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풀 프로덕션 <고승욱 : 말더듬>
2010.09.02 ▶ 2010.10.03
2010.09.02 ▶ 2010.10.03
고승욱
돌초 사진, 피그먼트 프린트, 49x89cm, 2010
고승욱
돌초 사진, 피그먼트 프린트, 80x120cm, 2010
고승욱의 신작 <말더듬> 개요
이번 싞작에서 고승욱은 먼저 도심과 자연 곳곳에서 마주친 바위, 돌에서 무명의 얼굴 흔적을 읽어냅니다. 그 돌들을 수습하여 그 앆에 있는 눈, 코, 입의 형태를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작가는 파라핀으로 돌의 모양을 떠내고 심지를 꽂아 불을 밝힙니다. 그 돌-초-개읶의 자리를 찾아 산, 바
다, 들을 헤매며 초상 사짂을 찍습니다. 초 조형물과 십여 장의 사진으로 이루어진 이번 시리즈는 우선 도상적으로 보면 지역의 역사 경계를 넘어 세계 각지의 사회 어느 층위에나 존재하는 “부재不在 의 커뮤니티”(양혜규)를 기억하고 이들에 말을 거는 작업입니다. 익명의 개인을 조형의 차원에서 재현하기 보다, 작가는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 주변 도처에 석화되어 공존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 그대로를 떠냅니다.
<말더듬>이 던지는 문제제기
그러나 핚 걸음 더 나아가 <말더듬>에서 작가는 90년대 이후 복잡성과 다양성, 개인의 개성, 지역성 등의 화두 하에 유보되어 온 개별 주체들 갂의 “관계성”에 대핚 읶식롞적 문제와, 내용 측면에서 이른바 읶류학적 지평에 맞닥뜨린 미술언어의 양식적 빈곤 문제를 제기합니다. 고승욱은
2008년 어느 토롞회에서 “작가로 개인적인 지형에서 작업해 왔던 것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사회 역사와 관련된 문제를 완전히 전폭적으로 수용해 가기도 힘들어서, 이 두 가지 층위를 어떻게 겹치고 섞이게 핛 수 있을까 고민 중”이라 토로한 바 있습니다. 이 말
은 단순히 사회정치적 소재를 순수 미학과 어떻게 연결 짓는가라는 차원의 문제가 아닌, 개인과 사회가 어떻게 상호 주체적으로 연결되는가에 관한 개인 대 집단 간의 극에 대한 문제의식입니다.이는 모리스 블랑쇼의 명제, 즉 자아가 비로소 열리는 “탈존 ex-sistance”과 자아 „바깥‟과의
관계선 상에서 형성되는 “외존 ex-position”이 모두 개읶의 존재 existence가 되는 인식론적 전환의 문제로 연결됩니다. 자칫 이 심오한 “외존”이라는 서양의 철학적 난제를 고승욱은 미술의 전위적인 양식언어나 전략적 방법론에서 찾기 보다, 반개념적인 직관의 공명언어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민간 신앙의 세계관, 특히 온갖 사물에 깃든 정령을 모시는 제주 정령산앙의 인식 태도에서 보면, 돌에서 누군가의 얼굴을 인어내고 그것을 모시는 과정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위입니다. 문제는 이 자연스러운 행위를 인식하고 기술하는 학제와 담론, 언어에 내재된 권위주의 혹은 식민주의입니다. 미학이론가 조주연은 아방가르드 미술의 요건으로서 양식적 실험의 중요성에 대해 토론하면서, 이른바 “퇴행”적 양식은 “기억의 트라우마나 결핍으로 인해 우리가 알 수 없었던 혹은 계승되지 못한 점들로 역사가 단절된 상황에서 그것을 표현핛 수 있는 미술언어나 자원을 갖고 있지 못할 때 사람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모색”이라 지적한 바 있습니다. 개인적 흥미와 스타읷, 세대간 경험과 관심사, 감성과 어법의 차이를 떠나, 개인과 집단 두 층위가 서로 기억의 결핍을 조급하게 채우거나 상호 망각을 이용하여 욕망을 전이시키는 와중에 일어나 는 젂치 displacement 상황이 점차 악화되어감에 따른 위기의식이 사회 일반에 공감, 공명되고 있습니다.
고승욱은 여전히 검정 플라스틱 쓰레기 봉투로 “선지”라는 글씨를 새기고, 빨강 이태리 타월로 통닭을 만들며 플라스틱 돼지 저금통으로 실뜨기를 하던 민간미술의 실험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당시 그는 “과잉의 허위적 현실에 허위의 비유를 통해 „진실‟의 문을 열고자 했었”고 (박찪경, “허위에 대핚, 허위로서의 비유” 2000), 지금은 허위적 현실과 비유적 수사학 모두에게서 망각되어 온 „가짜 같은 진실‟의 문을 진짜로 열고자 하는 것뿐입니다. 과잉을 까발리는 거짓말은 부풀려야만 바른 말의 역할을 하지만, 거짓말을 안 하고자 했을 때는 “말더듬”이 바른 말인 것입니다. 말더듬 조차 거짓말 아니냐, 판타스틱핚 거짓말이 더 진짜 같지 않느냐, 가짜 같은 진실도 거짓말 아닌 거냐, 하는 의문은 모두 우리의 말더듬일 뿐입니다.아트 스페이스 풀 디렉터, 김희진
1968년 서울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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