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선 : 완벽한 오해 Complete misunderstanding
2024.11.27 ▶ 2024.12.03
2024.11.27 ▶ 2024.12.03
전시 포스터
노지선
완벽한오해2 digital print photograph, 297×420mm, 2024
노지선
속력 digital print photograph, 1188×742mm, 2024
노지선
잔상 digital print photograph, 500×500mm, 2024
노지선
닿을 수 없는 시간1 digital print photograph, 210×294mm, 2023
노지선
새벽, 환기 2024, digital print photograph, 1188×673mm, 2024
우연한 기록
최서원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공간은 대부분 빈번하게 마주치고 스치는 과정을 반복하기에 누구에게나 낯설지 않은 따스함을 선사한다. 그 익숙함이라는 것은 고정된 형태의 거주지가 될 수도, 매일 보는 길거리의 풍경이 되기도 하는 다양한 공간으로부터 찾아온다. 늘 같은 자리에 있는 존재를 무뎌진 감각을 세우고 지켜보면 전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구석을 살펴볼 수 있다. 노지선 작가는 일상생활에서 우리와 공존하는 풍경 또는 사물을 깊이 있게 관찰하면서 대상 속 묻어나오는 흔적을 읽어낸다. 예기치 못하게 눈을 사로잡는 길모퉁이 또는 담벼락이 만들어낸 자취가 결국 인생과 유사한 부분이 있음을 깨닫고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나간다. 살면서 닿는 인연은 각자가 품은 지난 과거와 이야기를 알지 못한 채 만나게 된 순간부터 서로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며 유지된다. 감춰진 영역을 그저 존재로서 가늠하고 현재 가지고 있는 공통 분모만으로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다. 작가는 세월이 지나가는 시간의 흐름이 끝내 스스로 포착한 예술관과 동일하다는 점을 작업으로 드러낸다.
작가가 눈으로 직면한 장면을 작업으로 옮겨 담는 과정은 물리적인 행위를 실현하기까지의 과정을 주목하는 데 의의가 있다. 작품 속 낡고 허름한 모습에서 오래도록 축적된 기간을 토대로 여러 이슈를 거쳐 그것이 세월의 증명으로 남았음을 알 수 있다. 가령 깨지고 갈라진 틈으로 새로운 금이 생기며 요철을 만들어낸 바닥은 마치 회화로 표현한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이러한 수많은 자국은 사람이 의도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아무도 흔적이 생긴 정확한 일시나 원인을 명백히 밝힐 수 없다. 그저 누군가의 신발 굽에 하염없이 부딪혔거나 무언가가 떨어진 충격으로 나타났을 것이라는 짐작을 할 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어느 정도 경과한 시간 동안 날씨와 외부 요인으로 하여금 마모되어 왔음을 미루어 알 수 있다. 작가는 이 지점에서 우리가 살아오는 인생 또한 끊임없는 삶의 우연성을 띠고 있으며 이미 알지만 한편으로는 모르고 또 모를 수밖에 없는 불가피함이 실재한다는 것을 작업을 통해 전한다. 작품은 완전하지 않은 일부만으로 한 개인을 이해하기에는 많은 결핍이 있지만 타인을 알아가는 데 있어 채워지지 않는 영역을 구태여 닿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작가가 직접 인지하지 못하는 시간을 보듬으려 하는 애정이 깃들어 있다. 흔하고 평범한 대상을 각별한 무언가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주위 환경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다. 작품은 결국 주변의 것을 소중히 여기고 찰나의 흔적과 순간도 놓으려 하지 않는 작가의 마음가짐으로부터 기인한다. 끌리는 마음에 몸을 맡기고 섬세한 촉을 잃지 않는다면 내가 살아가는 삶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가족과 친구를 비롯하여 나와 연결된 이들의 전부를 알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삶에서 아는 것보다 모르는 정보가 더 많기에 대상을 이해하는 일조차 서툴 때가 많다. 모두가 비슷한 만큼 알고 비슷한 만큼 모른 채 세상은 순환한다. 넓고 거대한 인간 사회 속 마주하는 관계는 작은 점만큼이나 미미하지만 우리는 그마저도 가슴에 새기며 하루하루 인연을 맺어간다. 이번 전시에서 작품의 단편적인 표면 너머로 작가가 인도하는 인생관을 주의 깊게 고찰해 보기를 바란다. 작가가 명명하는 마주친 회화에 담긴 내적 의미를 깊이 탐색하고 집을 나서는 바깥의 풍경과 사물에 가까이 곁을 내어주기를, 이로써 더욱 다양한 아름다움을 마주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작가 노트
완벽한 오해
내가 발견한 자국들은 현재와 미래를 모두 품고 내 앞에 잠시 멈춰선 하나의 그림.
그의 과거도 미래도 알지 못하면서 찰나와 같은 순간에 마주한 장면만 읽는다.
우린 모두 자국과 흔적을 갖고 있다.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두 번 다신 만날 수 없는 소중한 이 순간에 우린, 완벽하지 않은 서로의 일부만을 관찰하며 전부를 이해한다고 믿고 있을 뿐.
마주한 것에 정체를 추측하고 관찰하며 노력하지만 현재의 나로서 절대 닿을 수 없는 시간들이 있기 때문에 영영 알 수 없을 것임을 깨닫는다.
결국 ‘내가 전혀 알 수 없었던 시간들’의 존재를 더 명확히 할 뿐이다. 그러한 사실은 안타깝고 종종 괴롭기도 하다.
벗겨진 살갗을, 부어 터져버린 속살을 보여주며 서로 위로하고 안쓰러워하는 동안,
저만치 달아난 시간은 또 다른 모습으로 바뀔 우리에게 오해라는 모자이크로 완벽함을 더한다.
우린 완벽히 오해하며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서서 자꾸 바라본다면,
그렇게 하면 정말로 전부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Complete Misunderstanding
The marks I've discovered are a picture that momentarily pauses before me, encompassing both the present and the future.
Without knowing its past or future, I can only read the scene I encounter in this fleeting moment.
We all carry our own marks and traces. In this precious moment, which we will never experience again, we believe we understand everything by observing only imperfect parts of each other.
We try to guess and observe the identity of what we face, but I realize that there are times I can never reach in the present, and therefore, I will never truly know.
Ultimately, this only clarifies the existence of 'times I could never understand.' This realization is often poignant and sometimes painful.
As we show our raw skin and exposed wounds, comforting and feeling pity for each other, the time that has slipped away transforms into a mosaic of misunderstandings, adding to our sense of completeness.
We live in complete misunderstanding.
Yet, if we stand there and keep looking,
it feels as if we might truly understand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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