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식 - Mysterious Fruit Store
2010.09.08 ▶ 2010.09.14
초대일시ㅣ 2010-09-08 18pm
2010.09.08 ▶ 2010.09.14
초대일시ㅣ 2010-09-08 18pm
정정식
특별한관계 Oil on canvas, 390×162cm, 2010, 개인소장
정정식
떠다니는포도 Oil on canvas, 91×116cm, 2010, 개인소장
정정식
묘한관계 Oil on canvas, 116.5×72.5cm, 2010, 개인소장
정정식
사랑스러운 관계 Oil on canvas, 161.5×74.5cm, 2010, 개인소장
정정식
행성의 나들이2 Oil on canvas, 72.5×60cm, 2010, 개인소장
화가 정정식의 신비한 과일가게 展에 부쳐
임두빈 ( 미술평론가, 단국대 교수 )
화가 정정식이 내게 전화를 했다. 그림을 보여주고 싶으니 화실을 방문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사실 며칠 전부터 나는 그의 화실을 방문하고 싶었는데, 내 마음을 그가 알았는지 전화를 한 것이다. 그는 솔직하고 호쾌한 예술가다. 다른 일정을 뒤로 미루고 먼저 그의 화실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정식의 환한 웃음과 과일 그림들이 나를 반겼다. 과일 그림이라니? 그는 해송을 그리고 있었는데.
정정식이 나를 보고 말했다. “최근에 작품 내용을 확 바꿨습니다.” “예전과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그래서 임 선생님께 꼭 보여드리고 싶었지요.”
정말 그의 작품은 완전히 새롭게 변모해 있었다. 그의 그림 속 과일들이 심상치가 않았다. 포도가 낯선 대지위의 공중에 떠있었고, 해변의 파도위에 거대한 딸기가 떠있는가 하면, 복숭아 하나가 마치 거대한 행성(行星)처럼 우주공간(宇宙空間)에서 빛을 발하며 떠있었다. 포도가 있는 낯선 대지는 마치 사막 같기도 했고 다른 행성의 지표면(地表面) 같기도 했다. 그리고 그 낯선 대지는 모래가 되어 아래로 흘러 내리고 있었다. 공간에 떠있는 포도를 자세히 보니 수많은 포도 알갱이들 중에 한 두 개는 행성처럼 그려져 있는 게 보였다. 감상자들은 포도를 보다가 행성을 발견하곤 새로운 상상(想像)의 세계로 화가가 그들을 인도함을 느낄 것이다. 화가 정정식은 사물을 바라보며 사물이 놓인 현실적 한계를 벗어나서 자유롭게 상상의 세계를 펼쳐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상상의 힘으로 그가 생각하는 우주의 모습을 은유(隱喩)하고 있었다.
그가 이번 개인전에 붙인 주제 <정정식의 신비한 과일가게>란 제목에서 나는 정정식의 톡특한 은유 방식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가 사물을 그려내는 방법은 매우 사실적이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포도나 딸기, 복숭아 등은 크기가 확대되어 매우 치밀하게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정정식은 이것들을 이들이 놓여있어야 할 자연스런 장소성(場所性)에서 이탈시켜 생소한 장소에 나타나게 함으로써 과일들에 초현실적(超現實的) 상징성(象徵性)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그린 과일들은 이렇게 예사롭지 않은 상황에 놓임으로써 우리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가 그린 작품 하나를 살펴보자. 우주공간을 배경으로 화면(畵面) 아래쪽에 타원(橢圓)을 그리며 아름다운 지구(地球)의 일부가 그려져 있고, 검푸른 우주공간 속엔 마치 행성처럼 거대한 딸기가 하나 등장하는 그림이다. 그의 그림 속에 그려진 딸기는 그 확대된 크기와 더불어 인간의 욕망을 반영하는 듯하다. 사실 우리의 식탁에 놓이는 딸기도 알고 보면 인간의 욕구에 따라 종(種)을 개량시켜 키운 딸기가 아닌가? 딸기 하나에서도 인간의 이기적 욕망은 그대로 드러난다. 그런 딸기를 그는 더 크게 그려서 화면의 우주공간 속에 띄운 것이다. 인간이 지구를 벗어나 우주공간에 관심을 기울이며 탐사하고 있는 이면(裏面)에도 인간의 탐욕이 어김없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작가의 생각이 반영된듯하다. 그러니까 그가 그린 우주공간 속의 거대한 딸기는 인간의 기술문명(技術文明)을 상징하는 이미지인 것이다. 검푸른 공간 속에 떠있는 딸기는 매우 탐스럽게 그려져 있다. 오늘의 기술문명에 취한 현대인들도 그들이 만든 기술문명에 도취되어, 그것이 인간의 영혼을 오염시키고 썩게 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오직 기술의 발달과 확산에만 정신을 쏟고 있는 것이다. 기술문명이란 근본적으로 인간의 욕망(慾望)충족적(充足的) 산물일 뿐이다. 기술에는 윤리적(倫理的) 판단이 전무(全無)하다. 화가 정정식이 그린 딸기는 인류의 맹목적 욕망을 반영함으로써 그것을 경고하는 역설적 이미지이기도 한 것이다.
정정식의 그림 속에서 과일들은 행성이기도 하고 과일이기도 하다. 대우주(大宇宙)에서 명멸(明滅)하는 수많은 별들이 그의 상상 세계(想像世界) 속에서는 과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무의식(無意識) 깊은 곳에서 주렁주렁 열린 무르익은 과일들은 길상(吉祥)을 뜻하며 행복의 상징이기도 한데, 정정식은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우주공간의 수많은 별들을 과일로 비유함으로써 인간이 축복받은 행복한 세계 속에 있음을 넌지시 암시하고 있다.
인간은 태양계(太陽系) 속의 작은 지구 행성에서 탄생한 생명체(生命體)다. 태양은 은하계(銀河系)의 가장자리에 붙어있는 매우 작은 별에 불과하다. 별들의 거대한 집단인 은하계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지니고 있는 것이 대우주(大宇宙)인 것이다. 그러니 인간이란 얼마나 작은 존재자인가? 파도에 튀어 오른 물방울처럼 찰라적인 삶을 살고 있는 작은 인간이 대우주를 바라보고 그것을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인간은 한없이 작은 존재이면서도 한없이 큰 존재일 수도 있는 것이다.
정정식의 「신비한 과일가게」는 대우주를 바라보고 생각에 잠긴 한 화가의 독특한 회화적 은유(繪畵的隱喩) 라고 말할 수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대우주의 역동적 움직임을 ‘신비한 과일가게’로 부를 수 있는 화가의 독특한 시각 속에서, 우리는 무한대(無限大)한 세계를 거침없이 축소시켜 친근하고 다정한 눈으로 바라보는 예술가 특유의 자유혼(自由魂)을 느낀다.
자 이제 우리 모두 정정식이 꾸며놓은 「신비한 과일가게로」 들어가 보자. 그대는 그저 원하는 과일을 손에 쥐고 바라보기만하면 독특한 상상의 향기가 행복하게 온몸을 감싸 안을 것이다.
2010년 여름, 서북서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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