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향한 긍정
최서원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누구나 어른으로 살아가기 위한 어린 시절을 거치기 마련이다. 유년기에 경험했던 대부분의 추억은 지금의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것들보다는 다소 미성숙하고 자유로웠을지 모른다. 현실에 본격적으로 부딪히면서 오래전 꿈꾸었던 일들이 멀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여전히 아이였을 때 간직한 소망은 마음 깊은 곳에 존재한다. 강유란 작가는 그 기억에서 몸을 숨기고 보호하고자 찾았던 이불과 책상, 또는 방 안의 새로운 은신처와 같은 소재를 이용하여 우리가 이러한 행위를 하면서 느꼈던 감각 너머의 세계관을 확장한다. 어렸을 때 나 혼자 혹은 동생, 친구들과 좁디좁은 공간을 직접 만들고 안에 들어가 무한한 상상력을 주고받았던 감정은 현재의 순간에도 많은 이들에게 유대감을 형성하며 깊은 교류로 이어진다. 작가는 과거의 즐거웠던 추억에 잠시 기대는 것이 아닌 앞으로 다가오는 미래에 대해서 작품을 통해 아울러 포용하고자 한다.

작품은 분명 눈으로 드러나지만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 담겨 있다. 아늑한 실내 풍경이지만 어디인지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는 장소, 들판 저 너머로 까마득히 작게 보이는 사람 등은 보는 이로 하여금 현장에 실재하는 것 같은 편안한 정서를 안겨준다. 작가는 추정되지 않는 미지의 지점을 화면의 전체와 부분으로 공유하면서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감각을 재현하고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물건이나 환경은 작업에서 일반적인 익숙함을 포함하는 동시에 독창적인 화면으로 전환한다. 작품 속 공간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기에 예상하지 못하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어릴 적 자신을 위협으로부터 하염없이 지켜줄 것만 같았던 곳들은 다양한 시각적 형태로 병치되어 외부의 세계에서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지 가늠할 수 없는 무의식적 불안함과 설렘을 간접적으로 내포한다. 밀도 있는 양감과 색채는 몽환적인 이미지를 한층 더 자욱한 정경으로 인도하며 예측 불허한 앞날에 대한 막연하고도 아득한 감정을 가감 없이 노출한다. 마냥 두렵지만도, 마냥 낙천적이지만도 않은 미묘한 심리를 포착하여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이미지들은 신선하고 흥미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작가는 세월이 실어다 주는 흐름에 가만히 적응하기보다는 복합적인 감정들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려 애쓰면서 주변 이들에게 격려와 용기를 불어넣는다. 나아가 작품 앞에 서서 다가올 일을 대하는 자세를 생각하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서로가 그리 다르지 않다는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지난날의 소중한 기억에 현실을 기대고 싶을 때가 있다. 유년기에 겪었던 경험은 아직 곁에 자리하며 짙은 영향을 미친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지켜야 하는 지금의 현실에서 우리는 구태여 예전처럼 제2의 공간을 만들거나 꾸미지 않지만 갇혀있는 장소에서 느꼈던 안락함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 기억은 온기로 가득 찬 포근함과 몽글몽글한 이상과도 같은 것이다.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과거의 경험에서 늘 지속적으로 안정을 취하려 하지만 시간은 끊임없이 앞으로 흘러간다. 작가는 잊을 수 없는 어린 시절 본연의 동심을 미래의 자양분으로 삼아 생의 동반자인 우리에게 일상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역경 또한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으며 관람자와 불완전한 삶을 긍정적으로 납득하는 법에 대해 소통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 아직 가보지 못한, 다가가지 못한 불특정한 순간을 외면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직면하고 담담하게 마주할 수 있는 의지를 가져보기를 바란다.


작가 노트

곤히 자는 너에게 이불을: 불확실한 미래를 긍정적으로 마주하는 법

우리는 사면보다는 삼면에 더 안정감을 느낍니다. 삼면이 닫힌 공간은 우리를 보호받는 듯한 안온함 속에 두면서도, 동시에 열린 한 면을 통해 그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게 만듭니다. 이와 같은 구조적 안정감과 상상적 확장은 어린 시절 책상 밑이나 이불 속으로 숨어들던 기억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곤히 자고 있는 너에게 이불을>은 이러한 본능적이고 감각적인 경험에서 출발합니다. 이불이라는 공간은 단순히 피난처나 쉼터로 머무르지 않고, 미지의 세계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이 교차하는 경계로 확장됩니다.

그 안온함 속에서 펼쳐지는 상상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재현함과 동시에, 과거의 기억을 현재와 연결하고 미래로 이어지는 통로로 삼고자 합니다. 이불 속에서 느낀 보호받는 감각과 경계 너머를 꿈꾸던 경험은 관객에게 잊고 있던 내면의 감정과 기억을 되살리며, 우리에게 미래를 어떻게 마주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 전시는 단순한 과거의 회상에 머무르지 않고, 그 감정을 발판 삼아 불확실한 미래를 긍정적으로 마주하는 방법을 모색하도록 이끕니다.

저는 일상의 평범한 요소들을 재구성하여 낯설고도 신선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익숙함 속에서 발견되는 낯섦, 그리고 그 낯선것이 주는 감각적 충격을 통해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생각과 이미지가 화면 위에서 뒤섞이고 중첩되는 과정을 통해 불완전한 미래를 품고, 그 불완전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여정을 담아냅니다. 저는 낯설지만 동시에 포근한, 모순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유토피아를 구현하고자 합니다. 불완전한 우리들의 존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그다음에 펼쳐질 이야기가 얼마나 기대되는지를 탐구합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유영하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그 유영하는 과정 속에서 맞닥뜨리는 불안과 희망, 호기심과 깨달음이 서로 얽히는 순간들을 시각적으로 기록합니다. 이 전시가 관객들에게 그러한 복합적이고도 따뜻한 교감을 제공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다시금 꺼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전시제목강유란: 곤히 자는 너에게 이불을: 불확실한 미래를 긍정적으로 마주하는 법

전시기간2025.02.12(수) - 2025.02.18(화)

참여작가 강유란

관람시간11:00am - 06: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37 제1전시관(B1F))

연락처02-737-46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