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포스터
■ 기획의 글
글. 이홍원 (양평군립미술관 학예실장)
인류의 역사적 흐름은 전쟁과 권력의 소용돌이라는 커다란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흥·망·성·쇠라는 커다란 사이클을 그리며 흐른다. 한국은 전쟁의 처참한 폐허에서 베트남전쟁 파병과 중동 근로자 파견으로 벌어들인 외화를 종잣돈 삼아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고, 새마을운동과 경제계획을 거쳐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치러내며 세계 최빈국에서 탈출했다. 2026년, 우리 대한민국은 당당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이 과정에서 우리 조부모와 부모 세대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견뎌내었다. 그걸 가능하게 해준 힘의 원천은 ‘열심히 살면 나도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그러나 상당한 부를 이룬 지금, 우리 사회가 예전처럼 희망이 가득한 시대인지 묻고 싶다. 만성적인 경제 성장 둔화, 세계적 공황 상태에서 현재의 MZ세대는 그 윗세대보다 기회에 목마른 것처럼 보인다.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는 '오늘의 청년이 내일의 지도자들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즉, 청년은 우리 사회와 국가의 미래이다. 그 청년들이 희망을 잃었다면 우리는 미래의 동력을 잃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기성세대들은 그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남겨줘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으며, 그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에, 우리 양평군립미술관에서는 그 책임과 의무를 무겁게 느끼며 예술을 갈망하는 예비 작가들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 하나를 전해주고자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서울, 경기, 인천지역의 각 대학과 MOU를 맺고 순수미술계열 학과에서 5년 이내 졸업자와 석·박사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각 대학 교수들에게 추천을 받아, 총 59명의 작가 17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하게 됐다. 작은 작품으로는 그들의 역량을 짐작하기 힘든 까닭에 대체로 100호 작품 2점씩을 출품하게 했다. '무엇이 보이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시각적 인식을 넘어 젊은 작가들이 우리의 현실과 미래를 어떻게 보고 발언하는지를 가늠하는 전시이자, 대학이라는 교육기관이 그들을 프로의 길로 제대로 견인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에 선발된 작가들은 각 학교 각 학과의 대표 예비 작가로서 미술계 전반에 주목받는 결정적인 등용문이 될 것이며, 선후배와 동료들에게도 작은 '희망'을 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대학 현장에서 강의를 해보면, '학교를 졸업하고 계속 작업을 해도 됩니까? 작가로 살아도 경제적 생활이 가능한가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듣는다. 우리는 그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해줘야 할까? 필자는 그렇게 대답한다. '프로 작가로 산다는 것, 그 길은 단지 고난의 길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재능과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 특별한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당장은 어려움을 딛고 일반 직장인들만큼 성실하게 작업을 지속해 나아간다면 그 길엔 부차적으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의식주가 주어질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천부적 재능을 통한 자아실현과 사회 기여이다.'라고 답을 해준다. 미술 현장에서 일해보면 경험을 통해 확인되는 일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작가의 길을 걷는 사람은 시기와 분량은 다르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때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목격해 왔기 때문이다. 단지, 우직하게 참고 견뎌내는 작가가 많지 않을 뿐. 부디, 이번 전시가 그 길을 묵묵히 가려는 작가들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되길 바란다.
■ 전시 소개 개요
《무엇이 보이는가》는 전국 16개 미술대학의 유망작가 59명과 함께 '인지'라는 관점에서 예술이란 무엇이고, 예술이 인간에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탐구합니다. 비트겐슈타인이 인용하여 널리 알려진 '오리-토끼'는 우리가 대상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무엇으로서' 본다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무엇인가를 보고자 하는 태도가 같은 이미지를 오리로도, 토끼로도 보게 합니다. 본다는 것은 항상 '무엇으로서 본다'라는 적극적인 활동이며, 예술 역시 그렇습니다. 무엇을 보고자 하는 마음이 예술을 예술로서 진지한 것으로 만들어줍니다. 예술은 자동화된 인지를 멈춰 세우고,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만들어 우리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이상한 도구입니다. 이번 전시는 이상한 도구인 예술이 만들어내는 예측 오류와 우리 마음이 내부 모델을 갱신해가는 과정을 통해 감상자의 인지를 재조정합니다. 제도에 포착되지 않은 59명의 유망 작가들이 건네는 질문은 세계가 아닌, 그 세계를 바라보는 당신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될 것입니다.
■ 전시 구성 및 주요 작품 소개
1. 우리는 과연 어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을까요? <무엇이 보이는가>는 59명의 유망한 젊은 작가들과 함께 ‘인지’라는 관점에서 예술이란 무엇이고, 예술이 인간에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탐구합니다. 비트겐슈타인이 인용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오리-토끼’는 인간의 인지가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시각 데이터는 그대로이지만 오리-토끼는 오리로도, 토끼로도 보입니다. 하지만 둘을 동시에 볼 수는 없습니다. 바뀐 것은 우리의 태도입니다. 본다는 것은 항상 ‘무엇으로서 본다’라는 적극적인 활동입니다. 예술 역시 그렇습니다. 무엇을 보고자 하는 마음이 예술을 예술로서 진지한 것으로 만들어줍니다. 앞에 있는 이 거대한 것들이 무엇으로 보이시나요.
2. 오리-토끼 이미지는 ‘본다’라는 행위가 신체의 수동적인 처리 과정이 아니라, 우리의 눈과 마음이 함께하는 능동적 행위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오리만 알고 토끼를 모른다면 토끼는 보이지 않습니다. 보는 행위 안에는 이미 대상에 얽힌 의미와 의도를 파악하는 과정이 수반됩니다. 예술 감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보는 낯선 그림에서는 무엇을 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거나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 후에 다시 본다면, 이전과 달리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해가 달라지면 보이는 것도 달라집니다. 예술은 우리의 눈과 마음을 끊임없이 재조정해 우리가 지금까지 세계를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를 드러냅니다. 그렇기에 예술은 그 자체로 훌륭한 인지적 장치이자 마음을 건드리는 ‘이상한 도구’입니다. 지금 QR코드를 통해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고, 작가들이 남긴 메시지와 함께 감상해보세요. 어딘가에서부터 작품들이 달리 보이기 시작합니다.
3. 현대 뇌과학 역시 본다는 것을 적극적인 행위라 말합니다. 뇌는 이미 알고 있던 경험과 지식에 기반해 내부 모델을 만들고, 무엇을 보게 될지 끊임없이 예측합니다. 예측은 우리에게 편안함을 줍니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예측하지 못한 것을 접할 때,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자신의 내부 모델을 수정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바뀌는 것은 단순한 시각 정보 처리 시스템이 아니라 내가 알고 있던 지식과 개념, 세계와 관계를 맺는 방식입니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색, 명암, 형태와 같은 시각적 요소들을 통해 뇌의 예측 오류를 지속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도록 아주 예민하게 배치되었습니다. 비슷한 것에서 차이를, 차이 속에서 또 다른 차이를 만들어내는 예술은 인지의 재조정을 가능하게 하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4. 예술이란 무엇일까요. 어떤 철학자들은 미술관이 전시하고, 평론가들이 인정하고, 유명하면 예술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미술관에 있다고 해서 모두가 그것을 예술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가끔은 길에서 만난 무언가가, 미술관에 있는 작품보다 더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토끼를 보기 위해선 토끼를 보려고 해야 하듯, 어떤 것을 예술로 보기 위해선 예술로 보고자 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이번 전시의 59명의 작가들은 유명한 이름도, 검증된 경력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걸 보고 계시는 당신만이 기준입니다. 무엇이 보이나요? 이 전시는 제도에 포착되지 않은 지금-여기의 젊은 작가들이 세계와 어떠한 방식으로 관계 맺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대 미술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5. 우리는 매일 보지만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의식하지 못합니다. 자동화된 신체적 활동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어떠한 방식으로 조직되어 있는지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지냅니다. 그러나 우리가 오리-토끼 앞에서 오리와 토끼 사이를 오갈 때, 우리는 이미지가 아니라 그것을 보고 있는 자기 자신을 보게 됩니다. 예술이 하는 일도 이와 같습니다. 예술가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어 자동화된 활동을 멈추게 합니다. 일반적인 도구가 특정한 기능과 쓸모가 있다면, 예술은 거기서 벗어나 우리 자신을 탐구하게 만드는 이상한 도구입니다. 예술은 세계를 재현하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세계와 맺고 있는 관계 자체를 드러내고 재조직화하는 메타적 도구이기도 합니다.
6.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경험은 혼란이라는 점에서 불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훌륭한 예술은 예측 오류만을 주지는 않습니다. 예술은 풀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해결할 수 있는 모호함, 그러니까 '해결 가능한 모호성'을 제공합니다. 낯선 작품들을 처음 본다면 우리는 의미를 찾을 수 없어 압도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찬찬히 다시 보면서 우리가 그것을 ‘무언가’로서 보게 된다면, 그 순간 뇌의 보상 체계가 작동합니다. 이른바 ‘아하-모먼트’입니다. 언뜻 불쾌하거나 기괴해 보이는 예술 앞에서도 우리가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혼란을 해소하며 인지 모델을 갱신하는 과정 자체가 인간에게 본능적인 기쁨이기 때문입니다.
7. 예술은 인간이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의미를 찾기 위해 발명한 가장 정교한 인지적 장치입니다. 혼란 속에서 질서를 찾아내려는 노력. 이것은 예측 불가능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발달시킨 가장 기본적인 능력입니다. 예술은 가장 순수한 방식으로 이 능력을 작동시킵니다. 모든 색이 사라진 것 같은 어두움 속에서도 우리 눈은 오히려 더 예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수만 년 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동굴 벽에 손을 대고 무언가를 그렸던 순간부터 지금 이 전시실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예술을 통해 보이지 않던 것을 보아왔습니다. 본다는 것이 능동적 행위라면, 예술은 그걸 가장 깊은 곳까지 이어주는 힘입니다.
8. 쉽게 분류하기 힘든 것들 사이에서 우리의 눈은 다른 방식으로 차이와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제도라는 틀 밖에 있는 59명의 젊은 유망작가들은 각각 자신의 세계 속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보기의 방식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무엇을 보고 있으신가요? 오리-토끼가 보여주듯 무엇을 본다는 것은 항상 ‘무엇’으로 본다는 적극적 활동입니다. 예술은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지만, 세계를 보고 있는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양평군립미술관과 유망작가 59명이 준비한 인지적인 여정 끝에, 당신만의 새로운 ‘봄’이 완성되기를 기대합니다.
참여미술대학
가천대학교, 경기대학교, 경희대학교, 고려대학교, 국민대학교, 덕성여자대학교, 동덕여자대학교, 상명대학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세종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인천대학교, 중앙대학교, 추계예술대학교
전시작가
강민아, 강수희, 강지수, 고니, 고하영, 길준수, 김다솔, 김률희, 김성수, 김소영, 김시로, 김시우, 김예빈, 김윤아, 김주은, 김주희, 김해미, 마해송, 명수정, 박문현, 박성근, 박성민, 박주영, 박지현, 신혜승, 안재이, 양지은, 양태현, 양희수, 엄승주, 우이진, 유연주, 유지민, 윤기강, 윤시원, 윤인서, 배민정, 윤혜란, 이서인, 이서현, 이수민, 이수비, 이슬기, 이연재, 이유림, 이주휘, 이초록, 이호연, 인봉경, 전송, 제승규, 조연수, 조주원, 최아림, 최재성, 한호진, 허소윤, 홍민혁, 황련선 (총 59명)
전시제목무엇이 보이는가
전시기간2026.03.14(토) - 2026.05.10(일)
관람시간10:00am - 06:00pm
휴관일월요일, 1월 1일, 명절 당일 휴관
장르회화, 조각, 미디어, 설치
관람료성인 1,000원 / 청소년 700원 / 어린이 500원
단체 20인 이상 성인 700원 / 청소년 500원 / 어린이 300원
양평군민, 노인, 군경, 장애인, 국가유공자 무료
장소양평군립미술관 YANGPYEONG ART MUSEUM (경기 양평군 양평읍 문화복지길 2 (양근리, 양평군립미술관) )
주최양평군립미술관, 양평군
주관양평군립미술관, 양평군
후원한국박물관협회, (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사)한국미술협회, 양평미술협회
연락처031-775-8515
소현우 : Golden Boy
매스갤러리
2026.02.04 ~ 2026.03.17
소현우 : 유령
매스갤러리
2026.02.04 ~ 2026.03.17
2025 아뜰리에 광화 겨울 전시 <영원> 신진작가 공모전
세종문화회관
2025.12.21 ~ 2026.03.19
백현진: Seoul Syntax
PKM 갤러리
2026.02.04 ~ 2026.03.21
2026 이응노미술관 기획전 《이종수- Clay, Play, Stay》
이응노미술관
2026.01.16 ~ 2026.03.22
《운보 김기창》展
아라리오갤러리
2025.02.18 ~ 2026.03.22
클림트와 리치오디의 기적 : 이탈리아 리치오디 현대미술관 컬렉션
마이아트뮤지엄
2025.12.19 ~ 2026.03.22
한운성: 그림과 현실
서울시립미술관
2025.12.09 ~ 202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