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 사에구사: 어디에도 없는(Not Even on Ship)
2024.07.10 ▶ 2024.08.17
2024.07.10 ▶ 2024.08.17
유키 사에구사
어디에도 없는 Not Even on Ship 2023, 캔버스에 유채, 템페라, 펜, 금박 Oil, tempera, pen, gold leaf on canvas, 181.8 x 227.3 cm ⓒ유키 사에구사. 작가 및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 ⓒYuki SAEGUSA. Courtesy of the Artist and Arario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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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다고 말하는 것 Koko ni aru to iukoto (Being Here) 2020, 금빛 병풍에 일본화 물감, 펜 Japanese ink, pen on golden folding screen, 59.5 x 145.4 cm ⓒ유키 사에구사. 작가 및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 ⓒYuki SAEGUSA. Courtesy of the Artist and Arario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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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Map 2021, 판지에 아크릴릭 과슈, 펜 Acrylic gouache, pen on cardboard, 96.4 x 194.8 cm ⓒ유키 사에구사. 작가 및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 ⓒYuki SAEGUSA. Courtesy of the Artist and Arario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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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It Is Very Far 2023, 캔버스에 유채, 템페라 Oil, tempera on canvas, 72.7 x 60.6 cm ⓒ유키 사에구사. 작가 및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 ⓒYuki SAEGUSA. Courtesy of the Artist and Arario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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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을 가진 달 Gravity Moon 2023, 금빛 병풍에 일본화 물감, 펜 Japanese ink, pen on golden folding screen, 174 x 174 cm ⓒ유키 사에구사. 작가 및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 ⓒYuki SAEGUSA. Courtesy of the Artist and Arario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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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태양 Black Hole Sun 2024, 캔버스에 유채, 템페라, 펜, 금박 Oil, tempera, pen, gold leaf on canvas, 18 x 14 cm ⓒ유키 사에구사. 작가 및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 ⓒYuki SAEGUSA. Courtesy of the Artist and Arario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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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오갤러리 서울 3F 전시전경 유키 사에구사 및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사진 양이언. / Courtesy of the Artist and Arario Gallery. Photo by Ian 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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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오갤러리 서울 4F 전시전경 유키 사에구사 및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사진 양이언. / Courtesy of the Artist and Arario Gallery. Photo by Ian YANG
전시주제
유키 사에구사의 화폭에 담긴 장면들은 “누군가의 마음속에 존재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장소”에 관한 생각에서 비롯된다. 사실처럼 정교하게 묘사된 각각의 장면은 개인의 일상적 경험, 주관적 기억 및 상상의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세필로 정밀하게 쌓아 올린 풍경의 곳곳에서 만화적 형태를 띤 작은 동물들이 목격된다. 다른 세계에서 온 듯한 이 존재들은 작가 및 관객의 투영체이다. 작가는 캔버스 외에도 개인적으로 수집한 판지와 병풍 등의 재료를 회화의 지지체로 활용하는데, 그의 표현에 따르면 “한 번 쓰임을 다하여 버려질 예정이던 사물”들이다. 사에구사는 지지체 표면의 주름과 얼룩을 “재료의 기억(素材の記憶)”으로 본다.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통하여 저마다의 재료가 가진 고유한 기억과 본인의 생각 및 몸짓의 흔적을 뒤섞어 “어디에도 없는” 그만의 화면을 구축해 낸다.
〈중력을 가진 달〉(2023)은 오래된 금빛 병풍 위에 일본화 물감으로 채색한 작품으로, 중력과 시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고민을 소재 삼는다. 병풍 주위 벽면에는 한 해와 달, 하루의 시간을 상징하는 12점의 회화 연작 〈블랙홀 태양〉(2023-2024)이 공전하듯 둘러싼 모습으로 선보인다. 낡고 오래된 병풍의 시간과 작은 ‘블랙홀’들의 중력이 유기적으로 관계 맺으며 하나의 공간 안에 어우러진다. 전시와 동명의 회화 작품 〈어디에도 없는(Not Even on Ship)〉(2023)의 화면 중앙부에 정박한 금빛 배는 끝나지 않는 항해처럼 지속되는 회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은유하는 도상이다. 주어진 쓰임에서 멈추지 않고 지지체로서 재탄생한 재료들에 대한 생각을 포괄하는 의미로서다. 고정된 목적지가 없으며 나아갈 항로를 특정하지 않았기에, 사에구사의 화면은 끝없이 탐구 가능한 미지의 세계이다.
작가소개
유키 사에구사는 1987년 일본 나가노현에서 태어나 2010년 나고야예술대학교 유화과 학부를 졸업한 후 현재 일본 아이치현 기타나고야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서울, 한국, 2024), 갤러리 A(시즈오카, 일본, 2022), 에비수 아트랩(아이치현, 일본, 2022; 2017; 2013; 2012)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서울, 한국, 2024), 분카무라 갤러리(도쿄, 일본, 2023), 아라리오갤러리 상하이(상하이, 중국, 2022), 긴자 츠타야 서점(도쿄, 일본, 2021), 나고야 전기문화회관(아이치현, 일본, 2017) 등이 개최한 단체전에 참여했다. 나고야예술대학(일본) 등의 기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작가와의 대화
| 인터뷰어: 아라리오갤러리 (이하 ‘아’)
| 인터뷰이: 유키 사에구사 (이하 ‘사’)
아: 안녕하세요, 유키 사에구사 작가님.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사: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유키 사에구사입니다. 1987년 일본 나가노현에서 태어나 2010년 나고야예술대학을 졸업했습니다. 현재 일본 아이치현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아: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개최하는 작가님의 첫 개인전입니다. 전시명 《어디에도 없는(Not Even on Ship)》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 우리는 모두 다양한 목표와 목적을 향해 나아갑니다. 때로는 그에 도달했다가도, 새로운 목표가 생겨남에 따라 다시금 자신이 아직 여정의 한가운데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한 과정을 육지와 육지 사이를 항해하는 배에 비유해 보았습니다. 하나의 목적지에 도달하여 배에서 내렸지만 이내 또 다른 장소를 갈망하는 마음이 생겨날 때, 우리는 비로소 스스로가 아직 배에도 오르지 않은, 어디에도 없는 상태임을 깨닫게 됩니다.
전시 공간 3층에 있는 판지와 금빛 병풍은 물리적으로 이 개념을 전달합니다. 한때 다른 사람에 의해 사용되었던 것들이지만, 이제는 예술 작품이 되어 관객의 눈을 향해 항해합니다. 또한, 4층에 전시된 캔버스 작품들은 심리적 차원에서 이를 잘 보여줍니다. 관람객들이 이 풍경화를 보며 ‘저기는 어디일까?’ 혹은 ‘이 장면은 무슨 의미일까?’라고 생각하면서, 새로운 상상의 목적지로 마음의 항해를 시작합니다.
아: 연결 선상에서 동명의 회화 작품에 표현된 도상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세요.
사: <어디에도 없는>(2023)의 화면 중앙에는 마치 오랫동안 사용되어 페인트가 꽤 벗겨진 듯한 낡은 보트가 있습니다. 이 배는 이곳까지의 여정을 상징합니다. 화면 앞쪽에 배치된 동물과 식물들은 지혜, 생명, 재생 등을 상징하는데 이를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했습니다. 예를 들어, 화면 곳곳에 있는 뱀은 탈피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재생을 상징합니다. 또한, 하나의 뿔을 가진 이상한 짐승은 수메르 신화 속 지혜와 물의 신 ‘엔키’의 이미지를 본떠 만든 상상 속 동물입니다. 이 외에도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이상한 동물과 식물, 과일들에 대해서는 관람객들이 ‘이게 뭘까?’ 하며 각자의 상상력을 끝없이 펼쳐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 작가님의 작품에서 ‘기억’과 ‘불확실성’이 중요한 키워드로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작가님의 입장과 함께 구체적으로 작품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사: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스스로가 느끼는 모호한 세계관에 형태를 부여하려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부분, 예를 들어 특정 풍경을 보았을 때 오감으로 느낀 인상, 당시의 감정, 느낌 등 형상화할 수 없는 생각들을 그림 속에서 선과 형태로 변형하여 작품 속에 표현하고자 합니다. 시각화하기 어려운 생각들을 회화의 형상과 윤곽으로 변환하여 표현하는 과정의 일환입니다.
회화의 이차원 화면으로부터 온전히 목격되지 않는 부분에 관한 상상과 사고가 인간의 지각을 향상시킨다는 내용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예컨대 워런 버핏은 사회적 구조를 회화의 화면 구성에 빗대어 설명했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직원들이 회화의 화면에 대하여 설명하면서 판단력을 높인다고도 들었습니다. 상상은 새로운 창작을 위한 필수요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은 미래 그 자체이며,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여정의 경계에 놓인 장소라고 믿습니다.
아: 작가님은 일본 산수화, 플랑드르 회화, 일본 만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셨는데, 이 세 요소가 작품 속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사: 산수화와 플랑드르 회화에서 보이는 풍경들이 제가 태어난 장소와 비슷하다고 느낍니다. 제 고향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지역인데, 가까운 장소에서도 고도 차이가 꽤 있는 지역이 많았습니다. 약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고향 풍경이 특히 산수화와 플랑드르 회화 속 장면처럼 느껴지곤 했습니다. 이는 실제 풍경에 기반한 생각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기억 속의 풍경과 가깝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화면 속 풍경들은 산수화와 플랑드르 회화의 화면 구성을 참고하여, 수평적 깊이 없이 수직적 상승을 강조하는 구도로서 그렸습니다.
두 장르의 회화는 매우 평면적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3차원의 화면이 아닌 2차원의 세계를 화면 속에 담아내는데, 이는 만화와도 공통점이 있습니다. 만화는 어릴 때부터 자주 읽고 그리던, 제게는 매우 친숙한 매체입니다. 어린 시절에 종종 집 안에서 만화를 읽다가 창밖을 보고 평지 너머로 높은 산맥이 이어져 있는 장면을 감상하곤 했습니다. 그러한 개인적 기억들이 산수화, 플랑드르 회화, 만화를 저와 강하게 연결한 것 같습니다.
아: 과거에 사용되고 폐기된 병풍이나 판지 등의 재료를 회화의 지지체로 사용하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표면의 흔적들을 ‘재료의 기억(素材の記憶)’으로 명명하시는데, 작품에 이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지, 또한 어떤 기준으로 병풍과 판지를 선택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사: 판지와 병풍 같은 재료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매우 단순했습니다. 그 재료들이 매우 아름답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어떤 재료로 만든 작품이든, 처음 작업한 작품의 재료는 우연히 얻은 것을 사용했습니다. 이후 결과물이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재료는 연작 작업으로 이어졌고, 두 번째 작업부터는 스스로 재료를 찾아다니며 여러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누군가 이미 사용한 재료를 지지체로 사용하는 이유는 해당 재료의 표면에 나타나는 얼룩과 주름이 이 ‘재료의 기억(素材の記憶)’이라고 보고 선을 긋는 행위에서 비롯됩니다. 또한 제 머릿속의 기억과 상상을 선과 형태로 함께 그리며 혼합함으로써, 자신의 기억도 아니고 재료의 기억도 아닌 ‘어디에도 없는’ 장소를 작업으로 표현하려는 시도입니다. 그곳이 한 번 쓰임을 다하여 버려질 예정이던 사물의 영혼의 여정에서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 작품 전반에 흐르는 색감이 상당히 독특합니다. 색 선정 기준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사: 색을 기호적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풍경화에서는 먼 곳을 파란색 등의 차가운 색으로, 가까운 곳을 따뜻한 색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에는 주로 흰색, 검은색, 카드뮴 레드, 카드뮴 옐로우, 코발트 블루와 함께 유채 물감을 많이 사용하곤 합니다.
색은 선에 비하여 보는 이에게 더욱 강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색이 세밀한 필치를 가리지 않도록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물감을 조합하고 다루는 일이 유형의 물질적 소재를 표현하는 데 알맞을 뿐만 아니라 공간이나 공기와 같은 무형의 비물질적 요소를 표현하는 데도 적합한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가능성을 탐구하며 실험적인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 템페라, 유채, 아크릴릭 물감 등 다양한 재료와 매체의 사용에 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사: 그림을 그릴 때 제 그림을 표현하기에 비교적 쉬운 재료를 선호합니다. 특히 템페라와 펜은 선을 표현하는 데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유화 물감은 템페라와 함께 사용하면 색을 더욱 아름답게 표현해 주기 때문입니다. 세밀한 붓질에는 펜과 템페라를 모두 사용합니다. 검은 선에는 펜을, 흰 선에는 템페라를 사용하며 아는 만화의 붓질 기법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주로 사용하는 펜은 만화용 펜이 아닌 볼펜이나 붓펜입니다. 이는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좋은 품질의 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제조업체들에 대한 존경심 때문이기도 합니다. 펜에 사용되는 잉크는 안료 잉크, 유성 잉크, 유화 잉크입니다. 저는 변질에 강한 잉크를 사용합니다.
아: <아주 먼>(2023)에 표현된 사과와 스케이트 보드, 그리고 옆으로 뻗은 나뭇가지가 인상적입니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사: 광기를 주제로 한 작품입니다. 중심부에 보이는 특이한 모양의 바위는 인간의 마음과 영혼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이 바위는 시간에 따라 바람이나 비 같은 외부 요소에 의해 변화된 형태로, 그 모양이 기이할수록 사람들은 이를 광기라고 부릅니다. 광기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성이며, 사람들은 이를 이성으로 억제합니다.
상단에 가로로 뻗은 가지는 구름을, 그 가지에 달린 신비로운 열매는 ‘지혜의 열매’를 나타냅니다. 열매 위쪽에 있는 나선형 덩굴은 뱀을 상징합니다. 하단의 스케이트 보드는 움직임을 표현하는데, 누군가가 사용했음을 암시하는 요소일 수 있는 한편 곧 다시 움직일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광기는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를 나타내며, 많은 경우 부정적인 상황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광기는 초월적이고 고차원적인 ‘메타’의 상태이기도 합니다. 부정하고 싶으면서도 갈망하는 상태로서, 부정할 때는 가까이 있지만 갈망할 때는 멀리 있는 이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 <중력을 가진 달>(2023)과 <블랙홀 태양>(2023-2024) 연작 양측에서 ‘중력’을 주제로 삼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중력’이 작품의 전체적 구성이나 묘사에 미친 영향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또한 병풍을 중심으로 주변에 12점의 <블랙홀 태양> 연작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러한 배치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 중력은 본래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물질에 작용할 때 비로소 그 존재를 인식할 수 있습니다. 제 작업은 주로 오감과 감정 등 보이지 않는 것들을 형태로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와 같습니다. 그러한 감각들이 마치 목격되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중력이 유사하다고 생각해 흥미를 갖게 되었고, 작품명으로 택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에 따라, 그러한 존재는 때로 마음이나 물질의 상태로서 드러나기도 합니다. 일본 소설가 나츠메 소세키의 일화 중 하나가 이렇게 시작됩니다. 그는 "I love you"라는 영어 문장을 "달이 아름답다"라고 번역했습니다. 일본인들은 "사랑해"라는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달로부터 저는 왜곡된 낯섦과 함께 중력을 느꼈습니다.
12점의 〈블랙홀 태양〉 연작은 시간 속 12개의 숫자를 의미합니다. 중앙의 낡은 병풍은 달이자, 시간의 경과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중력과 시간의 보이지 않는 존재를 보여줍니다. 또한 작품의 제목인 〈블랙홀 태양〉은 작은 블랙홀들이 큰 병풍의 시간을 빨아들인다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병풍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낡게 되는 평범한 재료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병풍이 작품으로서 전시될 때, 몇몇 사람들은 낡고 벗겨진 부분을 일반적인 작품과는 다르고 비정상적이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1503)는 현대의 보존 기술이 없이는 그 형태를 잃게 될 것입니다. 이는 자연의 섭리에 반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그에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부자연스럽게 느끼지는 않습니다. 작품을 아름답게 보존하는 일에 대해 경외심과 동시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묘함과 그로테스크함 또한 느낍니다. 그로부터 사람마다 정상과 비정상, 아름다움과 추함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사실을 환기합니다.
아: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작업 방향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 스스로의 계획을 지나치게 드러내어 말하면 그에 만족하여 실제로 실행하지 않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계획을 말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만 다음 작품을 제작할 때는 항상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서두르지 않고 정성껏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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