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를 따라가면 달걀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2024.11.19 ▶ 2025.03.03
2024.11.19 ▶ 2025.03.03
전시 포스터
김소라
<서장대에 서서>, <서장대에 걸터 앉아서> 등 2024, 디지털 인쇄, 가변크기
신교명
Traces of Machina Sapiens(Year unknown) 시리즈 2024
유다영
<목소리>, <선명해서 희미한 침윤>, <읽을 수 없는 기억>, <익사의 밖> 2024,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각 100X100 cm
정은별
모퉁이 이야기 2024 코튼 페이퍼에 수채물감, 아크릴 채색, 부분 컷팅, 테이프, 종이 꼴라주 21×30㎝(80 pcs) 중 일부
XXX (윤이도_김태희)
<주인장 어르신(神): 못골시장> <주인장 어른신(神) : 지동시장> 2024, 캔버스 천에 잉크, 각 220×100㎝
수원시립미술관이 2024년 처음으로 시행하는 신진작가 동행 프로젝트 ‘얍 프로젝트’(Young Artists Bridge Project)는 젊은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는 당해 미술관이 지정한 주제에 따라 작가를 공모하고, 전문가들의 서류심사와 인터뷰를 거쳐 최종 5명(팀)의 참여작가를 선정하였다. 이번 공모 주제는 “수원, 장소·기억·사람”으로 수원시립미술관이 위치한 수원이라는 도시의 다층적인 모습을 발굴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선정된 5명(팀)의 작가는 각기 회화, 조각, 사진, 미디어,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자신이 발견한 수원의 지역상을 담아낸 신작을 포함하여 그간 활동에서 지속해왔던 기존 작업들을 소개한다.
‘이스터에그’(Easter Egg)는 소프트웨어나 운영 체제, 홈페이지, 특히 게임과 같은 창작 분야의 개발자가 재미를 위해 프로그램에 숨겨놓은 메시지나 기능을 뜻한다. 개발자가 지정한 특정한 조건을 만족시키면 사용자는 프로그램의 본래 기능과 무관한 애플릿(간단한 기능의 소규모 프로그램) 형식의 숨겨진 콘텐츠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프로그램의 예상치 못한 곳에 개발자의 이름 또는 사진이 뜬다거나, 간단한 게임이 실행되는 등 숨겨진 기능이 발현되는 것이 그 예이다.('x') 이러한 이스터에그는 그 존재를 모르거나 찾지 못한다 해도 실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운영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이스터에그는 프로그램 개발자가 사용자에게 유희를 주기 위해 심어 놓는 요소로, ‘발견’ 그 자체에 목적과 의미가 생기는 것이다.
사실 이스터에그라는 단어 자체는 ‘부활절 달걀’이라는 뜻이다. 부활절 토끼(Easter Bunny)가 부활절 전날 색을 칠한 달걀을 곳곳에 숨겨놓는 풍습에서 유래해, 개발자들도 프로그램 사용자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이스터에그를 숨기는 장난을 친다는 의미로 이러한 표현을 사용한다. 이는 마치 보물찾기와 같다. 이러한 이스터에그는 프로그램의 목적이 가진 규칙과 방향에서 벗어나 다뤄지지 못한 이야기와 숨겨진 세계관을 반영하기도 한다. 또 게임과 같은 창작물의 경우, 플레이어가 퀘스트를 모두 완료해 게임을 마쳤더라도 그 게임에 이스터에그가 어디에 얼마나 숨겨져 있을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다시 접속할 여지를 남겨준다. 그 이후의 이스터에그를 발견하는 것은 우연의 순간일 수도, 또는 찾아 나서겠다는 사용자의 의지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발견할 수 있음’(discoverable)의 가능성은 마치 이정표 없는 지도처럼 우리 스스로에 맡겨진 여행길을 열어준다.
이번 전시는 ‘수원’이라는 도시의 지도를 펼쳐 토끼가 심어 놓은 이스터에그를 발견하는 여행을 제안한다. 김소라, 신교명, 유다영, 정은별, XXX(윤이도, 김태희)의 4명의 개인 작가와 1팀의 그룹 작가는 자신이 쌓아온 작업 방식과 세계를 수원이라는 도시에 가져온다. 이는 마치 하나의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기 위해 자신만의 전략을 가지고 온 개발자의 모습과 같다. 작가는 수원이라는 도시에서 지나치거나 찾지 못했던 장소와 기억에 ‘발견’이라는 작은 애플릿을 숨기는 토끼가 된다. 이러한 작가의 시선과 행위는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결과를 얻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 거니는 것, 그 세계를 산책하는 감각 그 자체를 공유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작가의 작업을 통해 도시의 기능적 관점에서 벗어나 엉뚱하고도 재미있는, 숨겨진 이야기가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도시의 감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도시는 우리가 찾지 못한 이스터에그를 가득 품은 장소이다. 작가를 통해 발견을 즐긴 우리 또한 자신만의 이스터에그를 심는 토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x') 간단한 예시로 구글(Google) 홈페이지 검색창에 'do a barrel roll' 을 검색해 보자. 검색창 화면이 한 바퀴 돈다. 이 외에도 많은 이스터에그를 찾을 수 있다.
박현순: 말장난 같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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