 그림, 푸른색 사진, 워크숍 참여자의 푸른색 그림, 선반 등, 2024
허태원
도시의 블루스_봉산 약 450×450×450cm, 거리에서 수집한 푸른색 화분들, 푸른색 그림, 푸른색 사진, 워크숍 참여자의 푸른색 그림, 선반 등, 2024
허태원
전시 전경
2008년부터 이어진 봉산문화회관 기획 「2024 유리상자-아트스타」 전시공모선정 작가展은 동시대 예술의 새로운 시각과 담론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이 전시는 봉산문화회관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공간인 유리상자(아트스페이스)에서 펼쳐집니다. 사면이 유리로 이루어진 유리상자는 미술관의 화이트큐브와 같이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라 외부에서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구조로, 설치된 작품을 언제든지 관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람객에게 열려있는 생활 속 예술공간입니다.
‘유리상자-아트스타’는 이러한 유리상자의 특성을 이용해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작품 형태와 형식의 제한과 한계를 넘을 수 있도록 작가의 도전정신을 북돋아 실험적인 미술작품을 창작하는 공간의 역할을 다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지역의 경계 없이 역량 있는 작가들이 누구나 참여해 참신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전국공모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으로 성장시킬 것입니다.
2024년 유리상자 전시공모 선정작 세 번째 전시, 유리상자-아트스타Ⅲ에서는 허태원 작가의 <도시의 블루스_봉산>을 소개합니다. 이번 전시의 제목에 들어가는 ‘블루스(Blues)’는 노예가 되어 강제로 고향 아프리카를 떠나 미국으로 이주한 흑인들이 아프리카 음악과 유럽 음악을 접목해 만든 음악을 의미하는 한편, 색상 Blue의 복수형으로 표현된 말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푸른색을 뜻하는 Blue는 복수형(-s)을 쓸 수 없지만, 여럿의 푸른색들이 모였다는 의미로 작가는 ‘블루스(Blues)’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작가는 전시를 위해 봉산동, 대봉동, 신천동 일대를 다니며 푸른색 화분들을 수집했습니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눈여겨 보아야 찾을 수 있는 푸른색 화분들은 때론 낡고 부서지고 퇴색되어 버려진 모습을 하고, 때론 주인의 사랑을 가득 받으며 채소나 꽃들이 잘 가꾸어진 모습을 하기도 합니다.
고향인 부산을 떠나 서울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작가에게 푸른색 화분은 끊임없이 이주하며 사는 사람들의 정착하려는 욕망이 담겨 있는 대상이자, 현대인들의 자화상처럼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그 이면의 다양한 ‘블루들(Blues)’을 모으고, 표현하는 작업을 통해 작가는 우리 삶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을지를 질문하며, 삶과 예술을 소통시키고자 합니다.
특별히 이번 전시는 작가가 수집한 푸른색 화분들, 화분의 표면을 표현한 작가의 푸른색 그림과 함께 사전 워크숍 참여자들의 푸른색 그림이 아트스페이스에 설치되어 완성되었습니다. 가족과 즐거웠던 한때, 파란 하늘, 내가 좋아하는 것 등 다양한 주제를 표현한 참여자들의 작품은 전시장 곳곳에 설치되어 분위기를 전환하며 각자의 이야기들을 보여줍니다.
Blue를 뜻하는 우리말로 파란색, 푸른색, 파랗다, 퍼렇다, 시퍼렇다, 푸르다, 푸르스름하다, 푸르스레하다 등 다양한 표현이 있듯이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 각자의 삶의 모습들도 저마다 다른 색과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우리의 삶과 모습은 어떤 색인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 / 안혜정
작가노트
길을 걸으면 내 눈은 항상 푸른색 플라스틱 화분이 있는 풍경을 유심히 살핀다. 식용 채소를 심어 놓은 화분들 그리고 사람들이 이주하며 버려지는 화분들.
이들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은 우리의 삶을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오브제이다.
이전에 나는 이러한 화분에 이웃들과 함께 꽃을 심는 프로젝트를 오랜 시간 진행하였다. 그래서인지 대규모 이주가 진행되며 수많은 화분들이 한꺼번에 버려지는 풍경은 나에게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푸른색 화분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나는 푸른색 화분이 있는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한편 화분에서 느낀 정서와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화분의 표면을 그리고 있다. 각 화분이 가진 다양한 푸른색과 표면의 질감을 통해 도시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리고 푸른색 화분과 푸른색 그림이 모여있는 푸른색들(Blues)이 내가 본 삶의 풍경을 재현할 수 있을까?
■ 작가 / 허태원
작품평문
푸르디 푸른 화분의 총체예술
허태원의 예술은 구상과 추상, 재현과 개념 사이를 오간다. 그는 실제의 오브제를 제시하기도 하고, 대상을 포착한 사진과 회화 이미지를 내보이기도 한다. 이 모든 작품의 형식과 내용들은 푸른 화분으로부터 비롯한다. 푸르디 푸른 화분. 그것은 허태원이 10여 년 동안 천착해 온 소재이자 주제이며 스타일이며 콘텐츠이기도 하다. 허태원은 골목에 버려진 화분에 주민들과 함께 꽃을 심는 행동주의예술을 펼쳤다. 그것은 도시사회가 상실해 가는 골목의 기억과 공동체성을 성찰하는 작업이었다. 이후 푸른 화분에 주목한 그의 관심은 예술적 행동을 매개하는 사물로서의 화분 자체에 그치지 않고, 그 화분에 담긴 시간과 공간의 문제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그는 이번 설치작업을 통하여 10여 년간 천착해 온 문제들을 총체적으로 재구성했다. 그는 사방에서 관람 가능한 선반의 앞뒤에 작품들을 배치했다. 실물 화분들과 허태원 자신의 작품들과 주민들의 작품들을 더한 화분 소재/주제의 이번 프로젝트는 총체성을 지향한다. 오랫동안 꽃심기 프로젝트를 해온 그는 이번에는 봉산동 인근 주민들과 푸른 화분 프로젝트를 했다. 주민들이 그리고 싶은 푸른 이미지들은 가족사진이나 풍경, 일상의 모습들이었다. 그것은 삶의 기록이자 푸른색에 대한 기억이었다. 작가의 것과 시민의 것이 뒤섞이고 추상과 구상, 재현과 비구상이 함께 했다.
그의 첫 출발은 골목길에 버려진 화분에 주목하는 것이었다. 도시의 골목에는 수많은 화분들이 있다.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공간에서 식물이 생장할 수 있는 공간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화분은 이렇듯 열악한 생장 조건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고안된 인공적인 토지이다. 만들어진 땅, 화분은 그 작은 공간 속에 씨앗을 품어 생명을 토해낸다. (버려진) 화분에 대한 허태원의 탐구와 실천은 도시사회의 변천과 연관이 있다. 골목을 나뒹구는 화분들을 들고, ‘이 화분에 꽃을 심어도 될까요?’ 라며 동네사람들에게 다가선 그는 한국현대사에 나타난 도시인들의 생명 욕구와 그 이면의 배리를 파헤치는 인류학자이자 사회학자 같은 예술가이다.
허태원은 버려진 화분들을 통하여 인간이 생명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성찰을 시작했다. 그가 천착하는 화분이라는 사물은 도시화의 구조적 산물이다.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에 따른 생활의 변화는 과거 농경시대에 대한 동경을 일으켰고, 화분은 땅과 일에 대한 그리움을 대체하는 매개로 각광 받아왔다. 그것은 빡빡한 콘크리트 도시 속에서 생명 현상이라는 숨구멍을 찾고자 했던 욕망의 상징이다. 기존의 플라스틱이나 고무 소재 물질을 재활용하여 만든 푸른 화분은 발암물질을 함유하고 있어서 생산을 중단한 제품들로서 이미 한 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아파트 대세로 변화하고 있는 요즘으로서는 골목길에서 화분 만나기가 쉽지 않지만, 푸른 화분은 여전히 한 시대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버려진 화분에 꽃을 심고 다니던 허태원은 근년에 들어 화분 자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진이나 그림으로 재현한 화분 표면을 통하여 미술의 본질적인 문제들을 탐구해 왔다. 그것은 공장에서 찍어낸 공산품 화분이 아니라 도시인들의 삶이 남긴 사물이다. 그것을 통하여 허태원은 추상과 구상의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그는 ‘추상적 이미지이면서 재현적인 비구상 이미지’를 찾아 나섰다. 허태원은 푸른색의 화분 이미지들을 사진과 그림으로 재현하는 작업을 하면서도 그 작업의 목표를 사물의 재현 자체에 두지 않는다.
‘고무다라이’처럼 단단하면서도 탄력이 있어 쉽게 깨지거나 바스러지지 않는 ‘고무화분’은 현대사회의 속성을 담고 있다. 고유의 붉은 계열 색을 가리기 위해 칠해진 푸른색은 색깔은 싸구려 공산품의 일반적인 모습이지만, 허태원이 재현한 푸른 화분 이미지에는 깊은 시간이 묻어있다. 그것은 화분 표면이라는 공간에 쌓인 시간의 흔적이다. 그가 발견해 낸 푸른 화분 이미지 속에는 우주의 이치가 담겨있다. 화분 표면에 묻어있는 흙먼지를 비롯해 무언가에 긁혔거나 햇빛과 비바람에 벗겨진 흔적들에서 우리는 시공간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푸른 고무 화분에서 시공을 읽어내는 허태원의 작업은 ‘존재하는 모든 것으로서의 우주’를 꿈꾼다.
얼핏 보면 그의 푸른 평면 작업은 재현미술로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푸른색 그 자체이거나 푸른색으로 표현한 마음 한 조각처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허태원의 푸른색이 비록 푸른 화분에서 출발했다고는 하지만, 그 화면이 반드시 푸른 화분의 재현이라고만 한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설치작업에서 보여주듯 허태원은 자신의 푸른 그림을 푸른 화분과 병치함으로써 재현미술과 추상미술의 경계를 허물어 버리고자 한다는 점이다. 푸른 화분의 재현에서 출발해서 푸른 화분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그는 자신을 경계 사이의 어디쯤엔가에 놓아두고 두리번거리며 탈경계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것은 허태원이 천착해 온 푸르디 푸른 화분의 총체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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