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일 초대 개인전《He-story 오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2026.09.16 ▶ 2026.10.11

갤러리H

서울 종로구 인사동9길 10 (관훈동) 1, 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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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일

    He-story, 100x100cm, oil on canvas, stitch,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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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일

    He-story, 100x100cm, oil on canvas, stitch,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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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일

    He-story, 100x100cm, oil on canvas, stitch,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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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일

    He-story, 135x135cm, oil on canvas, stitch,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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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일

    He-story, 170x190x50cm, stainless steel, 분체도장, 2026

  • Press Release

    박용일의 보따리, 소소한 일상 너머로 흐르는 ‘삶의 거대 서사’

    글_김윤섭 (예술나눔 공익재단 아이프칠드런 이사장, 미술사 박사)

    개인전을 앞둔 작가의 작업실은 늘 폭풍전야와 같다. 캔버스가 뿜어내는 묵직한 물물(物物)의 숨소리, 아직 말라붙지 않은 물감 냄새, 그리고 공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정적 속 고민이 교차하는 곳이다. 박용일 작가를 만나 이번 개인전 《오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에 대한 긴 이야기를 나누며, 그가 차곡차곡 준비해 온 신작과 전시 구상을 마주했다.

    그의 작업실 한구석에 겹겹이 쌓여 있는 일명 ‘보따리 그림’들을 바라보는 동안, 문득 나지막이 자문하게 되었다. 과연 오늘, 우리에게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일까.

    표면적으로는 무탈하고 평온해 보이는 일상이지만, 그 표면 아래에는 숱하게 꿈틀거렸던 인간의 굴곡진 서사들이 숨어 있다. 작가는 그 아픈 사연과 삶의 무게를 캔버스라는 보자기에 차분히 싸매어, 이제 곧 세상을 향해 내어놓으려 한다. 전시장 문이 열리기 전, 작가의 입을 통해 들은 그의 예술적 궤적과 이번 전시가 품은 미학적 깊이를 먼저 짚어보는 일은 동시대 회화가 지닌 서사적 힘을 확인하는 설레는 여정이 된다.


    상처의 재현에서 은유의 보따리(He-story)로
    박용일의 조형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지나온 ‘시선 채집의 역사’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초 대학을 졸업한 직후, 그의 시선은 고양시 신도시 개발 현장의 황량한 풍경에 고정되어 있었다. 당시 ‘개발 논리’라는 거대한 수레바퀴 아래 짓눌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원주민들의 고단한 삶, 그 투박하고 어두운 현실을 그는 거친 붓질로 정직하게 재현해 냈다. 이후 2006년 국립현대미술관 고양창작스튜디오 입주 시절, 떠도는 삶의 표류를 ‘종이배’라는 기호에 담아냈던 그는, 이후에 약 5년간의 깊은 침묵과 숙고의 시기를 거쳤다. 그리고 2014년, 비로소 ‘보따리’라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형 언어와 마주하게 된다.

    직설적 풍경에서 은유적 ‘보따리 그림’으로의 진화는 단순한 형식적 전환이 아니었다. 미처 다 풀어내지 못한 세상의 무수한 사연과 상처를 더 깊이 품어내고, 관람객 개개인의 삶과 더 폭넓게 교감하기 위한 조형적 결단이었다.

    미학자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Ponty)는 “세계는 화가의 신체를 빌려 그려진다”라고 했다. 박용일에게 보따리는 ‘세계를 담아내는 그릇’이자, 작가의 신체와 노동이 투사된 ‘자아의 확장’에 다름 아니다. 주목할 점은 그가 지나온 삶의 특이한 궤적이다. 제작 환경의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하고자 필요한 시설과 도구를 직접 만들다 보니, 목수로서의 부업을 겸하게 되기도 했다. 이렇게 익힌 단단한 감각은, 오늘날 그의 회화에 놀라운 구조적 안정감과 조형적 물성을 부여하는 미학적 자양분이 되었다. 재료의 결을 파악하고 구조를 세우던 목수로서의 숙련된 노동성은, 평면 캔버스에 그치지 않고 철사 드로잉으로 새로운 감각을 불러일으키고, 거친 금속 매체를 다루며 ‘공간을 싸는’ 입체적 조형 언어로 자연스럽게 흡수되었다. 작가로서의 전문적 미학 논리에 삶의 현장에서 다져진 그의 손맛과 신체성이 더해져 회화적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굳건한 기반이 된 셈이다.


    층위(Layer)의 해체와 재조합: 묶음과 풀어냄의 회화적 드로잉
    박용일의 보따리는 단순한 대상의 재현이나 수사학적 은유를 넘어선 ‘삶의 응축’이자 ‘정보적 레이어의 중첩’이다. 그의 작업 과정은 수집된 기억의 파편들을 화면 위에 겹겹이 쌓아 올리고, 이를 다시 붓질과 드로잉으로 묶어내는 의식적 행위로 이루어진다.

    화면 위에는 신문 기사의 파편, 음악가의 얼굴, 명곡의 악보, 개인이 지나온 날들의 정서적 흔적들이 세밀한 레이어로 포개진다. 그 위를 가로지르는 격정적인 칼라 붓질과 물감의 흘림(Dripping), 그리고 오색 실이나 철사로 이어지는 유연한 드로잉은 묶여 있는 보자기 속에서 차마 억누르지 못한 사연들의 시각적 분출이다.

    가령 화면 한구석에 묵직하게 새겨진 영문 구절—“REMEMBER YOU CAN NOT LOOK AT THE SUN OR DEATH FOR VERY LONG”—은 삶과 죽음, 상처와 희망의 본질을 관통하는 철학적 아포리즘처럼 다가온다. 작가는 수많은 사연을 캔버스라는 대지 위에 얹고, 그것을 묶는 행위를 통해 역설적으로 내부의 서사를 더욱 강렬하게 드러낸다. 이는 관람자로 하여금 단지 ‘보는’ 경험을 넘어, 보자기에 감싸인 안감까지 마음으로 추적하게 만드는 심리적 탐색의 장(場)을 제공한다.


    입체적 공간 연출: 지하의 침묵에서 상층의 환희로
    박 작가와의 인터뷰 과정에서 이번 개인전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충만해졌다. 그 대목 중 하나는 단연 갤러리H의 전시구성 계획이다.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총 4개의 층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서사시’로 연출한다는 점이다. 각 층의 건축적 특성을 살린 입체적 기획은 관람자의 감각을 단계적으로 일깨우며 몰입감을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하 공간은 극도의 정적과 명상성을 품은 공간으로 연출된다. 흑백 보따리 그림 300호 대작 한 점과 바닥에 묵직하게 자리 잡을 쇠수세미 보따리 입체 조형물. 단 두 점의 작품 위에 집중되는 아늑한 조명은 숭고한 침묵을 자아낼 것이다. 특히 거칠고 투박한 쇠수세미라는 노동적 소재가 보자기가 지닌 포용의 도상과 만날 때, 치열한 삶의 고단함은 거룩한 위로의 승화로 이어진다.

    1층으로 올라서면 흑백톤 100호 대작 3점과 맞은편의 대작들이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시각적 긴장감이 펼쳐진다. 특히 검은 벽면을 배경으로 빛을 받아 몽환적인 환영을 자아낼 철사 드로잉은 평면 회화가 공간 속으로 유연하게 침투하는 극적인 순간을 선사할 것이다.

    반면 2층과 3층에 다다르면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화려하고 다채로운 칼라 보따리 평면 작품들이 배치되며, 지하와 1층에서 축적되었던 응축된 정서가 환희와 회복의 색채로 피어난다. 아픈 사연을 감싸안은 보따리가 마침내 다채로운 삶의 빛깔로 승화하는 감각적 해방의 순간을 예고하는 지점이다.


    소소한 하루의 연민과 공감 너머를 향한 ‘빛나는 위로’
    철학자 가스톤 바슐라르(Gaston Bachelard)가 ‘깊이 있는 정서적 공간’에 대해 통찰했듯, 박용일의 보따리는 ‘타자의 삶을 향한 끊임없는 연민이자 공감의 그릇’이다. 작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희로애락을 보자기 속에 고이 싸매어 내놓으며, 대외적으로 “우리의 평범한 오늘이 결코 가볍지 않다”라는 연대의 메시지를 던진다.

    ‘오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라는 전시 타이틀은, 사실 아무 일도 없었던 평범한 하루조차 얼마나 많은 무거운 서사와 삶의 무게를 견뎌낸 뒤 얻어진 소중한 평화인가를 반어적으로 일깨운다.

    전시를 앞두고 작가의 깊은 사유와 헌신적인 노동의 흔적을 미리 들여다본 이 시점에서, 이번 개인전을 향한 기대감은 매우 크다. 지하의 어두운 명상에서 시작해 상층의 다채로운 색채로 이어질 이번 전시의 여정은, 우리가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했던 속사정을 가만히 보듬어주는 치유의 시학(詩學)이 될 것이다. 전시장 문이 열리고 제자리를 찾은 작품들을 만났을 때, 관람객들은 저마다 묵직하게 가슴에 얹혀 있던 마음의 보따리를 조용히 내려놓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살아갈 가벼운 온기 하나를 가득 채워 돌아가게 되리라.

    전시제목박용일 초대 개인전《He-story 오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전시기간2026.09.16(수) - 2026.10.11(일)

    참여작가 박용일

    관람시간10:00am - 06: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H gallery H (서울 종로구 인사동9길 10 (관훈동) 1, B1)

    연락처02-735-3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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