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홍지윤
금호미술관 《홍지윤 스타일》 전시 전경, 2024
홍지윤
금호미술관 《홍지윤 스타일》 전시 전경, 2024
홍지윤
금호미술관 《홍지윤 스타일》 전시 전경, 2024
홍지윤
금호미술관 《홍지윤 스타일》 전시 전경, 2024
홍지윤
금호미술관 《홍지윤 스타일》 전시 전경,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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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홍지윤 스타일》 전시 전경, 2024
홍지윤
금호미술관 《홍지윤 스타일》 전시 전경, 2024
홍지윤 스타일: 움직이는, 유동하는, 넘나들며 교감하는,
금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는 작가 홍지윤의 작업은 관객을 압도하는 거대한 화면과 수묵에서 출발하여 오방색을 거쳐 형광색을 아우르는 화려한 채색,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꽃의 향연으로 관객을 에워싼다. 또한 작가의 작업은 시와 수필, 회화, 그래픽, 영상, 설치 작업의 경계를 넘나드는데, 이로 인해 홍지윤의 공간에 들어선 관객은 유기적이며 총체적인 연극적 장면 속에 위치하게 된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작가가 대학원에 진학하며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던 시기 한국화가 당면한 상황에서 비롯된다. 이 시기 우리 미술계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설치와 뉴미디어 경향이 번져나가고 있었고, 작품에 시간성의 문제와 작품 해석에 관객의 역할이 중요하게 언급되던 때였다. 한편, '88올림픽'을 기념해 개최된 《세계현대미술제》에서 한국화계열 작가들이 국제성과 동시대성이라는 평가기준에 따라 배제된 일련의 사태는 한국화 계열에 자성의 움직임과 함께 이를 계기로 한국화가 동시대성을 확보하고 국제화의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이러한 때에 한국화로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한 홍지윤은 전통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국제적이면서도 동시대적인 보편성과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언어를 갖추기 위한 행보를 시작한다.
작업 초기 한지에 수묵으로 작업하던 홍지윤은 이후 장지에 채색을, 그리고 캔버스에 아크릴로 재료를 변화해 나간다. 관객을 에워싸며 장면을 구성할 정도로 대형 화면을 자주 활용하는 작가는 거기에 영상과 설치를 결합함으로써, 다중적이며 총체적 공간을 구축한다. 또한, 전통 한국화로부터 동양적 필선이나 필획을 계승하여 그것을 동시대 미술의 보편적 조형언어로 변환하고자 작가는 붓과 먹의 운용을 통해 한국화의 필선이 갖는 힘을 드로잉적으로 승화시킨다. 여기에 더해 작가는 전통으로부터 좀 더 근본적인 것, 즉 예술을 규정하는 방식을 이어받아 동시대 미술의 문맥 속에 그것을 맥락화 시키고자 한다. 전통으로부터 예술을 규정하는 방식과 대상을 대하는 태도를 계승한 작가는 물질과 정신, 문명과 자연, 시간과 공간, 남성과 여성 등, 주체와 객체를 위계적으로 분리하여 살피는 서양의 근대적 세계관으로부터 벗어나 주체와 객체를 같은 뿌리를 갖는 유동적 존재로 인식한다.
이로 인해 홍지윤의 작품에서는 "구름이 꽃으로, 꽃이 새로, 새가 사람으로, 사람이 사랑으로. 사랑이 꿈으로, 시가 글씨로, 글씨가 그림으로" 자유자재로 형태를 넘나들며 구성되는 환상적이면서도 유동적인 세계가 구현된다. 이처럼 경계를 넘나들며 움직이고 유동하는 세계는 화면 가득 흐드러진 꽃의 형태로 자주 구현되는데, 이는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을 함축하여 드러내는 것임과 동시에 세상을 하나로 포용한다. 주체와 객체를 바라보는 이와 같은 작가의 태도는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구분 짓지 않고, 주체로서의 내가 우주, 세상,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들과 깊게 연결되어 있음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작가의 이러한 태도는 장자의 일원화된 몸과 물아일체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낸 것으로, 인간 위주의 자연 남획과 활용이 불러온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그 의미와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홍지윤이 예술을 규정하는 방식과 대상을 대하는 태도로부터 비롯된 주체와 객체 간의 흐려진 경계와 유동성은 미술을 구분하는 장르 개념에도 적용된다. 개화기를 전후하여 '미술'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이후, 전통의 '서화' 개념은 '서'와 '화'로 분리되고, 그것의 근간이었던 '시서화'를 하나의 뿌리로 보는 전통 역시 흐려졌다. 하지만, 주체와 객체를 하나의 뿌리를 공유하는 자유롭고 유연한 존재로 바라보는 홍지윤의 태도는 예술의 각 장르를 명확히 구분하는 근대적 방식보다는 시서화를 하나의 뿌리로 삼고 그것으로부터 연원한 예술의 개념을 끌어와 예술의 장르 구분을 넘나드는 총체적인 작업 방식으로 이어진다. 일상 속에서 작가가 느낀 감정을 글이나 문학작품과 연결하고, 거기에서 작업을 출발하는 작가는 자작시나 문학작품, 혹은 노래 가사 등을 화면에 기록하고, 그림을 그려나감으로써, 글과 그림이 하나로 어우러진 작품을 제작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홍지윤 스타일"은 문학과 음악, 미술과 패션 디자인, 그래픽, 영상, 설치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작업하는 작가의 작업 스타일과 예술관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가 전통에서 찾아낸 예술관과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자기화하고 그것을 동시대 조형언어로 재해석함으로써 자신의 스타일로 만들어 낸 동시대의 '퓨전 동양화'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홍지윤 스타일의 퓨전 동양화로 구성된 이번 개인전은 단테와 윤동주의 별과 시에서 영감받아 출발한 전시이다. 신작은 물론 「음유, 낭만, 환상 – 원효로와 청파동에서」(2007), 「애창곡」 (2010), 「봉별」(2011), 「분홍인생」(2020), 「목포의 눈물」(2023)과 같은 작가의 이전 시기 대표작을 망라한다. 이들 작품 중 이상의 문학 작품에서 출발한 「봉별」은 홍지윤의 작업 특성을 살필 수 있는 대표 작품이다. 관객을 하나의 가상 무대로 초대하는 「봉별」이 구현해 낸 공간은 이상과 금홍이 사랑을 나누던 공간이자 이별의 공간이며, 작가 홍지윤이 그들의 이야기에서 출발하여 지금·여기에 재구성한 공간임과 동시에 관객 저마다의 서사가 환기되고 기억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공간은 작가가 출발점으로 삼은 문학적 공간에서 시작하여 홍지윤이 구성해낸 세계와 연결되고, 다시금 그 공간에 들어선 관객의 서사로 연동됨으로써, 이곳의 시공간은 지금·여기를 관통하며 새로운 장면과 서사를 창출한다. 그렇기에 이 공간은 시간을 넘고, 공간을 건너 이곳과 저곳, 근대와 동시대를 잇고,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사랑과 이별,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적 서사를 구축한다. 홍지윤이 만든 이러한 이어짐의 공간, 사이의 공간을 통해 관객은 우리 모두의 보편적 이야기를 공유함과 동시에 자신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되새김질하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새롭게 아이패드를 활용한 드로잉 작업을 선보인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게 되면서 작가는 이전 시기 회화 작업에서 출발하여 그것을 사진찍고, 다시금 그래픽 작업을 통해 공공미술로 제작하던 과정에서 벗어나 디지털 작업에서 출발한 이미지를 바로 공공미술 작품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디지털 기기의 활용은 공공미술 작업 과정을 간편화함은 물론 작업 방식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데, 위와 같은 작업의 용이성과 작업 방식의 전환을 살피며 작가는 미술관 전면에 디지털로 제작한 공공미술 작품을 설치하고, 전시실 1층에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작업 과정을 전도한 작품을 선보인다. 디지털을 활용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고가는 홍지윤의 꽃은 각기 아날로그와 디지털 매체의 특성을 드러내며 같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같은 모습으로 드러난다. 매끈한 끝마무리를 자랑하는 디지털 감수성과 안료의 물성과 붓 터치의 운동감을 그대로 드러내는 아날로그 감성 사이를 오가는 작가의 작업방식은 경계를 넘나드는 이전의 작업 방식의 연장선상에 위치한다. 이는 회화와 영상, 설치를 아우르고, 문학과 미술을 통섭하며 유동하는 세계를 구현하며 소통해온 작가가 디지털이라는 훨씬 더 유동적인 새로운 세상을 만나 온·오프라인을 오가며 마주하게 될 또 다른 실험의 장을 연 것으로, 이를 통해 펼쳐 보일 향후 행보를 기대하게 한다. ■ 기혜경
1970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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