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inting in Winter 겨울 회화

2024.12.27 ▶ 2025.01.25

대안공간 루프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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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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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정훈

    월 월 월 캔버스에 유채, 27.3x34.8c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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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윤

    리코더와 일제히 끝나는 노래 캔버스에 유채, 아크릴, 97x162.2c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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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범수

    Sonia 캔버스에 유채, 73x60cm(20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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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민지

    무제 캔버스에 유채, 248x145c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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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민

    머물며 지나는 고개 캔버스에 유채, 118.6x105.3c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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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칸나

    I Live, I Die, We Live Again 종이에 혼합재료, 190x227c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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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주원

    상자 속 피클(누가 안 웃기대?) 캔버스에 유채, 130x193cm, 2024

  • Press Release

    생각들

    200년 전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림 이외의 이미지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만화영화 <플란다스의 개>의 주인공 소년 네로의 소원은 안트베르펜 대성당 중앙 제단의 성화를 보는 것이었다. 이 그림,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려오심>은 죽음을 앞둔 소년이 마지막 순간에도 간절히 보고 싶었던 것, 시각을 넘어선 어떤 것, 불행한 소년의 유일한 구원, 성령이 깃든 특별한 이미지였다.

    현대미술은 타 분야의 기술을 통해 매체를 확장하는 자유로운 아마추어의 영역이다. 현실에 비판적인 질문을 던지고, 담론을 생산한다. 그래서 현대미술은 주제가 중요하고, 작가들은 주제를 표현하는데 적합한 매체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화가에게 회화 매체는 주제보다 먼저 주어진 것이다. 그래서 화가들의 공통된 주제는 ‘그림’이다.

    회화는 물감을 화가의 의도에 종속시켜 이미지로 만드는 물질과의 투쟁이다. 그래서 화가의 주제가 ‘그림’인 것, 그리기를 통해 자기 형식을 찾는 것은 매우 타당하다. 하지만 회화의 문제를 표현과 시각의 문제만으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아름다운 그림이라도 그 안에 그림의 문제밖에 없다면. 난 쉽게 흥미를 잃는다. 뻔한 얘기 같지만 좋은 주제와 독창적인 형식이 잘 매칭된 그림은 흔치 않다. 그래서 좋은 그림을 그리기가 어렵다.

    얼마 전에 성곡미술관에서 이은주선생님 기획의 <서울 오후 3시>라는 전시에 참여했다. 2000년대 구상회화의 경향을 사회적, 미술사적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고, 진한 감수성이 느껴져서 좋은 전시였다. 이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사진을 활용한 재현적 방법론을 취하면서도 주관적 정서를 필터로 사용하여 그리기를 모색했다. 이전세대의 미술이 형식만을 강조했던 점을 고려하면, 2000년대 회화의 재현적 경향은 우리의 삶을 가까이서 들여다보고자 노력한 시대정신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그림들은 현실에 대한 뛰어난 감응력을 보여주면서도 사진을 참고한 사실적인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형식미의 한계를 갖는다. 형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면, 색도 붓질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에 비하면 ‘요즘 그림’은 과감한 형태를 전제로 표현주의적 경향이 눈에 띤다. 현실을 콜라주 하고, 대상과 배경의 경계가 불분명해서 공간감의 표현이 자유롭다. 색 자체의 아름다움에 집중하고, 붓터치를 다듬지 않아서 재료의 물성과 작업의 과정이 잘 드러난다. 반대로 에어브러시를 사용하는 매끈한 표면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디지털 이미지와 태블릿PC를 이용한 에스키스와 관련이 있다. 극사실주의 회화가 사용한 에어브러시가 붓 자국을 지우고 환영을 가져온 도구였다면, 요즘 작가들의 에어브러시는 동시대의 디지털 시각환경을 표현하는 도구라는 점에서 다르다. 추상미술의 복귀도 주목할만하다. 최근의 추상미술은 추상적인 형태를 묘사하는 점, 형식에 경계를 두지 않고 추상과 재현이 뒤섞이는 점, RGB 디지털 컬러의 사용 등 모더니즘 시대의 추상미술이 미술의 형식 자체만을 탐구한 것과는 다르게 현실 세계의 경험을 반영한다.

    역시 미술 역사의 동력은 척력이다.

    포토샵 등 디지털 도구들과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시각 매체들은 화가들의 작업방식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현실은 조각나서 재구성되고, 리포스팅되어 출처를 알 수 없는 이미지들은 원본과 복제의 외줄을 탄다. ‘기표가 또 다른 기표를 지시할 뿐’이라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진단이 요즘은 정말 실감 난다.

    예전에 사진은 종이에 프린트된 이미지였지만, 이제는 액정을 통해서 본다. 발터 벤야민은 사진이 복제 매체의 이미지여서 아우라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오래전에 인화한 사진을 보면 원본이 갖는 아우라와 물성을 느낄 수 있다. 극단적인 디지털 문명이 우리의 물질에 대한 감각을 더 예민하게 만든 것이다. 이미지의 패권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갔지만, 화가들은 여전히 오래된 방식으로 이미지를 생산하고 전시장을 찾는 관객들은 그림을 즐겨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회화의 종말을 이야기했지만, 신진작가들의 포트폴리오와 미술대학의 실기실을 보면 회화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제 그림을 본다는 것은 이미지를 넘어서 물질을 경험하는 것이다. 회화의 복귀는 디지털 문명에서 소외된 물질성의 복귀이다. 그래서 그림은 대상과의 닮음이 아니라 더 그림답게 되었을 때 좋은 그림이 된다.

    글: 서동욱, 작가


    겨울 회화

    <겨울 회화>는 1993년부터 2000년 사이 출생한 화가 7명이 그린 회화 작업을 한 자리에 모은 전시다. 이번 전시는 하나의 특정한 그리기 방식을 강조하기보다는, 다양한 소재와 방식이 여전히 새롭게 다가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입체주의, 추상표현주의, 팝아트 등 20세기의 다양한 회화 방식은 독립적으로 존재하거나 사라지지 않았다. 대신 참여 화가들은 이러한 기존 방식들을 재구성하며 자신만의 강조점을 제안한다. 디지털 테크놀로지, 특히 AI 생성형 이미지가 심화되는 오늘, 새로운 회화에 대한 질문은 오히려 시의적절해진 고민이 된다.

    한편 회화는 가장 수집하기 쉬운 예술 형식이라 점에서 예술 실천이라기보다는 상품으로 다루어지곤 한다. 컬렉터의 공간에 걸려 전시되거나 수장고에 들어가는 순간, 회화는 예술적 실천을 멈추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조슬릿은 회화를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다양한 과정을 통해 의미와 관계를 만들어내는 동적인 존재로 보는 관점을 제시한다. 그는 이를 ‘타동적 회화 transitive painting’라고 부르며, 두 가지 시간적 과정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회화가 화가의 손을 거쳐 창작되는 시간이다. 두 번째는 완성된 회화가 전시나 유통을 통해 사회적 네트워크로 편입되는 시간이다. 이 과정에서 회화는 단순히 소유물로 고정되지 않고, 관객이나 시장과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지금 회화는 이러한 네트워크를 어떻게 작업 안에 통합할 수 있을지를 질문하며 디지털 기술과 AI 시대에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한다.

    ‘타동적 회화’는 네트워크 안에 들어간다고 해도 완전히 속박되지 않으며, 새로운 물질적 순환을 만들어낸다. 이제 회화는 자신을 규정하는 다양한 네트워크를 어떻게 작업 안으로 통합할 수 있는가? 우리는 회화의 본질과 미래를 다시 묻게 된다.

    글: 양지윤, 대안공간 루프 디렉터

    전시제목Painting in Winter 겨울 회화

    전시기간2024.12.27(금) - 2025.01.25(토)

    참여작가 금정훈, 박정윤, 소범수, 송민지, 신재민, 왕칸나, 정주원

    관람시간10:00am - 07:00pm

    휴관일일,월요일 휴관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대안공간 루프 ALTERNATIVE SPACE LOOP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5-11 )

    주최대안공간 루프

    주관대안공간 루프

    후원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

    연락처02-3141-1377

  • Artists in This 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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