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작가 I 기슬기는 사진 미학에 대한 사유를 기반으로 동시대에서 이미지가 경험되는 방식에 대한 매체 실험적인 작업을 한다. 최근 몇 년간 여러 층위로 압축된 사진, 종이가 아닌 새로운 지지체 혹은 물성으로서의 사진, 사진이 공간에 개입하거나 일체화되는 설치 작업 등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전시장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미지를 대면하는 관객의 감각을 끌어올리는 공간 활용 및 설치에 관심을 두고 있다. 김희수아트센터에서 갖는 개인전 《전시장의 유령》에서는 방대한 공간의 장소성에 부합하는 사진과 거울을 결합한 대규모 신작을 제작, 발표한다.
거울을 통해 수집하는 다시점의 감각
기슬기는 개인전 《전시장의 유령(Geist in the Exhibition)》에서 동시대 사진작가로서 ‘응시’라는 시각적 경험에 대한 시선을 담은 거울 연작을 발표한다. 사진과 거울을 결합한 이번 신작은 반사체가 만드는 반영과 왜곡의 작용을 사진으로 재현하는 동시에 거울의 속성을 전면으로 보여준다. 관객은 전시에서 거울 안에 삽입된 대상과 물성, 그리고 관계된 공간의 겹을 바라보게 된다. 타이틀인 ‘전시장의 유령’은 영어단어 ‘Ghost(고스트)’ 대신 독일어 ‘Geist(가이스트)’를 사용하는데, ‘Geist’는 단지 영적인 존재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 마음, 지성, 분위기 등의 뜻을 포괄하는 철학적인 용어로 넓게 쓰인다. 작가는 이 단어가 뜻하는 인간의 정신적인 영역과 능력이라는 개념을 카메라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지각적 경험에 대한 확장적인 사유로 적극적으로 드러내보인다. 작품에 등장하는 피사체는 작가와 모델로 한정되어 거울이 미치는 공간의 반영 범위 안에 다시점으로 존재하고, 관객은 그 공간을 점유하는 시간동안 작품의 요소로 얽혀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전시장의 ‘Geist’는 기슬기의 구성사진 연작이 제시하는 일루전이자 ‘찍은 자’인 작가의 시선이 영구적으로, 또는 한시적으로 가두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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