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포스터
박영남
Moonlight Song, 2017, Acrylic on canvas, 250 x 200 cm
박영남
Cloud Sonata, 2024, Acrylic on canvas, 162 x 128 cm
박영남
Cloud Sonata, 2024, Acrylic on canvas, 162 x 130.5 cm
박영남
Cloud Sonata, 2024, Acrylic on canvas, 240 x 170 cm
박영남
Cloud Sonata, 2026, Mixed media on canvas, 76.5 x 57.5 cm
가나아트는 박영남(Park Yungnam, b.1949)의 개인전 《Cloud Sonata》를 개최한다. 박영남은 1973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한 이후, 현재까지 쉼 없이 작업을 이어오며 한국 추상회화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왔다. 특히 붓이 아닌 손가락으로 캔버스를 채우는 작업 방식은 그의 회화를 특징짓는 고유한 조형 언어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예술적 성취를 바탕으로,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서울대학교미술관을 비롯해 미국 코넬대학교 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적인 흑백 추상 연작인 〈Moonlight Song〉과 〈Cloud Sonata〉를 중심으로, 추상의 영역 안에서 끊임없이 사유하고 탐구해온 작가의 최근 작업 세계를 조망한다.
전시의 제목인 《Cloud Sonata》는 박영남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두 가지 핵심 개념에서 비롯되었다. ‘Cloud(구름)’는 날씨와 자연광,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상태를 상징한다. 동시에 인공조명에 의지하지 않고, 오직 자연광 아래에서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작업 방식을 은유한다. 구름(Cloud)이 대기와 습도, 바람에 따라 시시각각 그 형태를 달리하듯, 작가 역시 날씨에 따라 변하는 빛과 조응하며 캔버스를 채우는 작업 방식을 택했다. ‘소나타(Sonata)’는 음악적 형식에서 차용한 개념으로, 작가가 오랜 시간 천착해 온 ‘자기 복제(Self Replica)’의 방법론을 상기시킨다. 작가는 자신의 연작은 한 작품이 다음 작품의 모델이 되어 복제를 거듭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하나의 주제 아래 변주를 거쳐 완성되는 기악 형식인 소나타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
작가는 손가락으로 물감을 밀고 문지르고 누르는 행위를 통해 자연의 비가시적인 감각을 추상의 형태로 구현한다. 이때 캔버스에 닿는 신체는 단순한 물리적 대상이 아니라 작가의 회화적 세계를 감각하고 구성하는 통로다. 나아가 작가는 캔버스를 세워두지 않고 수평으로 눕힌 상태에서 작업하는데, 이때 시야는 자연스럽게 캔버스의 일부분으로 제한된다. 그렇기에 작가의 신체는 작업을 통제하고 조망하는 주체가 아니라, 캔버스와 함께 뒤엉키며 작업 그 자체의 일부가 된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빛과 캔버스 전체를 조망하지 않는 작업 환경이라는 조건 아래, 작가는 의도적으로 통제하지 않는 예술적 태도를 취한다. 자연의 감각을 화폭 안에 담기 위해 변화무쌍하며 고정되지 않는 자연의 속성을 작업 방식 그 자체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2017년에 제작된 〈Moonlight Song〉 연작과 전시와 동명의 근작 〈Cloud Sonata〉 연작을 함께 선보인다. 〈Moonlight Song〉은 짙은 검정과 흰 바탕의 강한 대비를 기반으로 화면을 확장해 나가는 흑백 추상 회화 연작이다. 박영남은 1980년대 후반부터 화면을 분할하는 그리드(grid)를 도입하여 규칙적이고 기하학적인 패턴의 흑백 회화를 이어왔다. 〈Moonlight Song〉 연작은 그리드가 허물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의 작업으로, 형식적 구획에서 벗어나 전면 추상으로 나아가는 과도기에 위치한다. 이러한 전환은 전시의 주축을 이루는 최근작 〈Cloud Sonata〉 연작에서 한층 더 진전된 형태로 나타나며, 자연의 감각을 보다 자유롭게 풀어내는 흑백 추상으로 확장된다. 어떠한 구획도 없이 캔버스 전면을 가득 채운 형태는 서로 뭉치고 번지며 농담의 미묘한 변화를 만들어낸다. 농밀한 검정의 안료와 흰 바탕 사이에서 생성된 회색의 입자들은 층층이 중첩되며, 먹구름이 피어오르거나 빛이 산란하는 듯한 장면을 환기한다. 〈Cloud Sonata〉 연작 중 캔버스 위에 종이를 배접하여 제작된 작품들은 종이 특유의 흡수성과 질감을 통해 캔버스와는 또 다른 화면을 구현한다. 검정과 회색 안료가 번지고 쌓이며, 먹구름이나 안개를 연상시키는 풍경이 화면 위에 펼쳐진다.
본 전시는 박영남이 구축해 온 독자적인 회화의 세계를 돌아보는 한편, 추상의 가능성을 확장해가는 그의 현재를 보여준다. 자연의 감각을 손끝으로 더듬어 추상의 언어로 풀어낸 그의 작업은 자연과 함께 변화하며 진화를 거듭한다. 작가는 "무엇처럼 보일 때 그것으로 족하다"고 말한다. 추상 회화가 특정 대상을 재현하지 않는 장르임을 생각하면 이는 역설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보는 이에 따라 작가의 화면은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의 형태가 되기도, 일출과 일몰의 햇빛이 되기도 한다.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캔버스 표면의 감촉을 상상하고, 'Cloud Sonata'라는 전시명처럼 어떤 소리를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반세기의 세월을 거쳐 여전히 확장을 거듭하는 박영남의 예술 세계를 이번 전시에서 저마다의 감각으로 온전히 경험하기를 기대한다.
전시제목박영남: Cloud Sonata
전시기간2026.05.20(수) - 2026.06.21(일)
참여작가 박영남
관람시간10:00am - 07: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가나아트 한남 Gana Art Center (서울 용산구 장문로 54 지하 1층)
연락처02-6953-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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