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
흐를 숲 1 97x97cm, 한지에 수묵채색, 2024
조은
Beads in the Green 2024, 한지에 수묵채색, 240x480cm
조은
흐를 숲 2024, 한지에 수묵채색, 193.9x130.3cm
조은
Beads in the Green 2024, 한지에 수묵채색, 120x120cm
조은
다정한 대화 65x50cm, 한지에 수묵채색, 2024
조은
흐를 숲 3 97x97cm, 한지에 수묵채색, 2024
조은
끝없는 풍경 4 65x115cm, 한지에 수묵채색, 2024
조은
전시전경
조은
전시전경
아트사이드 갤러리는 7월 19일부터 8월 10일까지 동서양의 회화를 아우르는 감각을 가진 조은 (b.1986)의 개인전 [木木木 : 흐를 숲]을 진행한다. 먹과 물, 아교의 자연스러운 번짐으로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해온 조은은 수묵의 멋과 깊이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구축해왔다. 이번 전시 제목 [木木木]에서는 ‘木’(나무) 3개가 붙어있는 형태가 눈에 띄는데, 이는 사람들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조은은 이번 개인전을 통해 제목처럼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어 무궁무진한 자연 속에서 서로 에너지를 교류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아름답게 표현한 신작 18여점을 선보인다.
하나의 화면에서 펼쳐지는 동양과 서양의 조화
조은의 작품은 처음 본 사람들은 익숙한 듯 낯선 표현과 화면이 주는 색채로 재료와 기법에 대한 많은 질문들을 떠올린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재료와 표현의 방식으로 먹과 동양적 기법을 활용하지만 그가 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은 현대회화이다. 특히 여백을 통해 상상을 자극했던 동양화의 고전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가지고 있는 이상적인 ‘균형과 연결, 조화‘에 집중하여, 보다 현대적이고 새롭게 느껴지는 회화를 그려내고 있다. 먹과 물이 만나 우연의 조화로 빈 화지에 남겨진 길과 촘촘하게 채워진 먹의 사이로 그만의 질서를 갖춘 것을 발견한 사람들은 동양적인 면모와 대비되는 이국적인 풍경에 이질적인 감정과 함께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 시대의 자연과 사람들은 질릴 수 없는 형상이자 관심사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조은은 어린 시절 마주한 환상적인 공간 속 수많은 사람들을 그린 일러스트를 시작으로 군상과 사건들이 나열된 관계의 풍경 속에서 아름다움을 포착해왔다. 작가는 “이 시대의 자연과 사람들은 질릴 수 없는 형상이자 관심사이기에 다양한 모습의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은 환상적인 세계로 여겨졌다.”고 말한다. 이를 기반으로 자연 속 다채로운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들은 자연스럽게 작가의 뮤즈가 되었다. 실존하는 풍경들을 포착하여 본인의 이상적인 공간에 맞게 구성해 선보이던 조은은 자연이 만들어낸 비정형적인 묵직한 리듬감을 이어가고자 한다. 각각의 작품이 흐르듯 이어지는 것과 같이 전시장에 펼쳐진 연속되는 작품들을 보며 우리는 한없이 연결되는 자연 속 유유히 흐르는 에너지를 전달받는다.
거대한 자연 속 빛나는 우리들의 일상, 온전한 휴식을 느끼다.
이번 전시에서 240x480cm의 거대한 작품이 등장한다. 이는 120x120cm의 각각의 8개의 작품을 연결한 것으로 그동안 그가 말하고자 했던 거대한 자연과 그 안에서 각자의 빛을 내며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압도되는 크기의 이 작품은 보다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요소들이 담겨있어 작가만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 아닌 관람객들도 본능적으로 자연을 갈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은은 우리에게 자연의 웅대함과 인간의 존재를 깊이 사색하도록 유도한다. 그는 거대한 자연을 배경으로 인간들의 삶을 그려내며, 그들이 각자의 내적 세계에서 어떤 사색을 하고 있는지를 상상케 한다. 작품 속 인물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실존하는 풍경 속에서 온전히 휴식하거나 교감하는 느낌을 담으려고 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각자의 빛나는 삶을 자연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연과 교감하며 삶의 의미를 탐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전해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이 가진 자유로움과 서로에게 교류받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길 바라며 더운 여름날을 잊게 할 시원한 휴식처가 되길 소망한다.
작가노트
흐르는 숲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아주 어릴 적에 아버지의 작업실에서 어떤 달력을 발견했다. 수 많은 사람들이 환상적인 공간에 어우러진 일러스트였는데, 그 이미지는 한동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사하며 사라진 달력 때문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시간이 흘러 나는 화가가 되었고, 어느 날 문득 잊고 있던 그 이미지의 파편을 내 그림 속에서 떠올리곤 깜짝 놀랐다. 무의식이란 이토록 무섭단 말인가......생각해 보니 동궐도나 행렬도처럼 내가 끌리는 그림들은 쉽게 감정을 이입하기 힘든 빼곡한 기록화들이었고, 이들이 내 미감 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이 분명하다. 왜 좋으냐 스스로 물으면 대답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어렴풋이 알 수 있다. 미시적인 세계를 한없이 파고드는 것 보다, 군상과 사건들이 나열된 관계의 풍경 속에서 미의 단서를 포착하는 것을 선호한다는걸.
그런 내게 이 시대의 자연과 사람들은 좀처럼 질릴 수 없는 형상이자 관심사이다. 정신 차려보니 얼음틀처럼 각이 진 채 단절된 도시에 살게 된 나에게 ‘다양한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은 어릴 적 달력 속의 배경처럼 ‘환상적인 세계’가 되었고, 그 안에서 자연을 닮아 본능적이고도 다채로운 일상을 보내는 모든 현대인이 나의 뮤즈가 되었다. 그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실존하는 풍경 속에서 사색하거나 온전히 휴식하거나 혹은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하거나 교감하는 느낌을 담으려고 애쓴다. 그래야 조형적으로나마 내가 느끼고 표현하고 싶은 자연과 연결된다.
고유한 모습으로 오롯이 존재하는 나무들은 그림 속에서 스미고 번지며 서로에게 기대어 있다. 나는 이번 전시에서 자연이 만들어 낸 비정형적인 묵직한 리듬감을 한없이 이어가고 싶다는 욕망을 느꼈다. 모두에게 선(善)일 수는 없으나, 본능적으로 이끌릴 수밖에 없는 무궁무진한 자연의 모습 속에서 평온하고 무해한 관계의 아름다움을 찾고 싶었다. 내 몸을 움직여 발견한 풍경의 부분들을 편집해서 다시 조화로운 화면으로 구성하는 나의 작업은 과정 그 자체로 하나의 ‘연결’일 것이다.
‘흐르다’라는 근사한 한글이 있다. 평소 ‘눈물이 흐르다’, ‘시간이 흐르다’ 등의 의미로 많이 사용되지만, ‘별빛이 흐르다’ 혹은 ‘음악이 흐르다’처럼 공간에 부드럽게 퍼진다는 우아한 뜻으로도 쓰인다. 때문에 나는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느낌보다 자연스럽게 움직여 연결되는 운동의 에너지로 이 단어를 읽는다. 가끔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인위적인 경계들이 지겨워질 때, 심지어 환멸을 느낄 때, 순백의 한지에 부드럽게 흐르는 자연의 모습을 그리고 바라본다. 스스로 그러해서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 때때로 닮고 싶은 것, 혹은 사라진 것, 희망하는 것......말로는 다 못할 숱한 느낌과 이야기를 담는다. 그리하여 ‘이것’ 아니면 ‘저것’ 그 사이로 무수히 번지는 그라데이션의 공간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나의 모습을 만들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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