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용: Holy Motors

2024.10.04 ▶ 2024.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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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청계천로 172-1 (주교동) 5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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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 포스터

  • Press Release

    측면의 시간
    정현(미술비평, 인하대)

    Holy Motors, 허구에서 실재로
    조준용의 사진전 《Holy Motors》(2024)는 프랑스의 영화감독 레오 카락스(Leo Carax)가 연출한 동명의 영화 홀리 모터스(2012)를 느슨하게 오마주한다. 처음부터 의도를 가지고 한 작업은 아니다. 애초부터 그의 사진은 도로 위를 달리면서 자동차 바깥으로 투사하는 특정적 방식을 지속해 왔다. 그 시작은 경부고속도로였다. 베트남 참전의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경제원조자금을 받아 최초의 산업화 고속도로인 경부고속도로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작가의 아버지의 베트남 참전 서사가 덧붙여진다. 그렇게 조준용은 참전 당시 아버지의 사진을 한밤의 경부고속도로를 질주하면서 허공에 투사한다. 지나가는 화물열차 트레일러가 스크린이 되어 아버지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매우 사적인 기록물이 허공에서 꿈틀거리다 사라진다. 이는 아버지 개인의 기억을 넘어 작가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를 향한 일종의 제의에 가까운 작업으로 산업화, 국가, 국제정치, 베트남, 열대의 풍경이 듬성듬성 얽힌 냉전 시대의 몽타주가 나타났다 사라진다(Memory of South, 416km, 2014).

    그럼 이쯤에서 카락스의 홀리 모터스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이 영화는 영화가 걸어온 길을 모더니티가 형성되는 과정으로 전유한다. 사진은 기계미학의 첨병이자 모더니티를 상징한다. 이 광학술의 기계는 고전주의적 재현의 의미를 한순간에 소멸시킨다. 이제 세상의 모든 것은 사진으로 증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락스는 이처럼 사진의 탄생부터 연속사진의 등장과 최초의 영화의 탄생을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처럼 보여준다. 판도라를 연 인물은 카락스 자신이다. 영화는 다중적인 정체성을 지닌 한 인물(드니 라방, Denis Lavant)의 일상을 따라간다. 끊임없이 갈라지는 이야기들이 관통하는 주제는 세상을 보는 시선에 있다. 특히 카메라가 포착하는 대상의 기이함을 통해 정체성을 질문하고, 나아가 비물질적인 가상공간 시스템은 디지털 시대의 존재와 실재에 관한 철학적인 물음이 내재한다. 여기에서 홀리 모터스는 주인공이 타고 다니는 리무진의 이름이자 신의 죽음 이후 기계문명이 이룩한 최고의 상징물을 비유하는 듯하다. 절정에 도달한 영화의 중간에는 파리의 시테 섬(Île de la Cité)으로 향한다. 카메라는 모더니티의 흥망성쇠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라사마리텐 백화점(La Samariaine) 안으로 빨려들 듯 진입한다. 갑자기 호주의 팝스타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와 드니 라방(Denis Lavant)이 만나 할리우드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미장센이 펼쳐진다. 실재와 가상이 혼합된 이 장면은 당시 폐업한 라사마리텐을 통해 폐허가 된(지연된) 모더니티의 현재를 암시한다. 카락스는 강철로 만들어진 에펠탑처럼 용도보다도 높이와 속도를 향해 질주하던 시대의 몰락과 비물질화된 이후의 시대를 교묘하게 몽타주 한다. 비장소 앞서 그의 초기작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조준용의 사진은 개인적 물음에서 시작되어 냉전시대를 거쳐 과거를 현재로 소환함으로써 그의 작업이 필연적으로 모더니티의 유산과 이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시의 작업은 산업화를 위해 세워진 한국 최초의 고속도로와 아버지의 월남참전 기억을 상호교차함으로써 개인과 국가, 국가와 산업화의 길목에서 20세기 한국이 지나온 경로를 탐구하는 계기를 통해 조준용은 도로와 깊은 인연을 맺게 된다. 첫 전시 이후에도 도로는 고속도로의 방음벽, 고층 아파트 벽면 등을 스크린으로 이용한 작업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비장소의 시설물이 스크린으로 전유되는데, 사실 이런 방식의 사진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보다 현실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작가가 생계를 위한 활동이 많아지면서 어쩔 수 없이 이동하는 시간에서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기 때문이다. 그것도 대부분은 교통 정체 구간에 있을 때나 가능했기에, 그는 아예 정체 구간에서 사진을 찍기로 마음을 먹는다. 이렇게 사진을 찍겠다고 결심한 이후부터는 한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로 반대편 손을 이용해 주로 자신의 측면을 피사체로 삼는다.

    어떤 대상이 사진의 피사체가 될 것인지를 완벽하게 결정할 수 없다. 사실 그것은 한계이면서 또한 하나의 미학적 실험이기도 하다. 그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 안에서 자동차의 속도에 맞춰 측면의 이미지를 포착한다. 그러니까 작가는 도심의 고속화 도로 위에서 자동차의 속도를 감안하여 피사체를 직접 보지 않고 한 손으로는 자동차 핸들을 잡고 다른 손은 카메라를 쥔 상태로 셔터를 누른다. 이쯤 되면 자동차의 속도와 카메라의 속도가 동기화되었다고 불러야 할 것이다. 중요한 건, 왜 이렇게까지 무모하게 사진을 찍는가이다. 사실 실험은 목적지가 없기에 그저 온몸을 이용해 더듬어가며 시도해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정답이 없기에 먼저 자신의 습관을 바꾸고 기계와 신체 사이의 감각을 찾아가는 과정이 뒤따른다. 그렇게 포착된 사진들은 납작하고 비인칭적이며 불투명한 무언가였다. 그는 분명히 대도시에 위치하고 있지만 정면만을 응시해야 하는 도로에서의 측면은 비장소 그 자체였다. 고층 아파트와 방음벽으로 매워진 지나가는 장소는 그 무엇에게도 정동을 느끼기 어렵다. 생각해보면, 조준용의 사진은 삶의 이야기가 담긴 인류학적 장소가 아닌 비인칭의 대상, 그래서 ‘서사의 공백’ 상태인 비장소에 정초해 왔다고 볼 수 있겠다. 고속도라는 비장소에는 주로 방음벽과 같은 구조물, 토목시설 등이 즐비한데, 이러한 사물들은 신자유주의 자본가치를 위해 존재한다. 소음을 줄이는 방음벽과 부동산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장치 그리고 더 빠른 물류 운송을 위해 삶의 형태는 물리적으로 차단되어 ‘바깥’의 존재를 지우는 장치가 된다. 조준용이 시도하는 측면의 사진은 전진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비틀어 도로와 삶의 경계를 틈입하려는 시도로 보아야 할 것이다. 비인칭 조준용의 사진은 기계문명과 연관이 깊다. 특히 그에게 도로는 사진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그것을 보여주는 매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도로에 대한 관심과 이를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것이 속도를 찬양하거나 반대로 비판하기 위함은 아니다. 미술사적 관점으로 볼때 속도란 미래주의의 유산과 동기화되는 경우가 대부분 일 텐데, 조준용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속도는 미래주의적이라기보다 산업화라는 이념이 임계점을 넘어 더 이상 조절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 모더니티에서 벗어나지도, 그렇다고 정주하지도 못하는 상태를 연상시킨다. 주차장이 되어버린 고속화도로, 교통문화의 변화로 인해 사양산업이 되어버린 자동차 면허시험 연습장, 사방이 고층아파트로 막힌 도로의 주변과 속도에 의해 멈춰 서버린 수리를 기다리는 자동차의 모습은 이미 현재로 들어온 미래라는 디스토피아와 연결된다.

    그러나 여기에서의 디스토피아가 낯설거나 특이해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조준용의 사진이 세계의 종말을 재현하거나 그런 미래를 포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유형학적 사진과는 달리 사건의 현장 내부에서 자신이 처한 현실을 되돌아보는 방식으로 사진을 찍는다. 흥미롭게도 이와 같은 방식은 전지적 시점이 아닌, 도로라는 구조물 주변의 비인간 존재를 따라가는 작가의 시선을 사유하게 한다. 어찌 보면 주어진 한계 상황을 통해 세계를 관측하려는 시도가 다소 제한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 여정을 통해 작가는 드디어 도로에서 볼 수 없는 또 다른 겹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자, 결국 텅 빔(blankness)이라는 외상에 도달한다. 정체구간의 가다 서기, 여기저기 부서진 동어반복적인 도로의 구조물, 스키드 마크의 틈새를 따라가다 보니 나타난 자동차 운전연습장은 자본-기술-문화-사회의 속도 사이의 어긋남이 어떻게 본다는 현실을 파열(rupture) 시키는지를 상상하게 한다.

    할 포스터(Hal Foster)는 이미지의 반복과 재생산은 결국 혼란과 되돌이킬수 없는 불안을 야기한다고 말한다. 조준용의 사진은 구체적인 목적이나 비평적 지점을 설정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비장소와 비인칭의 대상을 기록하면서 그 속에 숨겨진 또 다른 기호들을 발견한다. 그것은 더럽거나 거칠고 부서져 있지만 스펙터클을 가지지 않기에 사람들이 외면해온 장면들이다. 그의 사진이 가진 아름다움은 바로 이 지점에 있는 것 같다.

    전시제목조준용: Holy Motors

    전시기간2024.10.04(금) - 2024.11.01(금)

    참여작가 조준용

    관람시간01:00pm - 06:00pm

    휴관일월, 화 휴관

    장르사진

    관람료무료

    장소더 소소 The SoSo (서울 중구 청계천로 172-1 (주교동) 5층)

    후원서울문화재단, 서울특별시

    연락처031-949-8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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