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준
pause mixed media, 2010
황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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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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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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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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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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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적 표면을 떠올린 공간의 흔적
김미진 (세오갤러리 디렉터, 홍익대미술대학원교수)
황성준은 바닥이나 벽 위에 천과 종이를 놓고 문지르는 프로타주기법으로 공간의 흔적을 화면에 드러나게 하는 작업을 토대로 평면과 설치작업을 한다. 이번 전시는 2010년 동안의 전시과정프로젝트인 세오갤러리 (접속지대)전의 연장선상에 있는 개인전으로 평면 안에 공간의 이중성을 표현하는 회화와 조각의 혼합형태를 띠는 작업들로 구성된다.사람들이 드나들며 사용하는 일상 공간 안에서 이미 존재하였던 사건과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흔적들에 관한 시공간적 조합을 실험하는 스케치에 해당하는 지난 전시의 결과물을 이 전시에서는 완성된 회화의 공간으로 만날 수 있다.
황성준은 실제 차를 마시는 테이블위에 스푼, 포크, 나이프라는 도구를 놓고 그 전체를 캔버스 천으로 싼 다음 연필로 프로타주하며 화면에 흔적을 만든다. 그리고 일상의 테이블로 계속 사용하게 하여 사람들을 작품속의 낯선 환경에 마주치게 한다. 테이블은 차를 마시면서 흘러나온 찻물, 커피자국이 생기고 만져서 나는 흔적과 또 그 위에 낙서까지도 하게 되는 인터렉티브적 요소가 함께하며 작가, 사물, 관객들의 시간성이 합쳐진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작품이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나 이내 숨겨진 포크와 나이프 도구들을 만지며 새로운 촉각의 경험하기 위한 재미로 그것의 자리를 옮겨 놓는다. 캔버스 천안에 들어 있는 오브제들은 바깥의 갑작스러운 무작위적인 행위에 의해 흐트러지며 본래자리들을 이탈하나 곧 그 안에서의 조화를 만들어 나간다. 테이블 위 캔버스 천 안쪽과 천 자체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흔적,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 나가는 불특정다수의 차를 마시고 테이블을 사용하는 사람들 세계의 관계를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은 것이란 레이어로 이루어진 세상법칙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작업으로 공간을 위해 정추로 향하는 가는 선만으로 주변공간을 단절시키며 과거의 공간을 드러내 보이는 현상작업으로 정보로서 기억되고 훈련된 시지각이 만들어내는 실제와 환영을 경험하게 한다. 채집된 흔적들은 껍질처럼 안에 들어 있는 알맹이 혹은 내용물의 정체성을 짐작하게 하면서 동시에 이미지로서 우리 눈이나 생각에서 익숙한 상황을 야기시킨다.
황성준은 공간 안에 존재하는 세계와 그것을 덮고 있는 세계에서 드러내고 있는 안의 흔적을 통해 디지털 정보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메커니즘을 존재론적 시각으로 살펴보게 한다. 이번전시에서 일련의 흰 캔버스에 날카로운 선을 드러내는 시리즈작업을 보여주는데 화면 위에 입체적으로 솟아나온 물체의 끝을 연필로 문질러 흔적을 드러낸 것이다. 튀어나온 부분은 몹시 뾰족해 내면의 오브제는 칼이 아닌가 짐작된다. 그것은 캔버스와 관계를 만들며 화면 구석으로부터 하나, 둘, 셋의 형체를 만들며 끝없이 긴장된 관계의 연속적인 집합체가 된다. 결과적으로 내면의 물성의 원시적인 힘과 성질은 흰색 캔버스 천에 덮여 순화되고 질서를 만들며 극도로 세련된 구도를 생성하게 된다. 또 한편으로 날카로운 선은 마치 얼굴의 눈, 코, 입을 단순화한 형태로 화면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해 한 사람안의 얼굴표정변화에서부터 여러 사람들의 것까지 연상시키는 유머러스한 해석도 할 수 있다. 또 다른 금속재질의 물감으로 배경이 칠해진 시리즈 작업은 일상의 작은 사물의 모서리나 중앙, 부분을 연상시키는 프로타주형태를 중심에 두고 단색으로 칠한 주변을 팽팽하게 드러내 보임으로 더욱 긴장되고 날카로운 공간이 생성되고 있다. 이 작업도 표면에서 드러나는 이미지만으로 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화면 중앙에 둔 두 개의 둥근 형태는 미키마우스의 귀, 눈동자, 터널 등 현존하는 일상의 다양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황성준은 디지털정보시대에서 너무나 확연히 드러나는 이미지홍수에 빠져 있으며 또한 현실의 세계 안에서 다양한 가상의 공간을 경험하는 소통의 다층적 시공간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삶을 가장 단순한 예술의 언어로 실험한다. 그는 내면과 외형의 구조 안에 현실과 가상, 사회와 사생활이 그 어느 때보다 분리되어있으면서 네트워크 상 얽혀있어 순식간에 드러나 퍼져버리는 이중의 아이러니한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표현하고 있다.
드러남과 숨겨짐이라는 서로 다른 세계가 무거움과 가벼움이 아닌 쿨 한 사고로 공존하는 현시대를 황성준은 평면과 입체의 조합이라는 예술언어로 선택하였다. 그는 가까이 있는 주변공간에서 오브제를 발견하고, 나무판 위에 설치하며, 그 위에 천을 덧씌우고, 프로타주하고, 여러 번 배경을 정리하여, 도식화되고 세련된 형태를 완성도 있게 만들어낸 것이다. 화면내부의 자연상태의 거친 실제 사물들은 천을 투과하면서 전혀 다른 모양을 떠올리며 상징적이고 절대적인 새로운 형태를 내보인다. 그러나 자칫 모더니즘이라는 지난 세기의 형이상학적 형식만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동시에 여러 개를 나열하는 시리즈작업은 하나의 고정된 절대적 시공간에서 벗어난 다양성의 조합과 총체를 요구하는 이 시대의 이상을 대변하는 것이다. 본래의 모습을 숨기며 가장 정화된 부분만을 보여주고 주변과 팽팽한 긴장을 만들어내고 있는 그의 작업은 과학과 기술문명만으로 인류의 행복이 보장된다는 이 시대의 표면적 사고 안에서의 숨겨진 원초적 위험에 대한 경고로도 읽을 수 있다. 황성준은 새로운 매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조각과 회화의 표현 양식과 한정된 공간 안에서 반복적인 시간적 행위와 함께 절제되고 세련된 형태로 복잡한 이시대적 양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기계문명과 함께 최고의 가치를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죽음과 지구라는 한정된 시공간속의 존재론적 운명이 그 누구에게나 해당된 보편적인 것임을 알려준다. 황성준은 일상 안에서 이상과 현실의 균형을 실천해 나가야 하는 인간본연의 과업을 질료로 다듬고 칠하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한정된 조건 안에서 가장 완벽한 형태를 얻어내는 숭고한 예술가의 역할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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