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 개인전 《우주호랑이- 호랑이 여자로 산다는 것은》
2025.11.21 ▶ 2025.12.20
2025.11.21 ▶ 2025.12.20

전시 포스터
이광
우주호랑이 KL2, 2025, 캔버스에 과슈, 템페라, 53x40.9cm
이광
우주호랑이 KL4, 2025, 캔버스에 과슈, 템페라, 53x40.9cm
이광
공무도하_님아 그 물을 건너지 마오, 2025, 캔버스에 과슈, 템페라, 146x236.5cm
이광
색불이공_죽음보다 깊은 사랑, 2025, 캔버스에 과슈, 템페라, 147x226cm
이광
우주호랑이 KLD4, 2025, 종이에 마카, 40.5x29.5cm
이광
우주호랑이 KLD11, 2025, 종이에 마카, 40.5x29.5cm
비나리
이것은 비나리다. 오랫동안 마을을 떠나 떠돌던 이가 꿈꾸던 비나리다. 돌아온 첫 머리 마을굿 당산에 마련된 비나리다. 떠나있던 이만이, 떠나서 기러운 이라야 뱉을 수 있는 말품이다. 그리하여 낯설고 날 섰다.
비나리는 ‘빈다’는 말에서 비롯한다. 비나리는 두 갈래 비는 말이 얽혀 있다. 나의 죄를 ‘비는’(속죄) 말이며, 나의 복을 ‘비는’(구복) 말이다. 비나리는 나의 과거를 회개하고 나의 미래를 구원하는 통과의례의 말밭이다.
입으로 비나리 하는 이의 손을 떠올려 본다. 양손을 모아 수직으로 쌓아올린 손의 탑이다. 나의 몸과 우주는 손탑을 사이에 두고 이어진다. 나와 우주 사이에 손탑 하나만으로 오롯이 꽉 찬다. 수직의 손을 내려 한손으로 배 아픈 아이의 배를 쓰다듬는다. “니 배는 똥배고 내 손은 약손이다“ 나와 우주를 떠받들던 손은 무릇 아픈 이를 쓰다듬어 살리는 치유의 손길이 된다. 이 또한 비나리다. 아픈 배를 똥배라고 일컫고 이제 낫기를 바라는 사이에 약손길이 머물며 통과의례의 손그림을 그린다.
토리그물
토리들이 출렁 일렁 꿈틀거린다. 토리들이 모여 그림의 바다를 이룬다. 살아서 춤추는 바다다. 바다의 파도는 출렁거린다. 파도 아래 물풀은 일렁인다. 바다 바닥은 꿈틀거린다. 이광의 그림바다는 파도의 출렁거림, 물풀의 일렁거림, 바닥의 꿈틀거림이 서로 넘나들며 춤추는 그물이다.
민족 심성의 바닥에 길어올린 말토리들이 작품의 바탕이 된다. 민족미학, 민중미학이 애써 불러온 미학과는 사뭇 다르다. 신화, 전설, 민담 같은 것에서 비롯한 토리들이 나와 세상을 들여다 듣고 알아차리는 바탕으로 꿈틀거린다.
꼴토리는 작가의 경험에서 보고 겪은 궁리한 갖가지 꼴들이 만나고 찢어지고 다시 붙어서 낯선 꼴들로 태어난다. 한국다운 꼴이기도 하고 서양다운 꼴이기도 하다. 때론 이들이 붙어서 새로운 꼴들로 태어난다. 변형, 변태, 변신의 꼴들이다. 그 사이에 자아와 세계는 분열하고 화합한다. 자아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도 분열하고 화합한다. 꼴토리는 분열과 화합의 만신전이다.
이야기토리는 지금 여기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가는 지난 작업에서 당대의 참혹과 비참을 껴안았다. 당대의 역사를 지시적으로 재현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당대 역사 서사, 작가 자기 서사, 인류 보편 서사를 배채하는 방식으로 화면을 구성하였다. 표층의 서사와 심층의 서사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다. 원근적이지 않으며 원근적이다. 표층과 심층을 들고 나는 깊이의 원근법이라 부르고 싶다.
설화로 짠 그림판
설화(說話)의 리얼리즘이다. 한국 민족미학, 민중미학이 애써 불러들인 미학의 전통과 사뭇 다르다. 이광의 작품은 이른바 민속화나 민중미술의 언저리에 머물고 있는 도깨비다. 이미 지난 것으로 여겨 죽은 목숨이 된 채로 그려내는 민속화와는 아주 거리가 멀다. 이식적이며 기형적인 한국예술사를 극복하기 위해 불러낸 일부 민중미술의 이념적이고 사변적인 민족미학과 사뭇 다르다.
이광의 그림은 설화에서 비롯한 설화이다. 이야기는 혀(舌)에서 비롯한다. 입에서 입으로 이어지는 입길의 이야기다. 입길에 올라 입길을 타고 이야기는 입을 벗어나 말길을 연다. ‘낯설다’, ‘설날’이라는 말은 ‘설’이 딛고 있는 말바탕을 보여준다. 설은 설렘이며 끊임없이 생성하는 처음이다. 이광의 ‘설’은 민속화가 놓친, 민중미술이 놓친 다리나 언덕, 마을 언저리에 자리잡고 낯설고 날선 춤을 추는 도깨비다. 그리하여 이광의 설화는 이야기(話)이며 그림(畵)이다. 도깨비가 빚어내는 둔갑술이며, 한 판 붙자고 덤비는 씨름판이다. 우리 등판에 붙어 있어 보이지 않거나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짐짓 모른 체 하던 한국미술의 숨은 파사드다.
치유된 치유자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여러 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개인전을 열고 있던 경주에서 ‘김현감호’ 설화 이야기를 나누었다. ‘호랑이’라는 상징을 사이에 두고 깊이 얘기를 나누었다. 살아온 이야기를 살짝 들을 수 있었다. 전시를 앞두고 길게 써내려간 ‘작가노트’을 받아 읽고는 혼자서 함께 울었다. 나도 많이 아팠다.
먼저 아팠던 이가 아픈 이를 고칠 수 있다. 아픔은 고통과 치유 사이를 통과하는 의례이다. 개인의 고통을 공동체의 고통으로 알아차리는 이가 무당이다. 무당은 신내림을 전제하거나 신내림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고통을 통해 자아를 인식하고, 자아와 세계의 분열을 화합하고, 과거, 현재, 미래를 가로질러 상생을 꾀하는 이다. 예술가는 생활세계와 예술세계의 틈이나 구멍을 잇는 무당이다.
‘우주호랑이’는 작가와 세계가 갈등하고 화합하는, 작가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대화하는 과정에 잉태한 목숨이다. 남자와 여자, 분열과 화합, 과거와 미래, 현실과 비현실, 신화와 역사 언저리에 놓인 틈이다. 그 틈 사이로 별빛이 빛난다. 어리고 슬픈 이광의 눈에서 빛나던 별빛이며, 사막 하늘에서 쏟아지던 별빛이며, 호랑이 눈에서 솟아나던 별빛이다. 하늘의 별빛은 우리들 눈망울에 깃들어 있다. 우리 모두는 어떤 별빛이며 모든 별빛이다. 우리 별빛은 이어져 있다.
전시제목이광 개인전 《우주호랑이- 호랑이 여자로 산다는 것은》
전시기간2025.11.21(금) - 2025.12.20(토)
참여작가 이광
관람시간11:00am - 07:00pm
휴관일일, 월요일 휴관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마리 Gallery Marie (서울 종로구 경희궁1길 35 (신문로2가, 마리빌딩) )
연락처02-737-7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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