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아르코미술관 × 온큐레이팅 협력 주제기획전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
2024.09.26 ▶ 2024.11.03
2024.09.26 ▶ 2024.11.03
전시 포스터
손윤원
음표 2024
탠저린 콜렉티브
밤이어서 참 다행이지, 어두운 데서 춤추기 마련이잖아_맵 2024
도래하는 공동체를 위한 작은 프로젝트
도래하는 공동체를 위한 작은 프로젝트 2018
슈틸니만-스토야노비치
모듈러 구조(에디션 3) 2024 (제작협력: 피스 오브 피스)
마야 민더
그린 오픈 푸드 에볼루션, 2022 미끌 미끌 - 레시피를 찾습니다!, 2023
마야 민더
물의 입 – 녹색 연장 2023
엘리자베스 에베를레
빅 시스터 2022
엘리자베스 에베를레
여성*의 비중(Frauen* zählen) 2010-2021
여다함
향로 2024
팔로마 아얄라
가라오케 리딩 2019
야광
젤라틴 2024
산 켈러
히스테릭하거나 나이브한 2021
!미디엔그루페 비트닉
4×4 베를린 에디션 2023
2024년 아르코미술관 × 온큐레이팅 협력 주제기획전 «인투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활동하는 비영리 조직 온큐레이팅과 아르코미술관의 협력기획전이다. 기관을 초대하여 공동 기획을 모색한 전시는 다양한 사람들의 만남, 행위, 상황이 벌어지는 접촉 지대로서의 미술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는 공동의 리듬이 만드는 시간과 공간에 관람객을 초대한다. 온큐레이팅의 프로젝트 ‹도래하는 공동체를 위한 작은 프로젝트›의 지시문은 행위를 지시하고 그 행위가 현실에 일어나도록 발화하는 동시에 관람객에게 적극적인 행위자가 되도록 안내한다. 서로 다른 몸을 가진 관람객들은 이 지시문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수행하며 변주한다. 그렇기에 지시문은 하나의 정해진 결론이 아니라 각자의 리듬에 따라 변화하면서 예측 불가능한 만남과 상황으로 이어진다.
리듬은 호흡이나 심장박동과 같은 신체의 원리인 동시에 운동의 질서이다. 또한 에너지의 흐름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삶의 활력과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정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번 전시는 음악적인 리듬, 신체의 리듬은 물론 리듬-경험을 통해 에너지가 전이되고 순환되는 과정, 리듬이 일으키는 반향을 집단적이고 사회적인 리듬, 즉 공동을 도모하기 위한 힘의 응집으로 확장해 살펴본다.
전시에 참여하는 11인/팀의 작가는 반복된 일상의 패턴에서 벗어나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만들어 내는 다른 경로의 사유와 행동양식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반복적인 일상의 행위와 체제를 새롭게 받아들이고 또 섬세하게 다시 읽어 내려갈 수 있다. 자본과 시스템에 묶인 시간과 공간에서 탈피하여 제의로서의 이벤트 참여, 축제와 같은 몰입, 고독한 수행을 하는 것은 일상의 다른 속도와 리듬 패턴을 발굴하는 일이다. 이와 동시에 전시장에 위치한 스코어 지시문의 활성화(activation), 미술관 안팎으로 순환하는 에너지를 생성하는 ‹워크숍 주간›의 퍼포먼스, 사운드 공연, 토크 등은 관람객의 참여를 독려하며, 미술관을 만남과 접촉의 장소로 작동시킨다. 전시는 참여자들에게 다양한 주체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시간에 축제적인 리듬과 변화의 리듬을 부여해 새로운 시공간으로 진입할 것을 제안한다.
전시는 사람들과 동료들을 불러 모은다. 이 초대는 새로운 접촉을 야기할 것을 약속하거나 혹은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상황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새로운 관계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는 다른 이들과의 호흡하고 조응하기 위한한 걸음일 수 있다. 전시는 미술관에서 다양한 주체들이 초대된 자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상호교환과 공동체의 경험을 촉발하는 주체적 행위자로 자리바꿈 할 것을 상상한다. 이러한 참여 방식은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안전하게 서로에게인사를 건네고, 서로에 대한 돌봄을 행하는 친밀한 실천일 것이다.
▣ 작품소개
1. 손윤원, 〈음표〉, 2024
손윤원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사적, 공적 공간에서의 관계성을 조각의 문법으로 조형하고, 바닥을 매개로 환대의 모순적이면서 양가적인 측면을 탐구한다. ‹음표›는 디지털 신호를 주고받는 전자 악기의 신호를 규칙화한 미디 노트➊의 픽셀 형태를 본떠 모듈 바닥재로 만든 조각이자 건축적 공간이다. 전자음악을 구성하고 있는 기본 단위의 신호는 서로 다른 매체인 조각과 사운드로 실현된다. 작가는 아이를 키우면서 들었던 아기의 옹알이 음성을 전자음악 사운드로 출력해 내밀한 관계들의 신호를 만들고, 이 사운드를 매개로 낯선 이가
바닥 공간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초대한다. 관람객은 전시장 안에 마련된 바닥 공간에 초대되어 매일 신체와 접촉하는 바닥을 다르게 경험하게 된다. 또한 작가는 전자음악을 함께 연주하고 배우는 모임인 ‘레지스터 코리아’(Re#sister Korea)를 이 공간에 초대해 라이브 사운드 퍼포먼스 ‹흐르는 몸›을 선보인다. 레지스터 코리아의 사운드 퍼포먼스를 통해 바닥은 일시적인 무대이자 객석이 된다. 초대의 초대라는 연속된 환대의 행위는 이 공간을 개인적이면서 누구에게나 열린 장소로 전환하게 한다. ‹음표›는 사적 공간이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침입과 공존, 개입에 노출되어 함께 있는 중첩된 공간임을 전한다.
2. 탠저린 콜렉티브, 〈밤이어서 참 다행이지, 어두운 데서 춤추기 마련이잖아_맵〉, 2024
탠저린 콜렉티브는 공연예술 현장에서 안무가, 드라마투르그,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한국과 싱가포르, 독일을 오가는 김재리, 임지애, 장혜진 3인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2020년 팬데믹 기간에 온라인상에서 진행한 <얽힘 레지던시>를 통해 26명의 예술가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연결을 도모하기 위한 스코어를 고안하여 개인과 공동의 상호 의존성을 실험했다. 〈밤이어서 참 다행이지, 어두운 데서 춤추기 마련이잖아_맵〉과 〈밤이어서 참 다행이지, 어두운 데서 춤추기 마련이잖아_문〉은 미술관의 흩어진 두 공간, 제1전시실과 아카이브라운지에 설치된 사운드 작업이다. 이 작업은 듣기를 통해 현재의 시공간에서 탈주하여 몽상적 체험의 궤적을 만들어 가기를 제안한다. 공연예술에서 관객의 내밀한 기억과 공동의 심상을 유도하듯, 탠저린 콜렉티브는 이번 전시에서 청취라는 행위를 동원해 정동의 순간에 집중하고자 한다. 관람객은 청취의 경험 이후 미술관 밖으로 나갔을 때 목격한 장면들과 관계지으며 비로소 연결할 수 있을 것이며, 뿔뿔이 흩어졌던 개인의 서사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공동의 그림자로 등장한다.
3.〈도래하는 공동체를 위한 작은 프로젝트〉, 2018-,
<도래하는 공동체를 위한 작은 프로젝트>는 예술, 예술가, 그리고 관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새로운 관계를 맺도록 하기 위해 모종의 활동을 작동시키고 해석하는 수단으로 ‘스코어’를 활용한다. 스코어는 음악, 시, 시각예술 등에 사용되는 일종의 가이드 혹은 설명의 수단으로, 플럭서스(Fluxus)의 ‘이벤트 스코어’(Event Scores)가 이와 유사한 사례다. <도래하는 공동체를 위한 작은 프로젝트>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연구, 워크숍, 전시 프로젝트이다. 협상과 교류를 위한 공간인 접촉 지대를 만들기 위해 유희적이고 예술적이며 퍼포먼스적인 방식으로 일시적이고 개방된 커뮤니티를 조성하는데 주력한다. 이 프로젝트는 전시를 열 때마다 활성화되고 확장되는 스코어 모음을 축적한다.
4. 슈틸니만-스토야노비치, 〈모듈러 구조(에디션 3)〉, 2024 (제작협력: 피스 오브 피스)
슈틸니만-스토야노비치는 나탈리 슈틸니만과 슈테판 스토야노비치로 구성된 작가 듀오로, 2015년부터 취리히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듀오는 신진 예술가의 시선에서 예술계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상호의존적 관계와 다학제적 접근으로 예술과 사회 사이의 경계를 실험한다. 예술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제도적으로 성찰하고 현실에 의문을 제기하여 지속가능한 작업환경과 실천을 추구한다. 슈틸니만-스토야노비치가 만든 <모듈러 구조(에디션 3)>은 아르코미술관 × 피스오브피스(Piece of Peace) 협업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작가는 이 가변적 구조물을 위해 형식과 규칙을 제공하고 협력작가인 피스오브피스는 자재를 수집, 변형, 조립했다. 이 작업은 사물의 생애 주기를 고려하는 한편, 예술 공간에 놓인 사에게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사람들이 모이는 일시적인 장소를 만든다. 이번 전시에서 <모듈러 구조(에디션 3)>은 <도래하는 공동체를 위한 작은 프로젝트>의 스코어가 실행되는 장소이자 전시장의 공용 공간으로 활용된다. 또한 온큐레이팅의 영상 <플럭스 어스 나우>와 온큐레이팅 저널을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의 가구로도 사용된다. 이 작업은 전시 종료 후에도 공동 논의의 장으로서 역할하며, 지속적으로 재사용될 예정이다. <모듈러 구조(에디션 3)>과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한국 예술 현장의 제도적 변화와 포용적 현실을 이야기하는 예술육아소셜클럽, 그린레시피랩의 워크숍이 전시기간 중에 진행된다.
5. 마야 민더, 그린 오픈 푸드 에볼루션, 2022
마야 민더, 미끌 미끌 - 레시피를 찾습니다!, 2023
마야 민더의 작업은 요리, 바이오해킹, 퍼포먼스, 미디어 설치를 통해 음식에 관한 이야기, 진화론적인 생물학, 관계적 미학에 대해 다룬다. 이를 통해 작가는 생태적 사유 안에서 집단적 스토리텔링과 지식을 공유하고자 한다. <그린 오픈 푸드 에볼루션>은 미디어키친 실험실로서, 요리 워크숍을 통해 다양한 학문과 삶의 영역을 연결하기를 시도한다. 이 작업은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의 진화생물학 이론, 요리 과정에서 일어나는 분자 수준의 변화, 그리고 뉴미디어와 퍼포먼스를 가로지르는 학제간 접근법을 통해 건축적 구조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탐구한다. “요리가 우리를 변화시킨다”라는 생각은 작가의 예술 실천의 핵심이다. 작업은 음식과 식사 행위 사이의 다양한 관계에서 영감을 받아, 변화와 진보에 대한 통합적인 접근을 추구한다. 이를 통해 상호 돌봄을 촉진하고 새로운 형태의 스토리텔링과 공동체를 만들어낸다. <그린 오픈 푸드 에볼루션>의 연계 워크숍인 <해조류 키친 랩 ‘미끌 미끌’(MICUL MICUL)>은 참여자들이 함께 해조류를 탐구하고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어 음식을 나누며, 서로의 경험을 공유한다. 이 과정을 통해 상호의존적 관계가 가져오는 변화를 직접 체험하고 살펴본다.
6. 마야 민더, 물의 입 – 녹색 연장, 2023
<물의 입-녹색 연장>에서 해초는 생태의 퀴어한 은유이다. 이 영상은 자연 물질이 어떻게 비인간 주체에 대한 감수성과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지 탐구한다. 낯설고 이질적인 대상과의 만남은 기호적 혼란을 야기한다. 전통적 분류체계에서 해조류는 식물이 아닌 원생생물로, 식물계나 동물계, 균계, 박테리아계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별개의 계로 분류된다. 변화하는 인류세에서 주요 생물종이 될 해조류와의 새로운 친밀한 관계는 신체적 접촉, 즉 촉각을 통해 형성될 것이다. 만지는 것은 곧 이해하는 것이 되고, 관능적인 촉감은 에로티시즘까지 이어질 수 있다. 영상은 언어 대신 색의 조합, 움직이는 이미지, 소리의 조합과 진동으로 공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7. 엘리자베스 에베를레, 빅 시스터, 2022
엘리자베스 에베를레는 드로잉, 영상, 조각을 통해 자연과 인공의 교차를 다룬다. 최근 몇 년간 작가는 예술계 내 여성 작가들의 재현에 관한 아카이브를 구축해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빅 시스터>는 전정안반사*를 측정하기 위해 신경안과의사 콘라드 웨버와의 협업으로 전문적으로 고안된 적외선 비디오 고글을 사용하여 촬영한 영상이다. 전시장에 설치된 <빅 시스터>는 관람객이 일정 거리 이상으로 다가오면 눈을 뜨고, 인식된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시선의 방향을 바꾼다. 이 가상의 관찰자는 카메라 앞에 누군가가 있을 때만 눈을 뜨고, 누군가를 감지하지 못하면 눈을 감아버린다. 따라서 관람객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한, 영상 속 눈과 관람객은 서로를 끊임없이 응시하게 된다. 이 반응형 영상은 인간의 관점이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동시에 인간의 눈과 디지털 영상 속 눈 사이의 응시가 불러오는 감시의 감각을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다른 작업 <여성*의 비중>과 함께 설치하여 응시와 감시의 시선에 여성주의적 인식론적 관점을 덧붙임으로써 정상적이라 여겨지는 규범에 대한 강렬한 항의의 시선을 남긴다.
8. 엘리자베스 에베를레, 여성*의 비중(Frauen* zählen), 2010-2021
<여성*의 비중>은 엘리자베스 에베를레가 2010년부터 예술계 내 젠더 문제에 관한 자료 1000여점을 구축한 아카이브를 포함한다. 이 아카이브에는 신문 기사, 통계 자료, 인용 문구, 이미지 그리고 여성 예술가 안느 마리 젤레(Anne Marie Jehle, 1937-2000)의 자화상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의 셀카 시리즈가 담겨 있다. 아카이브는 이분법적 분석을 통해 차이의 윤곽을 가시화하는 방식으로 젠더 불평등을 조명한다. 작업은 스위스 미술관 소장품 목록에서 여성작가의 비율, 여성작가의 개인전 개최에 대한 수치화된 데이터 등을 수집하여 미술 현장과 사회 내에서 지속되고 있는 젠더 불평등을 가시화한다. 작가는 여성 불평등에 대한 수많은 데이터 아카이브를 샤워커튼으로 제작함으로써 불평등을 내포한 데이터를 씻어버리자는 변화의 의지를 내비친다. 연계 워크숍 <간격을 조심하세요!>는 한국의 여성 예술인 네트워크 루이즈더우먼의 구성원들과 공동으로 진행한다. 이는 스위스 취리히에 기반을 둔 액티비스트이자 익명의 예술가 콜렉티브 ‘훌다 츠빙글리’의 전략을 통해 한국의 미술계의 젠더불평등의 현실을 인지하는 리서치 기반 워크숍이다.
9. 여다함, <향로>, 2024
여다함은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활동한다. 작가는 물, 수증기, 얼음과 같이 물질이 다른 상태로 이동하고 변화하는 현상에 주목한다. 작가에게 뜨개질 행위는 힘과 압력을 가해 모양을 결정하는 일이다. 이와 같은 행위를 수행하는 작가는 리듬과 순환, 자연현상, 시간과 공간의 차원을 경험하는 안내자에 가깝다. 그는 뜨개질 행위가 움직임, 안무, 스코어로 전환되고 전이되는 과정을 영상과 설치, 퍼포먼스로 선보인다. 인류 초기 기술인 실 엮기는 그물망을 형성하며 확장되는 관계에 빗대어 볼 수 있으며, 실이 얽히고 풀리는 모양은 공동의 움직임을 반영한다. 불이 연소하는 공간은 최초의 인간 공동체의 거점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작업 <향로>는 관람객을 모으는 일에 집중한다. 이번 전시에서 <향로>는 향이 연소하며 피어오르는 연기의 춤, ‘향연’을 위한 무대가 된다. 그것은 전시장에서 뜨개질 과정의 연속과 흐름, 전이의 감각을 연기와 함께 대기권으로 풀어낸다. 전시장에는 차곡차곡 매듭이 쌓여 구름의 형태가 된 향로와 향로가 만들어질수록 점차 작아지다 사라진 실타래가 배치된다. 작가는 향 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춤을 추는 행위에 유비하는데, <향로>의 춤추는 연기는 사물에 내재된 움직임과 안무의 가능성을 관람객과 접촉하도록 이끈다. 이와 연계된 프로그램 <구름해제(解題)>는 참여자들이 모여 연기의 춤을 함께 응시하고 작가의 뜨개질 일지를 듣는 시간이다.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공통의 심상을 함께 발견하고 공유하며 연결의 순간을 기대한다.
10. 팔로마 아얄라, 가라오케 리딩, 2019
팔로마 아얄라는 취리히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각 예술가로, 가정 내 생존 전략과 정치적 맥락 사이의 연관성을 탐구하는 데 주력한다. 작가는 디아스포라 어머니이자 메스티자*의 자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역사, 생태, 사회적 문제를 픽션화해 분석하고 비평하는 작업을 전개한다. <가라오케 리딩>은 자칭 “치카나 다이크-페미니스트, 테하나 파틀라체 시인이자 작가, 문화이론가”인 글로리아 안잘두아의 사유를 따라 관람객이 함께 노래하고, 읽고, 듣고, 참여하도록 초대하는 형식으로 안잘두아의 시를 재구성한다. 작가는 음악가 루나 레온과 함께 안잘두아의 글을 재해석하여 안잘두아의 목소리를 재현해 냈다. 이 영상 연작은 경계에서 살아가는 퀴어 페미니즘적 정체성을 말하는 글로리아 안잘두아의 글과 사유를 매개로 멕시코와 아메리카 국경의 경계(MX/US border)이자 리오 브라보/리오 그란데 강 삼각주의 서사를 탐구한다. 경계 지역인 이 땅은 정치적으로 논쟁적인 역사를 가진 공간이지만, 작가의 조상과 가족이 살아가고 다양한 생물들이 공존하는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이기도 하다. 팔로마 아얄라는 이 지형에 얽힌 국경의 문제, 경계로서의 신체, 생태적 가능성으로서의 땅을 겹쳐서 살펴보며, 글로리아 안잘두아와 가상의 대화를 시도한다. 그리고 여전히 진행 중인 경계의 감정적인 잔재와 문제의 새로운 접속점을 찾고자 한다. 워크숍 <가라오케 리딩>은 글로리아 안잘두아의 텍스트를 따라 부르는 가라오케 체험이다. 관람객은 영어와 스페인어가 혼용된 낯선 노랫말을 따라부르며 유색인종 레즈비언 여성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이 구사하는 혼종적 언어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경험을 한다.
11. 야광, 젤라틴, 2024
야광은 김태리와 전인으로 구성된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각예술 콜렉티브이다. 젠더에 대한 고정된 재현과 개념을 전복하고 배반하는 시각언어를 통해 비가시화된 퀴어 존재를 드러낸다. <젤라틴>은 가상의 주인공 ‘젤라틴’이 바다에서 육지로 기어 나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젤라틴의 등에 돋아난 자동차의 후미등, 몸에 부착되어 있는 핸들, 척추에서부터 돋아난 룸미러는 마치 신체화된 자동차를 연상시킨다. 밤의 도로를 달리는 젤라틴은 가로등 불빛에 의해 투명하게 반짝이고, 도로에 올라선 몸은 함부로 정지하거나 머무를 수 없어 계속해서 이동해야만 하는 관성에 놓인 채로 전진한다. 목적을 모른 채 앞으로 나아 가야하는 ‘젤라틴’이 사실은 거꾸로 뒤집힌 상태였다는 것은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가속화되는 삶 속에서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는 답보 상태에 대한 저항의 몸짓으로 보인다. 전시 기간 동안 진행하는 2회의 퍼포먼스에서 주인공 젤라틴은 미술관이 종료된 이후의 시간에 등장한다. 이 동시 송출 퍼포먼스는 영상 <젤라틴>의 촬영 현장 이면을 노출하는 동시에 영상의 타임라인 밖에서 존재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파편적 시간을 재조직하면서 기이한 시공간으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12. 산 켈러, 히스테릭하거나 나이브한, 2021
산 켈러는 사회 실험 형식의 참여형 퍼포먼스와 단발적인 행위를 중심으로 작업한다. 작가는 비판적이고 개념적인 접근을 통해 예술과 삶 사이의 관계를 다룬다. 그의 행위는 작업의 규칙을 세우는 합의에서 출발하지만 타인의 참여에 의존하기에 그 과정과 최종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히스테릭하거나 나이브한>은 산 켈러가 5년 동안 진행한 프로젝트를 다룬 비디오 에세이로, 켈러의 협업 과정, 수행 활동, 그리고 우연과 일시적 참여를 유도했던 다양한 시도들을 압축적이고 역동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동료 로잘리(Rosalie)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지난 프로젝트를 반추하고 엮어내는 영상을 제작했다. 사운드와 언어적 요소가 생동감 넘치게 흐르는 영상은 행위, 협업, 참여의 순간을 리듬감 있게 포착한다. 작가에게 음악은 즉흥성과 우연성, 그리고 외부의 개입을 가능케 하는 매체이며, 지속적으로 확장되는 대화를 이끌어내는 매개이다. 작가는 스스로를 예측불가한 즉흥적인 상황에 노출시켜 일상의 규칙에서 벗어난 상태에서 새로운 행위나 패턴이 재창안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작가는 사람들이 초대에 응하지 않더라도 또 다른 지속된 대화와 행위 속에서 작동할 수 있는 예술의 구조를 고민한다. <히스테릭하거나 나이브한>은 산 켈러의 작가적 태도를 보여주며, 그의 성찰적인 에세이를 시네마적인 설치와 대화의 기록을 담은 출판물로 제시한다.
13. !미디엔그루페 비트닉, 4×4 베를린 에디션, 2023
!미디엔그루페 비트닉은 인터넷을 주요 매체로 활용하는 예술 콜렉티브다. 이들의 실천은 디지털 공간에서 시작해 현실 세계로 확장되며, 의도적으로 기존의 통제를 벗어나 사회적 구조나 매커니즘에 도전한다. < 4×4 >는 2023년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판케 갤러리와 판케클럽에서 처음 열린 프로젝트이다. !미디엔그루페 비트닉은 팬데믹 시기 장기간 지속된 격리로 인한 창작 현장에서의 고립과 불안정한 상황, 불안으로 과부하 된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예술가 공동체를 불러 모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였다. < 4×4 >는 베를린 예술계에 협업 정신을 되살리고, 안전한 사회 안에서 자유로운 실험이 가능한 예술 작업 공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공간에서 작가들은 커리어에 대한 부담 없이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구성된 10개 이상의 밴드들은 하루 동안 열린 축제에서 넷 아트, 사운드 아트, 미디어,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로 이루어진 작업을 선보였다. 이 프로젝트는 사회적, 예술적 실천을 작동시키는 공동체의 공모와 협업의 방법론을 통해 전개되며 이는 사회적인 연대에 대한 형식 실험이다. 이번 전시와 광주비엔날레 연계 프로그램에서 선보이는 < 4×4 >는 협업자 바루흐 고틀립과 사크로브스키가 함께 기획하며, 아르코미술관에서 진행한 오픈콜을 통해 한국을 기반으로 사운드, 퍼포먼스, 오디오비주얼, 시각예술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작가 16명의 공동창작을 선보인다.
14. 플럭스 어스 나우, 카메라로 탐구한 플럭서스, 2013
플럭서스는 무엇인가. 플럭서스는 누구를 말하나. 플럭서스는 언제, 어디에 있었나. 플럭서스는 그 어떤 예술 운동보다 정의하기 어렵다. 플럭서스 초기 멤버였던 에릭 앤더슨이 플럭서스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으며, 오늘날 플럭서스로 칭해지는 다양한 형태의 표현들을 ‘인터미디어’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정확하다고 말한 것처럼, 그 방대한 범위로 인해 플럭서스를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플럭서스의 행위와 일시적인 사물, 에디션, 신문 등은 오브제를 기반으로 미술사적으로 남거나 해석되기보다는 다른 복잡한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플럭서스에서 인용되는 주요 문구들은 전통적인 작품개념으로부터 확장하여 실천, 장소, 참여자, 흔적을 동시에 범주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편 이 문구들은 “예술은 곧 삶”이라는 슬로건처럼 언어적인 이미지로 인식된다. 이와 동시에 플럭서스는 예술과 정치, 예술과 일상, 행위와 우연성이 함께 주로 언급된다. 도로시 리히터와 로날드 콜프는 플럭서스의 미술사적 정의와 실제 사례 간 존재하는 간극과 모순을 파헤치기 위해 이 영상 시리즈를 제작했다. 2013년에 제작된 <플럭스 어스 나우>는 전성기의 플럭서스 구성원들을 인터뷰하고 역사적 자료를 편집하여 저자성, 배포, 반응, 젠더, 커뮤니티, 일상 실천과 예술적 이벤트를 위한 정치를 포함한 플럭서스의 복잡한 관계를 그려낸다.
15. 온큐레이팅 저널
온큐레이팅은 동시대 큐레토리얼과 미술 현장에 대한 담론과 비평에 집중하고 있다. 온큐레이팅 저널(OnCurating.org)은 2008년 도로시 리히터가 설립한 독립 출판사로, 출판물들은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으며 도서 형태로 주문할 수도 있다. 저널의 주요 주제는 펀딩과 비영리 예술, 큐레토리얼 예술 실천에서의 커머닝, 상황적 지식, 제도적 페미니즘, 글로벌 비엔날레에 대한 현재, 탈식민주의적 기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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