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카 이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
2024.09.05 ▶ 2024.12.29
2024.09.05 ▶ 2024.12.29
아니카 이
후기 고전파 XVIII 2022, 덴푸라 꽃 튀김, 파라핀 왁스, 레진, 플렉시글라스, 스테인레스 스틸 선반, 크롬 도금 아령, 121.9 x 81.3 x 15.2 cm. 작가 및 글래드스톤 갤러리 제공. © 아니카 이. 사진 제공: 작가 및 글래드스톤 갤러리.
아니카 이
전류를 발생시키는 석영 2023–2024, PMMA 광섬유, LED, 실리콘, 아크릴, 에폭시, 알루미늄, 스테인레스 스틸, 강철, 황동, 모터 및 마이크로컨트롤러, 125.3 x 70.2 x 70.2 cm. 작가, 글래드스톤 갤러리 및 에스더 쉬퍼 제공. © 아니카 이. 사진 제공: 작가, 글래드스톤 갤러리 및 에스더 쉬퍼. 사진: 데이비드 리젠
아니카 이
산호 가지는 달빛을 길어 올린다 2024, 단채널 비디오, 16:04. 영상 스틸. 작가, 리움미술관 및 글래드스톤 갤러리 제공. © 아니카 이. 사진 제공: 작가
아니카 이
또 다른 너 2024, 아크릴, LED, MDF, 거울, 양방향 거울, 박테리아, 아가 배지, 200 x 200 x 35 cm. 작가, 리움미술관 및 글래드스톤 갤러리 제공. © 아니카 이. 사진 제공: 리움미술관. 사진: 안드레아 로제티
리움미술관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 아니카 이의 아시아 첫 미술관 개인전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을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는 신작을 포함한 작가의 최근작에 방점을 두고 이와 연결된 구작을 함께 전시합니다. 지난 10년간 제작된 30여 점의 작품은 작가의 전반적인 작업 세계와 최근 경향을 폭넓게 보여줍니다.
아니카 이는 기술과 생물, 감각을 연결하는 실험적인 작업을 전개해왔습니다. 작가는 박테리아, 냄새, 튀긴 꽃처럼 유기적이고 일시적인 재료를 사용해 인간의 감정과 감각을 예민하게 포착한 작업으로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또한 개미나 흙 속의 미생물처럼 살아있는 생물을 조력자 삼아 제작한 작업을 통해 삶과 죽음, 영속성과 부패 등의 실존적 주제를 다루었고, 최근에는 기계, 균류, 해조류 등의 비인간 지능을 탐구하고 인간중심적 사고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과학자, 건축가, 조향사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의 협업과 생물학, 기술철학, 환경 정의를 넘나드는 작가의 폭넓은 연구는 작업의 깊이와 너비를 견인합니다.
전시 제목은 불교 수행법 중 간화선에서 사용되는 화두의 특성을 차용한 수수께끼 같은 구절로, 아니카 이 작업의 명상적이고 영적인 전환을 반영합니다. 이러한 전환은 각종 비인간 생물과 기계, 그리고 협업자들과의 작업을 통해 저자성과 인간중심주의에 도전해온 아니카 이의 작업이 결국 나와 타자의 경계 없음에 대한 탐구에 다름 아니었음을 드러냅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풍기는 냄새는 향 작업 <두 갈래 길을 한번에 걷기>(2023)입니다. 아니카 이는 냄새를 매개로 철학적 질문을 탐구합니다. 빛에도 향이 있을까요? 향 홀로그램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해답 없는 질문을 통해 작가는 일상적 사고를 넘어선 인식의 상태에 접근하고자 합니다. 작가는 조향사 바나베 피용과 협업해 생물화된 기계, 고대의 수생 생물, 원시 환경에 대한 상상을 담아 전혀 다른 세계를 연상시키는 향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아니카 이는 2010년 무렵부터 꽃과 식물을 튀기기 시작했습니다. 작가의 초기작이자 대표작 중 하나인 이 연작은 부패와 영속성 사이의 긴장을 탐구합니다. 작가는 향기로운 꽃에 거친 밀가루 반죽을 입히고 기름에 튀겨냈습니다. 한때 향기롭고 생기 있었던 꽃은 사라지고, 기름지고 칙칙해진 상태로 오래된 감자 튀김 냄새를 풍기는 튀긴 꽃이 남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꽃의 낭만적인 매력은 혐오스럽고 기이한 무언가로 변모합니다. 함께 배치된 무겁고 번쩍이는 아령은 시들어가는 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근력 위축과 체중 증가라는 자연스러운 과정에 저항하여 신체를 단련하려는 인간의 시도를 암시합니다. 요리법인 튀김과 운동기구인 아령은 모두 인체의 신진대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섭취, 소화, 배설로 이루어진 일련의 생명활동을 탐구하고, 우리로 하여금 신체의 물리적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듯한 세포를 닮은 아니카 이의 <방산충> 연작은 전시장에 부드럽게 물결치듯 매달려 있습니다. 섬세하게 짜인 광섬유 표면을 따라 빛의 파동이 깜박이면 내부의 기계장치가 드러납니다. 이 기계 생명체는 인공물과 유기체 사이의 소통을 상상하는 작가의 '기계의 생물화' 개념을 반영합니다. 이 움직이는 조각은 약 5억 년 전 캄브리아기에 처음 등장한 단세포 동물성 플랑크톤인 방산충류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촉수를 리드미컬하게 말거나, 아코디언처럼 숨을 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방산충>들은 유기체와 인공물의 경계를 모호하게 합니다.
신작 영상 <산호 가지는 달빛을 길어 올린다>는 죽음 이후를 탐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공(公)>에 속하는 첫 번째 작품으로, 작가의 사후에도 작업이 계속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아니카 이 스튜디오가 생산한 작업물을 데이터 삼아 훈련된 알고리즘은 스튜디오의 ‘디지털 쌍둥이’로 기능하며, 공동의 연구와 협업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아니카 이 스튜디오의 유기적인 작업 방식을 반영합니다.
박테리아를 사용한 신작 <또 다른 너>(2024)는 인간과 비인간 생명체의 관계를 탐구합니다. 끝없는 환영을 만들어내는 인피니티 미러 형태의 작품 속에는 해양 유래 형광 단백질을 발현하도록 유전자 조작된 박테리아가 자라면서 연하게 색을 발합니다. 평범한 세균이 합성생물학을 통해 해파리나 산호와 같은 해양생물의 유전질을 계승하게 되는 과정은 고대의 바다와 현재의 우리 사이의 연결지점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반영합니다.
이번 전시는 리움미술관 이진아 큐레이터와 UCCA 현대미술센터 피터 일리 큐레이터가 공동으로 기획했으며, 서울 전시 종료 후 내년 3월에 베이징 UCCA에서 이어서 개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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