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성북구립미술관은 2024년 첫 기획 전시로 한국 현대 추상조각 대표 작가인 최만린(1935-2020)의 석고 원형조각을 중심으로 한 《흰: 원형》展을 2024년 3월 28일부터 11월 2일까지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에서 개최한다.
《흰: 원형》 전은 최만린의 석고 원형 조각만 선보이는 최초의 전시로서, 1958년부터 마지막 시기인 2010년대까지 60여 년이 넘는 최만린의 조각사를 대표하는 석고 원형과 드로잉 등 총 6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작가가 30년간(1988-2018) 삶의 터전이자 작업실로 삼았던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은 80년대 후반 이후의 석고 원형 대부분이 탄생한 곳으로 본 전시는 ‘근원적 장소로의 회귀’라는 뜻깊은 의미를 지닌다.
최만린의 석고 조각은 대부분 흙으로 빚은 형태를 바탕으로 제작된 석고 원형에 해당한다. 작가의 초기작인 1950, 60년대 인체상들(현재 대부분 유실됨)과 <이브> 중 일부는 당시 학생이었던 작가가 비싼 브론즈로 제작할 여력이 없었던 탓에 석고 원형으로만 제작되어 그 자체가 유일작으로 남겨지기도 했다. 60년대 초에 들어서며 테라코타, 시멘트 등의 재료를 사용하던 작가는 1970년대를 기점으로 청동 주물을 위한 석고 원형을 본격적으로 제작하기 시작했으며, 이 과정은 말년의 작업까지 지속되었다. 흙을 빚어 만든 최초의 형태는 석고형을 뜨는 과정을 통해 대부분 파괴되는 까닭으로 결국 석고로 뜬 형태가 본래의 형태를 지닌 ‘원형’으로 존재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석고 원형은 주물을 위한 형상의 틀로 간주되거나 완성된 청동 조각의 유일성을 위해 청동 주물 제작 직후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만린은 흙의 형태를 빌어 탄생한 석고 원형 또한 작가의 직접적인 손길과 노동을 통해 보다 완벽한 형상으로 다듬어지는 조각 작품으로 바라보았다.
이번 《흰: 원형》 전을 통해 전시를 찾는 이들이 조각 탄생의 순간과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겨진 석고 원형 조각을 새롭게 마주함으로써 조각의 이면에 깃든 작가의 예술 세계를 또 다른 시각으로 경험하고 느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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