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강운
물 위를 긋다 202x68cm, 종이에 담채, 2011
강운
파랑-모개도 34x28.5cm, 종이에 담채, 2022
임남진
연서 100x100, 한지에 채색, 2024
임남진
연서 100x100, 한지에 채색, 2024
정정주
metaphysical star 스테인리스 스틸, LED조명, 가변설치, 2021
정송규
Delight - 없는 것이 있는 것이다(부분 2) 캔버스에 유채, 200x134cm, 2015
정송규
Delight - 그리움 캔버스에 유채, 200x137cm, 2015
조영대
어머니의 보자기 Oil on canvas, 125x125cm, 2021~2024 (4)
조영대
어머니의 보자기-선8 Oil on canvas, 66x66cm, 2021~2024
한정식
고요_충청북도 괴산 Archival Pigment Print, 70x70cm, 2005
최정윤
The flesh of passage 레진, 실, 스테일리스스틸, 320x45x45cm, 2018
한정식
강원도 홍천2 Archival Pigment Print, 70x70cm, 2005
최정윤
The flesh of passage 소금, 스테인리스스틸, 400x500x280cm, 2013
모더니즘과 함께 쇠락의 길을 걸었던 추상미술이 요즘 소장품을 중심으로 국공립미술관이나 유수의 사립미술관 전시에서 다시 소환되고 있다.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를 다양한 측면에서 재고해보는 자리로서의 역할이 가장 큰 동기로 여겨지는데, 그만큼 우리 미술에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역사가 두터워지면서 추상미술 또한 고비를 이루어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는 드라마틱한 사실을 반영해준다. 다원화된 요즘의 추상미술의 현상은 구상미술이 그래왔던 것처럼 모더니즘의 죽음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변화하면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抽象’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물 또는 개념 따위의 개별자들로부터 공통점을 파악하고 추려내는 것’이다. 고대 중국 전국시대인 기원전 3세기경에 쓰여진 ‘한비자(韓非子)’에는 “견골상상(見骨想象)”이라는 말이 나온다. ‘코끼리의 뼈를 보고 코끼리를 그려본다.’라는 의미다. 그러므로 한문에서 유래한 ‘抽象’의 의미에는 ‘알 수 없는 모호한, 혹은 비가시적인 것들을 상상을 더해 유추해내어 상징적 이미지로 굳혀가는 과정’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영어의 ‘abstract’란 말은 라틴어 ‘abs-trahere’에서 유래된 말로 그 사전적 의미는 ‘어떤 대상 에서 핵심을 추출하여 요약하고 응축시킨다’는 뜻이다.
동양이나 서양에 나타난 추상의 어원적 의미에는 모두 대상으로부터 본질적인 것, 명료한 것을 응축하여 끌어내는 것과 비가시적인 세계를 상징화하여 나타내는 개념을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인류의 ‘추상’ 과 관련된 활동은 어떤 사건이나 물질에 대한 사변적인 태도라기보다는 그것에 대한 이성적·논리적 태도에 가깝다. 다시 말해 추상화(抽象化) 과정에는 오랜 인류의 역사를 움직여왔던 남성적인 로고스(logos)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현대미술은 전후 미국의 추상표현주의와 프랑스의 앵포르멜 추상형식이 거의 동시에 한국으로 유입되어 새로운 현대적 미술형식으로 공존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추상미술의 시작이 ‘서구의 추상미술의 영향을 받아 출발했다’는 것은 너무 단순한 접근이지 않을까? 오랫동안 우리의 의식 속에 존재 해왔던 추상의 어원적 의미, 동양사상의 전통과 정체성 그리고 전후의 여러 심리적 요인들과 산업사회로의 진입으로 인해 변화된 시각적 현대성이 갈등과 기대로 교차하는 속에서 우리의 추상미술이 배태되었다는 점에 좀 더 세심하게 주목해야하지 않을까?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흔히 50년대 후반의 앵포르멜-60년대 기하학적 추상-70년대에서 80년대를 주름잡던 모노크롬 양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자리 잡은 한국의 추상미술의 계보를 좀 더 비판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첫 번째로 50년대 전반 <신사실파(新寫實派)>그룹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김환기나 유영국의 추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추상은 구상적 요소, 다시 말하면 지표적 대상이 분명한 반(半)추상 형식이다. 김환기의 추상화에서 달항아리, 유영국의 그림에서 산(자연)의 단순화된 형상은 대상에서 이상적이고 본질적인 것을 끌어내는 추상의 어원적 의미로부터 출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7, 80년대 동양화의 사의적 태도를 중요시한 단색조 추상이 그 지배적 형식으로 자리잡게 된 배경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현대미술가협회>라는 단체를 중심으로 60년대 초까지 진행되었던 추상미술이 서구의 앵포르멜과 추상표현주의라는 새로운 형식을 변별력 없이 쉽게 받아들였던 맥락에 대해서이다. 이는 식민지 시대와 전쟁을 겪고 난 후 대부분의 작가들은 무기력한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상실되어버린 자아를 회복하는 실존의 문제가 가장 크게 대두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서구의 경우에도 양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개인의 실존문제는 주요 이슈로 떠올랐으며, 사르트르의 인식보다 앞선 ‘자아 의식’과 라캉의 ‘초자아’의 개념이 모두 이러한 배경 속에서 배태되었고 모더니즘은 바로 이 시기의 철학적 담론 속에서 전개되었다.
세 번째는 <오리진>그룹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었던 ‘기하학적 추상’에 대한 것이다. 우리의 6, 70년대 ‘기하학적 추상’의 바람에는 러시아 구성주의나 바우하우스 운동처럼 20세기 전반 서구 추상미술에 나타난 테크노피아에 대한 열망이 겹쳐져 있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은 당시 전후 재건의 풍토와 함께 60년대 후반 맨하튼을 모델로 했다는 서울 도시계획 아래 세워진 높은 빌딩과 북악스카이웨이, 지하 터널이나 강변도로 등 충격적으로 변한 시각적 현실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난 미술형식이라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타자를 배제하는 추상미술의 역사이다. 다시 말해 추상은 자연의 모방과 반대편에 서서 과학적이고 문화적인 것으로 진화한 가부장적 남성중심의 미술로 천착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피카소는 캔버스에 대한 남성화가의 성적 대립구조를 분명히 했으며 미래주의자들 역시 여성을 경멸하고 전쟁을 찬양하였 다. 이성에 대한 절대적 신념을 보여주었던 칸딘스키와 말레비치는 추상을 종교적 위치에까지 승격시켰으며 몬드리안 역시 그의 이원론에서 자연이나 재현적인 종속적 가치를 여성적인 것과 동일시하였다. 한국의 대표적인 모노크롬 추상이 서구의 그것과 차이를 보이면서 그들이 내세웠던 문인화에 내포된 동양 철학의 사의적 태도 역시 철저하게 여성이 배제된 세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세기말의 우울과 전쟁으로 인해 무너진 질서 위에 새로운 정신적 이성적 절대적 논리를 세우고 테크노피아를 열망하는 근대적 주체로의 욕망을 공격적으로 나타내며 양차 세계대전 이후 상실된 자아를 회복하고 새로운 주체로 서기 위한 실존적 이론과 모더니즘의 확장을 위해 동양의 사의적 태도의 전통과 철학을 내포하는 이러한 추상미술의 역사가 타자를 배제하는 가부장적 계보 위에 세워졌음을 비판하면서 과연 동시대의 추상이 다층적이고 다원적인 가능성을 볼 수 있을까?
2024년 오승우미술관 마지막 기획전인 ‘抽象, Abstract, 추상’ 展은 이처럼 다원적이고 다층적인 의미로 확장하고 있는 동시대 추상미술의 양상이 어떻게 모더니즘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전개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박현화 (미술사학자, 무안군오승우미술관장)
1966년 전라남도 강진출생
1971년 출생
1970년 출생
1970년 출생
1937년 서울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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