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영 : 느닷.없는 현시_A sudden manifestation. on now-being
2024.09.25 ▶ 2024.10.01
2024.09.25 ▶ 2024.10.01
전시 포스터
이희영
Peony in May acrylic on paper, 110 × 75cm, 2024
이희영
Raspberry Rhapsody acrylic on linen, 33.4 × 24.2cm, 2024
이희영
I hope you’re mesmerized #1 acrylic on linen, 72.7 × 60.6cm, 2024
이희영
I hope you’re mesmerized #2 acrylic on linen, 72.7 × 60.6cm, 2024
이희영
I hope you’re mesmerized #3 acrylic on linen, 72.7 × 60.6cm, 2024
존재의 찰나
갤러리 도스 관장 김선재
인간의 모든 행위는 표현적이며 예술은 작가의 의도적인 표현 행위의 결과물이다. 일상으로부터 의식하게 되는 찰나의 감정들을 주목하고 고찰하는 과정에서 작가가 감각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으며 이것은 사유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에게 그리는 과정은 개인의 감정과 기억을 붙잡는 것에 머물기보다는 삶의 목적과 의미를 알아가는 것에 가깝다. 스스로 외부로 보이는 것과 내부에서 느껴지는 것 사이의 매개자가 되어 그리기 위해 무언가를 정하지 않고 그리고자 하는 순간을 찾아 그린다. 재현으로써의 표현이 아닌 감각을 느끼는 자로 나를 투영하여 표현하고자 한다. 새로운 관점과 시선을 통해 현실의 인상을 포착하는 과정은 본인을 둘러싼 세계와 사회 그리고 개체로서의 인간을 바라보다 보면 그 자리에 있는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내가 얼마만큼의 크기와 무게로 세상에 놓여있을까라는 물음은 규정된 울타리 밖으로 존재하는 것들을 더욱 풍부하게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출발점이다.
우리의 눈은 명료한 대상을 보길 원한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있지만 결국 형태를 가지거나 인식할 수 있는 요소로 이루어져야 그 존재가 인정된다. 이희영 작품에서 보이는 규정지을 수 없는 불분명한 형태들은 우리로 하여금 습관적인 시선에 의해 배제되어 온 것을 마주하게 한다. 그로 인해 대상이 갑작스럽게 의식에 부딪혀 내제된 이면들을 만나게 되는 존재의 찰나를 경험한다. 여기서 발휘되는 직관은 개별적이고 우연적이며 불확정적인 것이다. 직관은 의식과 무의식, 주관과 객관이 통일된 인식의 최고 형식으로 예술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다. 삶을 통해 떠오르는 단편적인 기억, 감정, 생각과 같은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본질적인 내면의 것들처럼 형용될 수 없는 감흥과 대상을 시각화하고자 시도는 존재의 의미를 극대화하는 원천이 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작가는 스스로 관찰자가 되어 스쳐가는 많은 인상들을 기억하고 남기려고 애쓴다. 주관적이고 특정한 심상의 형상화는 한 편의 시구에서 보여지 듯 은유적 방식으로 눈앞에 드러난다.
작가는 형태보다는 색의 구성에 관심을 가지며 이를 자유로운 붓질을 통해 표현한다. 붓질의 궤적은 대상을 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바라볼 때마다 변하고 움직이는 동적인 것으로 만든다. 속도감 있는 붓질과 질감은 분명한 흔적을 남기며 재현을 위해 그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구분 없이 긴 혹은 짧은 호흡으로 숨 쉬듯 그려진다. 이처럼 붓질의 충동은 유동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으며 그 안에서는 다층적 감정이 엿보인다. 색들은 서로 겹치며 섞이기보다는 서로의 틈을 더욱 드러내어 충돌을 만들어내고 살아있는 느낌을 이끌어낸다. 고정되어 있지 않은 물성은 괴리감을 드러내며 현실의 생경함을 구축해나간다. 자유로운 선택들로 그려진 이미지는 역으로 현재의 나를 인지하게 되고 현실을 감각하게 만든다. 섞일 수 없는 혹은 섞이지 않는 개체들의 변주가 보여주는 직관적인 그리기는 기억과 감정 그리고 찰나의 관계를 향하고 있는 듯하다.
인식의 한계를 걷어냈을 때 불확실함 속에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들이야말로 시공간을 넘어서는 자유로운 의식을 경험하게 한다. 이 다름이 개개인이 세상을 이해하는 독립된 방식을 만들고 다양하게 만든다. 무엇을 바라보며 왜 보는지에 대한 사유의 순간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주며 이는 예술의 역할이 되기도 한다. 우리에게 매 순간들은 그대로 망각되는 것 같지만 마치 흔적처럼 의식에 자리하며 예기치 못하게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작가는 그 찰나의 인상에 대한 농축된 이미지를 직관적인 붓질을 통해 형상화함으로써 인간의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내적언어의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작가 노트
물과 바람과 공기와 같이 빛.. 그리고 컬러도 그러하다.
스스로 그러하게 존재하기에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봄’ 하게 하는 것. 그것을 그린다.
아름다움과 숭고, 선택과 몰입, 몸의 동작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물질의 활기로 가득찬 그림.
빛을 포착한 컬러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며.
과거의 순간의 체험이 지금, 현재의 사건으로 새로운 변모를 드러낸다.
그것은 일상을 벗어난. 자유의 표상이자.
‘느닷없는 현시’인 것이다.
어느 순간도 똑같지 않은 그 찰나를 기록하는.
고요한 몰입의 시간을 위해 혼자 노력하는. 느린 시간을 포착하는.
느리게 실존하는 일은 가속의 부재의 시간과 대비되는 나란 '존재의 있음'을,
자각하는 지금이다.
반복되지만 끝이 없는.
행위하지만 목적 없는.
변수 Variable 가 새로움으로 드러나고.
그 새로움은 다시 변수로 파동을 일으킨다.
어제와 다른 새로움의 이름은
불확실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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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포착한 ‘색’은 물질로, ‘물질’은 몸과 만나 활기로, ‘활기’는 과거를 현재로 만드는 ‘흔적’으로 드러낸다. 불확실하고 모호한 흔적들의 은유적이고 사건적인 추상작업과 일상을 포착한 드로잉은 ‘나’란 현존재(now-being)의 <느닷없는 현시>를 캔버스에 담아낸 결과물이다.
나의 작업은 ‘지금 여기’라는 시공간에서 지각으로 사유하며 만나는 ‘순간절정의 감수성’과 ‘페노메나_직접현전하는 순간을 포착’ 하는 존재론적 질문에 답을 해나가는 성장의 기록이며, 보는 이로 하여금 잊고 있던 <느닷없는 현시>가 미적 긴장을 일으키고, 그것이 현존재(now-being)의 <느닷없는 현시>의 시작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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