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곽지유
Untitled 2024, Acrylic on canvas, 93x93cm
곽지유
Mountain and Water 130x 93cm, 2017
곽지유
“Was ist da drin? (그 안에 무엇이 있지?)“ The Drawing Book_4 2017, Gouache on Paper, 15 x 21.5cm
8월 16일, 더 소소에서 곽지유 작가의 귀국 후 첫 개인전 《WAS IST DA DRIN?》가 개최된 다. 드로잉을 주된 작업으로 하는 젊은 작가들 중에서도 신체의 수행성과 대담하면서 섬세한 표
현에서 단연 돋보이는 곽지유 작가의 이번 전시는 그가 수년간 집중해온 드로잉을 소개하는 자리이다.
곽지유(b. 1992)는 국민대학교 회화과를 중퇴하고 독일 할레 미술대학교 페인팅 전공 디플롬 졸업하였다. 독일에서는 개인전 《Something rather than Nothing》(Gallery Ricarda Fox, 2022), 단체전《Kaleidoskopia》(Halle 14 슈피너라이, 2021) 전시등에 참여했으며, 스페인의 무르시아에서 ‘AADK 스페인 레지던시 프로그램’(2021~2022), 핀란드에서 ‘The Åland Archipelago 레지던시 프로그램’ (2023)에 머물면서 작업 세계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국내에서는 단체전 《DEMI》(케이스 서울, 2023), 《RANDOM PAGES》(갤러리 SP, 2022)에 참여했다. 2024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더 소소와 함께하고 있다. 곽지유 작가의 《WAS IST DA DRIN?》는 작가의 10년동안의 독일에서의 작업활동을 드로잉으로 풀어낸 개인전으로, 9월 14일까지 4주간 진행된다.
전시서문
호수를 거닐다 만나게 될 자유
이주연(독립기획)
곽지유가 거주한 베를린은 평평한 지대에 천 개가 넘는 호수와 습지가 도시를 둘러싸고 있다. 처음 베를린에서 작업을 시작하며 호수가 주는 깊고 잔잔하면서도 어딘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드로잉북 < WAS IST DA DRIN >(2017)에 담겨있다. 그에게 드로잉북 작업은 작업의 시작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내면의 가장 깊은 곳으로 고요하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일상의 외부 자극과 멀어지고 손이 닿는 간단한 도구로 안과 밖의 경계가 희미한 무언가를 그려나간다. 몸과 마음에 부담이 없고 자연스러운 과정의 일부로 시작한 드로잉북은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담게 되었다. 《WAS IST DA DRIN?》은’WHAT IS IN THERE?’의 독일어로, 작가가 오랜 시간 고민해 온 드로잉의 확장성에 대한 질문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깊고 작은 호수에 풍덩하면]
곽지유는 작업의 주된 매체인 드로잉을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제작한다. 마치 살아 움직이고 자라는 듯한 자유로운 선을 상상하며 나무틀에 씌우지 않은 커다란 광목천 위에 목탄 드로잉과 물감, 나무 틀과 철 구조물, 라이스 페이퍼 등을 활용한 실험적인 설치 작업을 시도하기도 한다.
또 다른 특징으로 드로잉의 개념과 작업의 연결성이 있는데, 특히 드로잉북을 통해 작업이 계속해서 순환하고 이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동사형 ‘그리다 draw’는 과정과 움직임을 내포하는 단어지만, 명사형인 ‘그림 drawing’은 어딘가 완성된 작품처럼 들린다. 곽지유는 ‘회화 painting’보다는 ‘드로잉 drawing’이 어떤 행동의 중간에 있는 과정 그 자체를 담고 있어 ‘그리다’는 행위를, 작품의 완결을 저항하는 ‘드로잉’으로 여긴다. 그래서 캔버스에 천이 씌워진 대형 회화가 눈에 보일지라도, 곽지유에게는 그저 화면이 커진 드로잉인 것이다. 완성도 완벽함도 아닌 그리는 행위 그 자체에 머물러있는 현재.
또한 대형 드로잉은 몸의 움직임에 대해 중요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통제할 수 없는 큰 작업을 통해서 몸을 움직이는 것은 곧 몸의 한계에 부딪힘으로써 신체에 대한 자각을 일으킨다. 물리적인 한계에 도달한 신체는 균형과 불균형, 외부와 내부의 연결에 대한 감각이 활성화된다. 이는 < Untitled >(2024)에서 볼 수 있듯, 호수가 자라나고 분화하며 새로운 물길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바다로까지 닿는 < By the Sea >(2020) 처럼 말이다. 그렇게 호수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내면의 충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자연과 밀접한 삶의 태도를 가꾸게 된다.
곽지유에게 드로잉을 한다는 행위, 특히 선을 긋는 행위는 무언가를 기우는 바느질과도 같다. 드로잉은 평면을 넘어 입체로, 공간으로 확장하는 가능성을 지닌다. 전시장 한편에 얇은 천으로 엮인 구조물 < Woven Lines >(2024)이 놓여있다. 얇은 대나무를 엮어 원형 지지대를 만들고, 직접 염색한 실로 된 선이 이리저리 엮여있는 이 구조물은 천 조직의 늘어나는 성질을 이용하여 테두리 모양을 자연스럽게 변형시키고 늘어뜨린다. 연결과 단절, 균형과 기움 등 현실에서 역설을 동반하는 지점을 드로잉에서 계속 섞이는 상상으로 이어갔고, 이를 입체물로 시각화하였다. 여러 시점에서 호수를 들여다보는 행위는 자신의 불안과 역동하는 감정을 살펴보기에 용이했다.
[자라나는 호수, 바다로의 항해]
호수가 자라나게 된 계기가 있다. 곽지유는 모두가 고립된 시기에 수행하듯 작업한 < Pandemic Drawing Series >(2020~2022) 덕분에 매일 스스로를 돌보고 마음을 살필 수 있었다. 호수에 가득 찬 물을 비워내는 행위를 통해 공간을 남길 수 있게 되었고, 거기에는 빈 공간을 넘나드는 유영하는 선이 있었다. 선은 새로운 형태와 이미지를 우연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보고 경험했던 어떠한 형태를 반복하기도 한다. 매일 지나가는 풍경도 이미 지나간 어제와 오늘이 다르듯,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선을 변주가 있는 반복으로 매일 그려가며 작업을 이어갔다. 이렇게 곽지유는 드로잉을 통해 자연과 닮은 그리기의 유기적인 방식과 그 연결성에 대해 탐구하였고, 자연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유기적인 선을 통해 연결, 혼합, 공유의 의미와 자연 그 자체의 따뜻함, 위로, 공동체 의식 등의 감각을 포용하였다. 산과 물이 독립적으로 부피를 차지하던 < Mountain and Water >(2017)에서 공원에서 보낸 시간을 비워내는 < I Went to the Park Today >(2023)로의 이행에서 그 궤적을 살펴볼 수 있다.
곽지유는 해외의 레지던시나 여행을 통해 작업으로 소통하는 경험을 쌓아왔다. 이런 과정에서 예술은 단순히 보이는 것을 넘어, 소통과 치유의 재료이며 때로는 평안한 명상적 행위이자 일기와 같은 개인적인 도구로 사용된다. 전시장 곳곳에 놓인 작은 드로잉은 낯선 곳을 여행하며 타인과 또는 스스로와 나눈 대화를 기록한 것이다. 드로잉에서 선은 여행자의 발걸음처럼 이리저리 이어지며 작가 자신과 주변을 확장한다. 곽지유는 연결하고 서로 엉키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선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고, 특히 레지던시나 여행할 때 에는 많은 도구를 구할 수 없기에 주어진 환경에서 발견하는 것을 도구로 삼았다. 그래서 드로잉은 여행자에게 편리한 방편이기도 하다. 또한 선 그리기의 단순함은 보는 이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으로 연결되며 상상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 Kökar_2 >, < Kökar_4 >, < Night Walk >는 2023년 핀란드 자치령인 올란드 제도(Åland island)의 코카르(Kökar)섬에서의 레지던시 생활을 기록한 것으로, 현지에서 구한 신문지, 종이, 연필, 과슈로 화면을 채워갔다. 올란드 제도는 6,500 여개의 암초와 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코카르 섬 역시 전체 면적의 대부분이 물, 잔잔한 바다로 이루어져 있어 삶에 물이 가득하다. 고요한 눈과 바다에 둘러싸인 겨울의 코카르를 보내며 곽지유는 스스로가 하나의 물이 되어 흘러가고 뻗어나감을 경험하였다. 이후 레지던시에서의 생활은 자신의 호수를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10 년 전 호수를 들여다본 것이 자신을 구성하는 물이었음을 알아차리고, 이 물이 뻗어나가 주변을 물들어 함께함을 소망하게 된다.
이처럼 곽지유에게 그리기는 완성, 완벽함, 능숙함에 대한 저항이다. 누군가는 ‘데카르트의 상처’라는 말을 쓸 만큼 인간의 뇌에는 이분법적 사고가 학습되어 있어 정해진 길을 답습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누군가 정답을 찾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그 고민의 과정을 편견 없이 나누는 것 만으로도 치유의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곽지유에게 드로잉은 끝나지 않고 언제나 미완성인 상태이며, 드로잉을 통해 사유하고 감각하며 자신을 돌보는 곽지유의 저항은 확장된 드로잉으로 현현한다. 그렇게 호수를 거닐다 자유를 만나게 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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