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영
돈키호테 나무,석고,붕대, 65×45×30cm, 2009
장서영
전시장전경 2010
장서영
Untitle 2010
장서영
Untitle 2010
장서영
권태 나무,종이,붕대, 75×160×55cm, 2009
장서영 개인전을 소개하며
스페이스집 갤러리 큐레이터 김도희
어금니를 꽉 깨물어 뭉친 턱 근육
힘껏 쥔 주먹의 떨림
튀어 나오는 말을 참기 위해 꼭 다문 입술
갑작스런 정지를 위해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귀가 찢어질 듯 터져 나오는 굉음
에너지는 대게 움직임을 위해 사용되지만 반대로 움직임을 참거나 제어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참기위해 쓰는 수단이 크면 클수록 튀어나가려는 에너지 역시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서영의 작업은 응축과 제어를 사용하여 강함을 표현한다. 신경질적으로 또깍거리는 소리가 난다. 화면 속 인물은 다리를 뺀 신체의 모든 수단을 제어당하는 중이다. 머리와 온 몸은 꽁꽁 싸여 있다. 그래서 잘 발달된 다리로만 존재하는 신체처럼 보인다. 그러나 토슈즈를 신은 이 다리도 발끝을 세우고 온 몸의 감각에 의지한 체 벽을 감지하고 바닥을 돌아다닌다. 딱딱한 바닥과 토슈즈의 부딪힘은 맹인이 신경질적으로 지팡이를 두들기는 소리와 비슷하다. 에너지를 한 쪽으로 응축시켰을 때 드러나는 움직임과 작은 소리는 물리적 크기 이상의 긴장감과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장서영의 초기 조형작품은 이 같은 방향성을 예고한 바 있다. 붕대를 감은 인체의 형태들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예술 작품에서의 붕대는 상처에 대한 치유로 상징되지만 장서영의 작업은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로 읽힌다. 즉, 붕대로 꽁꽁 싸인 후 뒤로 몸을 젖혀 흔들 목마처럼 묶은 작업에서는 분출되는 에너지에 일시적으로 제동을 걸어둔 상태이기 때문에 붕대는 자신보다는 불특정 다수를 보호하기 위한 감옥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신체의 기능을 제한하여 우스꽝스러운 제스츄어 자체를 목적한 비토 아콘치나 감각의 확장을 위해 신체에 어떤 도구를 연장하거나 기능을 제한한 시도와도 차이가 있다.
이 밖의 비디오 작업에서도 흥미로운 시도를 볼 수 있다. 여기서 작가는 ‘제작’보다는 관계에 어떤 조건을 거는 ‘개입’으로 가뿐히 의도를 드러낸다. 마주 선 두 사람은 얼핏 보아선 같은 안무의 무용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유심히 보면 그 둘 사이에 고도의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사람은 마주 선 사람의 동작을 최대한 동시에 따라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서로의 의식은 자신의 동작을 제어함과 동시에 타인의 동작으로 향해 있다. ‘우아함’.. 이 작품 외에도 장서영의 작업 대부분에서는 어떤 ‘선적인’ 우아함이 흐른다. 그리고 우아함의 실체가 시각적 장식을 통한 것이 아니라 발레의 한 동작처럼 아주 잘 제어된 상태에서 표면으로 드러나는 분위기라는 것을 장서영의 작업에서 알 수 있다. 움직이지 않고 動을 만들어내는 것이 장서영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작가 본인도 이미 알 듯. 문명화된 몸은 통제와 제어의 전쟁터이다. 그리고 몸과 사회의 관계가 자연히 그의 집중된 감각으로 작품 속에 예민하게 드러나는 그 만큼 우리도 자신을 반영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규칙을 준수해야 하는 상황 그 자체, 정치, 사회, 인간관계, 자연...이해할 수 없는 것들, 그 막연한 구조, 그리고 그 안에 내가 속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두려움...중략...나의 고민은 이런 답답함에 기인한다. 이해할 수 없는 대상 앞에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당혹감이 스치는 표정을 포착하는 것, 이를테면 괴물 앞에 놓인 먹잇감의 경련 같은 것은 표현하는 것이다.
- 작가노트에서
1983년 서울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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